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지능형 산림과학지식서비스'로 등산길 날씨를 알아보는 이미지. AI생성 이미지
주말 산행을 계획한 등산 동호회 회원이 당일 아침 국립산림과학원 '산림과학지식서비스 (know.nifos.go.kr)'에 접속했다.
"지리산 노고단 날씨"를 검색하자 실시간 산악기상 데이터가 화면에 떴다. 현재 기온 영하 3도, 체감온도 영하 8도, 풍속 초속 12미터. AI 시스템은 여기에 과거 동절기 노고단 기상 패턴까지 분석해 "오후 2시 이후 강풍 주의"라는 정보도 함께 제공했다. 동호회 회원은 산행 시간을 오전으로 앞당기고 방한복을 한 겹 더 챙겼다.
덕분에 안전한 산행을 마친 동호인들은 "예전엔 일반 날씨 앱만 봤는데, 산 위의 실제 날씨는 전혀 달랐다"며 "이제는 산악기상 데이터를 보고 나서야 산에 간다"고 말했다.
'AI 지능형 산림과학지식서비스'에서 연구자료를 찾는 모습. AI 생성 이미지
산림치유 프로그램 개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이모 대표는 최근 "피톤치드 농도와 스트레스 완화 효과"에 관한 연구자료를 찾고 있었다. 산림과학지식서비스의 AI 검색창에 간단히 키워드를 입력하자, 국립산림과학원이 20년간 수행한 관련 연구과제 15건, 논문 47편, 그리고 실제 측정한 원천데이터까지 한 화면에 정리됐다.
특히 수종별 피톤치드 방출량 측정 데이터, 계절별 변화 패턴, 삼림욕 효과 검증 실험 결과 등 구체적인 수치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AI 시스템은 여기에 해외 유사 연구 논문 23편까지 추천해줬다. 이 대표는 "민간 연구소에 의뢰하면 수백만 원이 들 데이터를 무료로 얻었다"며 "이 자료를 바탕으로 과학적 근거가 명확한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약 70년 쌓아온 산림과학 빅데이터의 보물창고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이처럼 AI 기술을 활용한 산림과학지식서비스를 본격 가동하며 약70년간 축적된 산림연구 데이터를 전면 개방했다. 연구자는 물론 등산객, 임업인, 사업자까지 누구나 방대한 산림과학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공개한 데이터베이스는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1958년부터 진행된 5,600여 건의 연구사업 정보, 논문·간행물·특허 등 연구성과물 25,000여 건, 조사·관측·분석 원천데이터 1,300여 건과 6개 분야 34종의 산림지식 데이터베이스가 한곳에 모였다.
데이터베이스의 핵심은 6대 분야로 체계화된 산림과학 전 영역이다. 산림자원 경영·육성 분야에는 수종별 생장 데이터, 조림 기술, 임업 경영 모델이, 산림재난·병해충 분야에는 산불·산사태 예측 모델과 병해충 발생 패턴 분석 자료가 담겼다. 산림환경 보호·보전 분야는 생물다양성 조사 결과와 기후변화 영향 연구를, 목재산업·공학 분야는 목재 물성 분석과 가공기술 연구를 포함한다. 여기에 산림유전·생명자원 분야의 유전자원 정보와 국내외 산림정책 연구까지 더해져 산림과학의 모든 것이 집약됐다.
특히 이번에 개방된 1,300여 건의 원천데이터는 연구의 출발점이 되는 조사·관측·분석 데이터로, 완성된 논문이나 보고서에는 담기지 않은 구체적 수치와 측정값을 포함하고 있어 2차 연구나 기술개발에 직접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I 지능형 산림과학지식서비스(know.nifos.go.kr)의 내용.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AI가 맥락을 읽고 답을 찾아주는 지능형 검색
새로운 서비스의 핵심은 AI 지능형 통합검색이다. 단순히 키워드가 포함된 문서를 나열하는 기존 검색과 달리, 사용자의 검색 의도와 문맥을 분석해 가장 필요한 정보를 우선 제공한다.
