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서울 광화문광장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그늘막 아래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가 폭염에 대비해 시내 곳곳에 무더위 그늘막과 쿨링포그 등 폭염 저감시설을 설치하기로 했지만, 집행률은 아직 65%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예산을 받아 그늘막을 설치하는 자치구마다 작업 속도가 달랐던 탓이다. 일부 자치구는 집행률이 0%였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가 올해 설치하기로 한 폭염 저감시설 501개 가운데 지난달 31일 기준 설치가 완료된 것은 327개(65.2%)다.

서울시는 폭염 대책 기간인 5월 15일부터 9월 30일 사이 스마트형·고정형 그늘막, 쿨링포그, 쿨루프, 지붕형 야외 구조물인 파고라를 추가로 설치하기로 하고 지난 5월 각 자치구에 특별교부금 52억원을 내려보냈다.

이후 자치구에 "폭염 저감시설은 본격적인 무더위 기간인 7∼8월 전에 설치가 완료돼야 활용 가능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설치를 독려했으나 완료율이 3분의 2를 넘지 못했다.

동작구와 마포구는 7월 말 기준 설치율이 0%였고, 강남구도 10%를 밑돌았다.

동작구는 기존 고정형 그늘막을 스마트형으로 바꿔 새로 설치하는 등 폭염 저감시설 30개를 두기로 했으나 한 곳도 완료하지 못했다. 무더위쉼터 조성과 얼음물 나눔 사업부터 우선 진행하고 폭염 저감시설을 설치하기로 하면서다.

마포구 역시 폭염 저감시설 20개를 설치하기로 돼 있는데, 시 특별교부금을 구 예산과 합쳐 집행하기로 하면서 지연돼 내주부터 작업에 착수한다.

강남구는 당초 짓기로 한 폭염 저감시설 23개 가운데 쿨루프 2개(8.6%)만 설치 작업을 마쳤다.

금천구(17.3%), 강동구(19.0%) 역시 설치율이 낮았고, 구로구(33.3%), 도봉구(34.0%), 서초구(36.0%)도 3분의 1 안팎 수준에 머물렀다.

반대로 종로구, 중구, 용산구, 성동구, 광진구, 동대문구, 중랑구, 양천구, 관악구는 설치율이 100%다. 이 자치구들에 최근 설치된 폭염 저감시설은 총 161개다.

강북구(94.7%), 송파구(92.5%), 서대문구(91.6%), 노원구(90.9%), 강서구·은평구(87.5%), 영등포구(86.0%), 성북구(60.0%)가 뒤를 이었다.

[표] 2025 서울시 자치구별 폭염저감시설 설치 추진현황(2025년 7월 말 기준)

자치구 폭염저감시설 설치 추진 현황
계획(개소) 완료(개소) 완료율(%)
501 327 65.2
종로 7 7 100
중구 21 21 100
용산 12 12 100
성동 22 22 100
광진 7 7 100
동대문 25 25 100
중랑 10 10 100
성북 15 9 60
강북 19 18 94.7
도봉 44 15 34
노원 11 10 90.9
은평 16 14 87.5
서대문 12 11 91.6
마포 20 - 0
양천 15 15 100
강서 8 7 87.5
구로 3 1 33.3
금천 23 4 17.3
영등포 43 37 86
동작 30 - 0
관악 42 42 100
서초 25 9 36
강남 23 2 8.6
송파 27 25 92.5
강동 21 4 19

※ 자료 : 서울시/ 연합뉴스

다양한 폭염저감시설. AI 생성 이미지

설치 지연 원인 분석

폭염 저감시설 설치가 지연되는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치구별 우선순위 차이가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동작구의 경우 무더위쉼터 조성과 얼음물 나눔 사업을 먼저 추진하면서 시설 설치가 뒤로 밀렸다. 각 자치구가 자체적으로 판단한 폭염 대책의 우선순위가 달랐던 것이다.

둘째, 예산 집행 방식의 복잡성도 지연 요인이 됐다. 마포구처럼 서울시 특별교부금을 구 자체 예산과 합쳐 집행하는 과정에서 행정 절차가 복잡해져 설치가 늦어진 경우가 있다.

셋째, 설치 장소 선정과 인허가 과정에서의 지연도 영향을 미쳤다. 그늘막이나 쿨링포그 설치를 위해서는 적절한 부지 확보와 전력 공급, 주민 동의 등 다양한 조건이 필요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

넷째, 자치구별 행정력과 담당 인력의 차이도 설치 속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100% 설치를 완료한 9개 자치구는 비교적 체계적인 추진 계획과 전담 조직을 운영한 반면, 설치율이 낮은 구는 다른 업무와 병행하며 진행한 경우가 많았다.

향후 개선 방안

전문가들은 폭염 저감시설 설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단기 대책으로는 우선 미완료 자치구에 대한 강력한 독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설치율이 낮은 자치구에 기술적·행정적 지원을 강화하고, 필요시 인력 파견이나 용역업체 알선 등을 통해 조기 완료를 도와야 한다.

중기 대책으로는 예산 집행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 특별교부금을 내려보내는 방식보다는 서울시가 직접 설치를 담당하거나, 자치구별 설치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설치 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는 5월에 예산을 배정하고 7-8월까지 완료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2-3월로 앞당겨 폭염 시작 전에 모든 설치가 완료되도록 해야 한다.

장기 대책으로는 폭염 저감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례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서울시 권고 사항이지만, 기후변화로 폭염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자치구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설치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인구밀도, 고령자 비율, 기존 그늘 시설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치구별로 차별화된 설치 목표와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폭염주의보가 재발령된 만큼 폭염 저감시설 설치를 독려하겠다"며 "내년에는 보다 체계적이고 신속한 설치가 이뤄지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기후전문가들은 "폭염은 이제 여름철 일시적 현상이 아닌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재난"이라며 "자치구별 편차 없이 체계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