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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수해복구 작업

지난달 중순 한반도를 훑고 지나간 극한호우로 인해 경남에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한 지 한 달째를 맞았다.

경남도와 피해를 본 각 시군은 정부, 자원봉사자 도움을 받아 한 달 동안 무너진 제방과 산사태로 토사가 덮친 도로 등 주요 시설 응급 복구를 거의 마무리했다.

그러나 300명이 넘는 주민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임시시설에 머무는 등 일상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전망이다.

17일 경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도내 18개 시군에 평균 280㎜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렸다.

산청군 시천면은 누적 강수량 798㎜를 기록하는 등 산청 일대에 632㎜의 극한호우가 퍼부었다.

이어 함안군 583.5㎜, 합천군 532.2㎜, 창녕군 374㎜, 하동군 369.5㎜ 순으로 폭우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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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로 하천이 범람해 쑥대밭이 된 경남 산청군 신안면 일대 딸기 재배 비닐하우스단지

연간 평균 1천556.2㎜의 비가 내리는 산청에는 1년 강수량의 절반이 불과 나흘 새 쏟아진 셈이다.

집중호우가 할퀸 상처는 매우 컸다.

산사태·하천 범람·침수가 곳곳에서 발생한 산청군에서만 1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산청군 등 17개 시군에서 6천171가구, 8천명이 넘는 주민이 대피했다.

공공·사유 시설 재산 피해도 엄청났다.

경남도는 각 시군이 지난 5일까지 국가재난안전관리시스템(NDMS)에 입력한 자료를 기준으로 도로·하천·상하수도 등 공공시설에서 6천112억원, 집·가축·농경지 등 사유시설에서 1천543억원 등 통영시를 제외한 17개 시군에서 7천655억원 규모 재산 피해가 났다고 잠정 집계했다.

11개 읍면 전체가 쑥대밭이 되다시피 한 산청군은 공공시설 3천800억원, 사유시설 1천114억원 등 4천914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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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호우 피해 현장 점검

정부는 지난달 22일 산청군·합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지난 6일 진주시·의령군·하동군·함양군, 밀양시 무안면, 거창군 신원·남상면을 특별재난지역에 추가했다.

특별재난지역은 재난복구에 국비를 더 받을 수 있다.

피해 주민은 국세·지방세 납부 유예, 공공요금 감면 등 혜택을 받는다.

17일 기준으로 경남도는 문화유산·체육시설 등을 제외한 도로·하천·상하수도·통신·전기 등 주요 공공시설을 100% 응급 복구했다.

응급 복구는 말 그대로 가까운 시일 내 태풍·집중호우 등 또 다른 자연 재난이 닥칠 것에 대비한 임시 조치에 불과하다.

도는 정부가 피해액과 복구계획을 확정하는 즉시, 공공시설을 원상 복구하거나 더 강한 빈도의 집중호우에 견디도록 개선복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소규모 공공시설은 내년 장마에 대비해 올해 안에 공사를 끝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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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매몰 지난 7월 집중호우로 마을이 통째로 내려앉은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상능마을 현장

그러나 산청군을 중심으로 5개 시군, 210여가구 350여명은 돌아갈 집이 없어 일상 복귀가 여전히 힘들다.

극한호우로 마을 지반이 통째로 내려앉으면서 집이 쓸려내려 가거나 부서진 산청군 생비량면 상능마을은 복구는 엄두고 못 내고 주민 전체가 집단 이주해야 할 처지다.

한 달째 모델 등 임시 피난시설에 머무는 이 마을 13가구, 14명은 언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을지 알 수 없다.

피난 생활을 하는 상능마을 주민 대부분이 70∼80대다.

산청군은 생비량면에 대체부지를 찾아 이주단지를 조성하는 사업 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김광연 상능마을 이장은 "빨라야 2027년 말쯤 이주단지 조성이 끝나 입주가 가능하다고 들었다"며 "주민들이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길 손꼽아 기다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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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 부리, 광범위한 산사태 피해

경남도는 기후변화로 극한호우가 잦아질 수 있는 만큼 이번 집중호우를 계기로 방재 인프라 확충, 선제적인 주민대피 체계 수립 등 재난대응 체계를 재점검하고 개선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점을 절감한다.

도는 하천 준설 확대·국가하천 승격, 산림재난 예방 법령 정비, 기상 패턴 변화에 맞춘 주민 대피체계 재정비, 농작물 피해보상 기준 현실화·농업 기반시설 관리 일원화, 재해위험지역 개발행위 허가제도 개선 등 재해예방 5대 대책을 정부에 건의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지자체가 자연재해 예방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산청읍 부리 등 산청 집중호우 피해지역을 두 번 답사한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진을 예측불가능한 재해로 인식하고, 지진 발생 때 인명피해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일본처럼 우리도 집중호우, 태풍 등 자연재해를 100% 막기 힘들다는 점을 인정하고 인명피해를 막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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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집중호우 피해 지역 특별재난지역 선포 지역 [연합뉴스 그래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