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갑 기술사(전 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장)는 공직을 "자리가 아니라 책임"이라 말한다. 2018년 부산시 공무원으로는 최초로 산림분야 최고 자격증인 산림기술사를 취득했다.


산을 오르듯, 쉼 없이 걸어온 길이었다. 나무 한 그루, 돌 하나에도 세심히 마음을 기울였던 35년의 공직 생활. 때로는 폭우와 산사태가 덮쳐도, 때로는 거센 민원 바람이 불어도 그는 한결같이 숲을 지키는 길을 걸었다.

안수갑 전 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장은 공직을 "자리가 아니라 책임"이라 말한다. 사람과 자연, 행정과 현장을 잇는 다리로서의 시간은 결코 평탄치 않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산맥처럼 웅장한 흔적을 남겼다. 지금도 그는 말한다. "숲은 단순한 나무의 집합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미래를 품은 울타리라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초, 산림청과 부산시 산림직 공무원으로 35년간 봉직한 안 전 소장을 부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숱한 성과와 보람을 뒤로하고 지난해 명예퇴직했다.

그러나 부지런했던 천성을 어쩌지 못해 곧바로 사무소를 냈다. 부산시 사상구 사상로 90번길에 위치한 청보산림기술사 사무소다. 그는 평생해온 업무를 살려 산림사업, 산지전용, 토석채취 등과 관련된 계획, 설계, 분석, 조사, 감리, 자문 일을 한다.

안 전 소장은 10년부터 퇴직 이후를 준비했다. 민간공원조성팀장으로 일하던 2018년 부산시 공무원으로는 최초로 산림분야 최고 자격증인 산림기술사를 취득했다. 주경야독의 악바리 근성이 만들어낸 결실이었다.

사하구 승학산-동매산-아미산을 잇는 29.3km의 둘레길은 그에게 대한민국조경대상 등 3관왕의 영예를 안겼다.


안 전 소장은 실무자 시절 산림청 공모사업을 유치하며 국비를 확보했고, 부산 어린이대공원 리모델링, 괴정회화나무 샘터공원 조성 등 굵직한 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사하구의 승학산·동매산·아미산을 연결한 ‘3대 둘레길’ 아이디어는 대한민국조경대상, 공간문화대상, 자연환경대상 3관왕의 영예로 돌아왔다.

그는 “산은 오르는 길만 있는 게 아니라 허리길을 내어 누구나 편히 걷게 해야 한다”며 생활밀착형 녹지 행정을 강조했다.

최근 산사태 원인으로 지목되는 임도 논란에 대해서도 “무조건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가 아니라 입지와 공법, 예산을 과학적으로 검증해 정밀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관리자로 승진한 이후에도 ‘현장 안전’, ‘민원인 친절’, ‘직원 간 화합’ 세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직원 간 사이 좋게 지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출세와 돈보다 옆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잘 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안 전 소장은 부산 어린이대공원 리모델링 사업을 힘들었지만 뿌듯한 사례로 기억한다.


― 공직 생활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셨습니까?
“1990년 8월 산림청 국가직 공무원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경북 울진 불영계곡 상근지에서 1년 동안 근무했어요. 그곳은 정말 산골 중의 산골이었습니다. 집과 떨어져 혼자 살며 근무했는데, 생활 여건이 열악해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방직 시험을 다시 쳤고, 부산시로 옮기게 됐습니다. 이후 34년간 부산시에서 산림 업무를 맡았습니다.”

― 지방직으로 전환하면서 어떤 차이를 느끼셨나요?
“국가직은 전국 단위 사업이 많고, 지방직은 생활과 밀접한 현장 업무가 많습니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더 직접적으로 듣게 됐고, 그만큼 보람도 컸습니다. 주민 한 분이 공원 조성 후 찾아와 ‘집값이 올랐다’며 고마워할 때, 공직의 의미를 실감했습니다.”

― 기억에 남는 사업을 꼽는다면요?
“부산 어린이대공원 리모델링은 정말 힘들었지만 뿌듯했습니다. 또 괴정 회화나무 샘터공원 조성은 버려진 공간을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사례입니다. 사하구 승학산·동매산·아미산을 잇는 둘레길 사업은 주민 의견을 반영해 접근성을 높였고, 결국 환경대상 수상까지 이어졌습니다. 당시 ‘1km에 1억 원이면 길을 낼 수 있다’는 계산으로 시작했는데, 단순한 길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했습니다.”

650년 된 괴정 회화나무 샘터공원도 그의 작품이다.


― 관리자 시절,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한 가치는 무엇입니까?
“저는 늘 세 가지를 이야기했습니다. 첫째는 현장 안전입니다. 산림 업무는 예초기, 톱, 벌목기계를 다루다 보니 항상 위험이 따릅니다.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오는 게 우선입니다. 둘째는 민원인에게 친절할 것.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주민들이 불편하면 행정이 아닙니다. 셋째는 직원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라는 겁니다. 조직에서 인간관계가 깨지면 어떤 성과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 민간공원 특례사업 협상은 어떻게 풀어가셨나요?
“토지주, 주민, 건설사, 시청 모두 이해관계가 달랐습니다. 누군가 양보하지 않으면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라운드테이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모든 당사자가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내고, 합의안을 찾는 거죠. 쉽지 않았지만 ‘집단지성’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 산림정책과 관련해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앞으로는 기후 변화, 저출산·고령화,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큰 변화를 반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임도 개설을 두고 산사태 원인으로 지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한다, 안 한다’로 갈릴 문제가 아닙니다.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어떤 규모로 설치해야 하는지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리고 도시에서는 옥상·벽면녹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세제 혜택, 보조금 지원 같은 장치가 있어야 시민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 공직 생활을 마치고 돌아보니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현직에 있을 때는 일이 많아 힘들고, 퇴직 후에는 일이 없어 힘듭니다. 일과 사람이 내 삶의 전부였는데, 그 무게가 사라지고 나니 허전하더군요. 그래도 주민을 위해 땀 흘린 시간이 제 인생의 가장 값진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