농가의 수해복구에 나선 박정현의원. 박정현의원실 제공
국회의원 박정현은 시민운동가 출신답게 약자의 권리를 먼저 챙겼다. 지역구민에게 받은 신뢰, 의정활동으로 되갚겠다는 각오는 한결 같았다. 어반톡 이형철 대표와의 대담 내내 그 의지와 진심이 묻어났다.
이형철 어반톡 대표(이하 이대표): 대전 대덕구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지역 내 아동·장애인 복지 현황은 어떻습니까? 앞서 말씀하셨던 법안이 지역 현안과 어떤 접점이 있나요?
박정현의원(이하 박 의원): 대덕구는 대전 자치구 중 두 번째로 높은 인구 대비 장애인 비율(6.36%)을 보입니다. 다른 자치구에 비해 장애인 복지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어요. 반면 인구 대비 아동 비율(11.08%)은 가장 낮습니다.
대덕구의 높은 장애인 인구 비율과 가장 낮은 아동 인구 비율, 기존 놀이터의 접근성 문제를 고려할 때, 이번 개정안은 대덕구 내 무장애 놀이터 설치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함과 동시에 국가와 지자체의 비용 지원 근거를 마련하여 대덕구의 재정 부담을 덜고 무장애 놀이터 조성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무장애 놀이터는 장애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여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회통합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 대표:'놀이터에서의 평등'을 이야기하셨는데, 의원님께서 생각하시는 '정치의 역할'과 국회의원으로서 가진 목표가 맥락을 같이 합니까?
박 의원: 제가 국회 등원 이후 인터뷰를 할 때마다 언급하는 3가지 목표가 있습니다.
첫째는 불평등 해소입니다. 양극화 불평등 문제 해소가 1순위예요.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모두가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공동체의 주요한 의사결정은 기득권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 기울어진 상황을 입법을 통해 조금이라도 바로잡는 것이 국회의원으로서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기후위기 대응입니다. 창문 밖에만 봐도 기후 위기는 이제 피부로 와닿는 심각한 문제예요. 그러나 기후 위기는 산업, 지역, 기금 등 다부처가 협력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이러한 조정은 국회에서 가능하죠. 지구 온도가 1.5℃ 높아지기 전에 국회에서 할 일을 찾겠습니다.
셋째는 지방분권입니다. 지방소멸과 인구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어요. 수도권 일극 체제가 아닌 국토의 고른 발전이 필요합니다. 연축 혁신도시를 포함한 지방 혁신도시가 제대로 운영되고, 국세 대 지방세의 비율이 6:4로 조절되어 지방마다 특색 있는 여러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정치는 '말할 수 없는 자'들을 대변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재명 대통령도 '억강부약'을 주로 인용한 바 있는데, 그 의미에 크게 공감합니다.
이대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정책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오셨는데, 정치 입문 전의 삶이 어떻게 정치 입문으로 연결되었는지 배경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박 의원: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말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었습니다.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부채감이 있었고, 이로 인해 시민운동을 오랫동안 펼쳐왔어요. 당시 시민 운동이 활발하지 않았던 터라 대학 졸업하면 사기업에 취직하는 경우가 많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졸업할 무렵 대전 YWCA에서 대화동에 공부방을 만들었는데 그 일을 돕다가, 당시 YWCA 간사로 있던 선배가 저를 대전 YMCA에 소개해 주셔서 1987년 6월부터 시민중계실에서 일하게 됐어요.
대전 대덕에서 시민운동을 하면서 대청호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환경운동의 개념이 다소 생소했던 시기였지만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정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그 이후로 계속 환경단체들과 연대하며 다양한 의제들을 다뤘어요.
이대표: 시민운동에서 정치로 전환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나요?
박 의원: 대전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하면서 행정과 정치가 시민들의 뜻과 일치하지 않는 상황을 자주 경험했습니다. 시의원 당선 이후 정치인으로서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어요. 특히 '군주민수'의 의미처럼 정치인은 시민들의 생각과 뜻을 좀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고자 합니다.
정치인으로 활동하며 좌절이나 어려움도 있었어요. 무엇보다 구청장 재선에 실패했을 때 그간의 정치활동을 반추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맡아 더 낮은 자세로 중앙과 지역에서 활동했습니다. 이런 진심이 통해서 지역구민들께서 두 번째 기회를 주신 것으로 생각해요.
행저안전부장관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는 박정현의원. 박정현의원실 제공
이대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으로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역할 분담이나 협력 체계를 어떻게 보고 계실까요?
박 의원: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종속적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정치 행정 체제가 중앙집권적이기 때문이에요. 과거 개발도상국 시절에는 이런 방식이 유리했고, 또한 분단국가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불가피했던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많은 부작용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에요. 대표적인 예가 수도권 과밀화, 지방의 인구 소멸이고, 이런 문제들은 출산률 저하와 불평등 문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결국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지방분권, 균형발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대표: 장애인·아동 관련 복지 외에도 최근 주목하고 있는 입법·정책 영역이 있으신지요?
박 의원: 소속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소관 정책에 주안점을 두고 있지만, 기후위기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대덕구청장 시절에는 전국 최초 '대덕형 RE100 캠페인'을 펼쳐 탄소중립 의제를 지자체에서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도 했습니다.
국회의원 연구모임 '탈탄소 경제포럼'과 기후위기 의원모임인 '비상'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도 겸임하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공공기관에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적극적으로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기후문제는 아동,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더 치명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미래세대에게 기후위기 문제를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점은 지난해 기후 소송 결과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는 결코 평등하지 않게 작용해요. 자연 재난이나 전쟁과 같은 파국적인 상황은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치명적입니다.
이대표: 지역구인 대덕구에 자랑할 만한 공원이나 명소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겠어요?
박 의원: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계족산 황톳길은 맨발 걷기 체험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대덕구의 대표적인 힐링 명소입니다. 장동산림욕장은 계족산 황톳길의 시작점이에요. 약 14km에 달하는 이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며 자연의 흙을 직접 느끼고, 피로 해소와 혈액순환 촉진 등 건강 효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장동산림욕장 입구에 장동문화공원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고,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현재 도시 생태축 복원, 야외무대 등 GB 생활공원 조성, 주차장 조성이 완료되었으며, 이후 힐링센터, 소하천 정비 등을 추진하여 더욱 발전된 시설과 편의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대담을 마친 박정현의원(중앙)이 이형철 대표(오른쪽)등 어반톡 취재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정현 의원실 제공
이대표: 끝으로 어반톡을 구독하는 시민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은?
박 의원: 1년 전 국회로 저를 보내주신 대전 지역 유권자 여러분께 지금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의 순간을 넘어가는 역사적 순간이에요. 이재명 정부가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저 또한 국회와 대전에서 열심히 지원할 것입니다. 많은 성원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박정현 의원은 시민운동가 출신답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관된 정치 철학을 보여주었다. 무장애 놀이터 법안부터 기후 위기 대응, 지방분권까지, 그의 정치 여정은 '말할 수 없는 자들을 대변한다'는 신념으로 일관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