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평택시 오성면 숙성리 농업생태원에서 개막된 '2025 경기정원문화박람회'

2025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16일 평택시 오성면 숙성리 농업생태원에서 막을 올렸다.

'평택의 뜰, 일상에서 정원을 만나다'를 주제로 19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이번 행사는 생활 속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경기도가 2010년부터 매년 도내 시군을 순회하며 개최해 온 대표 행사다. 프랑스 쇼몽 국제정원페스티벌 출품 경력의 정원작가 박정아 작가가 이번 박람회장의 설계를 맡았다. 지난해 봄부터 약 1년 반에 걸쳐 조성된 박람회장에는 작가정원 7개소, 생활정원 6개소, 기업정원 6개소, 정원사정원 10개소, 꼬마정원 8개소 등 17종 총 68개소의 정원이 조화롭게 배치됐다.

평택의 정체성을 담은 '물의 정원'

박기출 평택시 산림녹지과장이 '평택 물의 정원'조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번 박람회의 백미는 평택의 지리적 특성을 살린 '물의 정원'이다. 박기출 평택시 산림녹지과장은 "평택은 평평할 평(平)에 연못 택(澤)을 쓴다"며 "진위천, 안성천, 황구지천, 오산천 등 4개 국가하천이 평택으로 흐르는 물의 도시"라고 설명했다.

물의 정원은 국가하천에서 유입된 물이 수생식물을 거쳐 정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생태 정원이다. 특히 3개의 연못은 30년 전 통합된 평택시·송탄시·평택군의 화합을 상징한다. 정화된 물은 세족장으로 이어져 방문객들이 발을 씻으며 마음까지 정화하는 '마음 정원'의 콘셉트를 완성한다.

조선 군수의 정원 사랑을 재현한 '오횡묵 정원'

오횡묵 정원에는 조선시대 때 차를 마시며 정원을 감성했던 향반(香盤)바위도 재현해 놓았다.

이번 박람회의 또 다른 특징은 역사적 스토리텔링이다. 조선 후기 평택 군수였던 오횡묵은 정원을 사랑해 관련 글을 남긴 인물이다. 당시 평택에는 단양팔경 같은 명승지가 없어 '팔무(八無)', 즉 8가지가 없는 곳이라 불렸다. 오횡묵은 이를 안타깝게 여겨 섬에 정원을 조성하고 수선정(水仙亭)이라는 정자를 지었다.

박람회장에 재현된 오횡묵 정원에는 문화재 목각 전문가 이규남 선생이 직접 제작한 수선정 현판이 걸려 있다. 술에 취하면 잠을 잤다는 넓은 바위와 차를 마시며 정원을 감상했다는 '향반(香盤)' 바위도 당시의 풍류를 전해준다.

'뜰'의 의미를 되살린 평택 정원

평택일원은 지세가 어머니의 품같은 섶자리 뜰이었나는 것을 표현한 작품 '섶뜰'

이번 박람회는 '평택의 뜰'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평택 지역의 역사적 의미를 담은 작품들로 구성됐다. 대표작인 '섶뜰'은 평택 일원이 마치 어머니 품같이 평안하고 풍요로운 뜰이자, 뜰과 바다가 서로 경계를 다투지 않고 공존하는 풍경을 형상화했다.

햇살과 바람, 생명과 기억이 살아 숨쉬며 아름다운 자연을 지켜나가는 여정을 표현한 작품과 산불피해를 입은 나무를 소재로 '머금고 흐르고 피어나는 생명의 흐름'을 표현한 작품이 눈길을 끈다. '평택의 뜰, 일상에서 정원을 만나다'라는 박람회 주제가 추구하는 가치, 즉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일상 속 정원문화의 상징들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산불 피해목으로 조성된 정원 '유영'

다문화 도시의 특색과 생태계 보존 의미를 살린 정원도

미군기지가 있어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는 평택의 특성을 반영한 미국 정원도 눈길을 끈다. 다가오는 할로윈 데이 콘셉트를 담은 이 정원에서는 행사 기간 중 미국인들이 직접 정원을 설명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미국정원'

박기출 과장은 "산이 없는 평택의 지형적 특성을 극복하기 위해 도시숲 조성에 힘써왔다"며 "바람길 도시숲, 기후변화 차단숲, 학교숲 등을 조성한 것이 가장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택의 넓은 평야와 4대 국가하천을 잘 활용해 숲과 정원이 어우러진 도시를 만든다면 세계 최고의 녹색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제 꿈은 대한민국이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도록 기후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숲과 정원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기업의 후원과 시민들의 참여로 꾸며진 '2025 경기정원문화박람회'

박 과장은 시민들과 기업들의 참여에도 감사를 표했다. "많은 시민과 기업이 팽나무, 소나무 등 나무를 기증해 주셨고, 정원사들도 자발적으로 환경 정비에 참여하고 계신다"며 "이번 평택 정원박람회를 통해 많은 분들이 힐링하고 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