예를 들어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를 검색하면, AI는 방제 기술 연구논문, 실제 방제 효과 측정 데이터, 관련 특허정보, 방제 매뉴얼을 중요도 순으로 정렬한다. 여기에 내용 유사도가 높은 외부 논문과 특허 정보 약 13만여 건도 연계 검색되어, 국내외 최신 연구동향까지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
장기 연구과제의 경우 AI 자동요약 기능이 수년간의 연구 결과를 통합 요약보고서로 만들어주고, 시각화된 통계자료로 연구 흐름을 한눈에 보여준다.
실시간 관측부터 도서관까지, 산림정보 원스톱 포털
산림과학지식서비스는 과거 데이터뿐 아니라 현재 진행형 정보까지 제공하는 통합 포털이다. 전국 480개소 산악기상관측망의 실시간 기온, 습도, 풍향, 풍속, 강수량 데이터, 산림생태플럭스 관측자료, 산림 미세먼지 측정넷 데이터가 연계되어 있다. 산림과학도서관과도 연결되어 산림 관련 문헌자료에 즉시 접근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연구데이터플랫폼 DataOn(dataon.kisti.re.kr)과도 연동되어, 타 분야 연구데이터와의 융합 연구도 가능해졌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산림분야 빅데이터·AI 활용 창업경진대회 수상자 기념 촬영(2025,9,16). 산림청 제공
귀농·귀촌 준비자와 임업인은 특정 임산물의 재배기술, 병해충 관리법, 가공기술을 상세히 검색할 수 있다. "표고버섯 재배"를 검색하면 골목재배와 톱밥배지 재배의 수량 비교 데이터, 해충 방제법, 건조 및 가공기술까지 수십 년간의 연구 노하우가 펼쳐진다. 실패 위험을 줄이고 과학적 영농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목재·바이오 산업 사업자는 수종별 목재 물성 데이터, 가공기술 특허, 바이오소재 추출 연구를 활용해 신제품 개발과 품질 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원천데이터에 포함된 목재 강도, 함수율, 수축률 등의 측정값은 제품 설계 단계에서 직접 적용 가능한 실용적 정보다.
산림치유·관광 사업자는 수종별 피톤치드 방출량, 산림욕 효과 검증 데이터, 치유 프로그램 사례를 바탕으로 과학적 근거를 갖춘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산림청 인증을 받기 위한 기초자료로도 활용 가능하다.
학생과 연구자는 선행연구 조사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AI가 유사 연구를 자동으로 추천하고, 외부 논문까지 연계 검색해주어 문헌 고찰의 폭과 깊이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등산객과 산림 애호가는 실시간 산악날씨 확인으로 안전한 산행을 계획하고, 산림 미세먼지 측정넷으로 청정 산림지역을 찾아갈 수 있다. 산불위험예보와 산사태 정보도 함께 제공되어 안전한 산행의 필수 도구가 된다.
환경교육 교사와 활동가는 기후변화와 산림생태계 변화, 생물다양성 보전 등에 관한 장기 모니터링 데이터를 교육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수십 년간 축적된 데이터는 환경변화의 증거로서 생생한 교육 콘텐츠가 된다.
통합 KNOW(AI 지능형 산림과학지식서비스)개편 홍보용 인포그래픽.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열린 산림과학, 학계·민간·산업계의 연구 및 기술개발 촉진에 기여
김용관 국립산림과학원장은 "연구데이터 개방과 AI 지능형 서비스 오픈을 통해 AI 시대의 열린 연구환경을 조성하고 산림과학 분야의 혁신을 앞당기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양질의 연구데이터 확보와 AI 기술접목을 통해 산림과학 정보의 가치와 활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림과학지식서비스는 별도 회원가입 없이 누구나 접속해 기본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일부 상세 데이터나 원문자료는 간단한 이용신청을 거쳐야 할 수 있다. 서비스 이용 관련 문의는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기획과(02-961-2595)로 하면 된다.
약 70년간 쌓아온 산림과학의 지혜가 AI의 힘을 빌려 국민 모두에게 열린 지식의 숲으로 거듭났다. 연구실 안에 갇혀 있던 데이터가 산으로, 마을로, 기업으로 흘러가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