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트로피를 안은 김은성군(뒷줄 중앙)이 코칭스텝,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 줄넘기 지도자협회 제공

지난 달 29일, 정부세종청사 체육관. 2,500여 명의 관중이 숨죽인 채 지켜보는 가운데, 한 선수가 마지막까지 줄을 넘고 있었다. 땀에 흠뻑 젖고, 숨소리는 거칠어도 결코 멈추지 않는다.

동탄 반송중학교 김은성(14) 군이 우승을 항해 마지막 스퍼트를 하는 순간이었다.

소아암 치료를 받으며 병원과 훈련장을 오가던 중학생 소년은 'MG새마을금고와 함께하는 KBSN배 전국 줄넘기 왕중왕전' 팀 토너먼트에서 최후의 1인으로 남아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심판과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술에 집중하는 김은성 군. 한국 줄넘기 지도자협회 제공

팀 토너먼트, 단 1명만 살아남는 '서바이벌 게임'

은성 군이 출전한 팀 토너먼트는 줄넘기 종목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경기로 손꼽힌다. 7명의 선수가 한 팀을 이뤄 음악에 맞춰 각종 기술을 구사하며 쉬지 않고 줄을 넘어야 한다. 예선부터 맞대결로 진행되며, 두 팀 중 단 한 명이라도 실수 없이 끝까지 버텨야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다.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고도의 기술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이 경기에서 은성 군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파워점핑 반송점 소속으로 출전한 그는 16강전에서 파워점핑 호성초점을, 8강전에서는 파워점핑 청북점을, 4강전에서는 파워점핑 원동점을 차례로 꺾으며 결승에 올랐다.

자신의 경기력 유지에 집중하고 있는 선수들. 한국 줄넘기 지도자협회 제공

그리고 파워점핑 광교웰빙점과의 결승전.

은성 군은 초인적인 체력으로 끝까지 줄을 놓지 않았고, 마침내 단 한 명의 최종 승자로 우뚝 섰다. 치료와 훈련을 병행하며 포기하지 않았던 소년의 일상이 오늘 하나의 트로피로 빛을 발했다.

그의 우승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었다. 고통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한 아이의 용기였고, 그 옆을 지켜온 가족의 사랑이었으며, 함께 훈련하고 응원했던 동료들의 연대였다.

동료선수들과 가족들이 출전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한국 줄넘기 지도자협회 제공

또 다른 화제의 경기는 '학부모 왕중왕전'이다. 자녀들과 함께 출전한 부모들이 끝까지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에 관람석에서는 뜨거운 응원이 쏟아졌다. 입상자에게는 타이어뱅크 제공 타이어 교환권이 전달되며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2,500명이 만든 스포츠 축제 - 가족이 함께 뛰고, 응원하다

이번 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2,500여 명의 선수와 학부모가 참여하며 명실상부 국내 최대 규모의 줄넘기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올해는 전국 줄넘기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센서 기반 계측 시스템을 정식 경기장에 도입해 공정성과 정확성을 크게 높였다. 관람석 구성, 무대 연출, 경기 진행 방식도 체계화되며 줄넘기가 단순한 운동을 넘어 하나의 '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국내 최초로 무선 중계시스템 라이브유를 통해 DAUM SPORTS에서 9시간 라이브로 생중계를 한 것도 중계방송 역사에 또 한 획을 그은 것이다.

무선 중계시스템 '라이브유' 등 첨단 장비로 중계방송의 품질도 고도화했다. KBSN 제공

"줄넘기는 이제 대한민국 생활스포츠의 중심" - KBSN의 비전

KBSN 관계자는 "이번 대회는 기록의 공정성과 경기 환경을 갖춘 첫 줄넘기 경기장이었다"며 "앞으로도 AI 기반 계측 시스템과 정식 경기장 운영을 확장해 줄넘기가 대한민국 생활스포츠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후원사 MG새마을금고 역시 "은성 군과 같은 아이들의 도전은 지역사회와 우리 모두에게 큰 울림이 되었다"며 청소년들의 꿈을 응원하는 의지를 전했다.

종목별 출전한 선수들이 기록 경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국 줄넘기 지도자협회 제공

한 줄 한 줄 넘으며 쓴 새로운 이정표

한 줄 한 줄 넘을 때마다 긴장과 노력, 그리고 성취가 함께했던 이번 대회.

줄넘기는 더 이상 단순한 체력 활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희망이었고, 성장이었으며, 포기하지 않는 스포츠 정신 그 자체였다.

김은성 군의 우승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아픔 속에서도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다는 것, 작은 줄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전부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도전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불가능은 없다는 것.

경기 시작 종이 울리기를 기다리는 선수들. 한국 줄넘기 지도자협회 제공

정부세종청사 체육관에서 시작된 이 변화는 대한민국 줄넘기 문화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병실과 경기장을 오가며 줄을 놓지 않았던 14세 소년의 빛나는 도전이 있었다.

각 종목별 우승트로피와 상패. 한국 줄넘기 지도자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