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BNBP 비즈니스 포럼'에서 홍현종 KBCSD 사무총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전 세계 야생동물이 1970년대 대비 73% 감소했다. 지구의 동물 넷 중 셋이 사라진 셈이다.

세계은행은 2021년 보고서를 통해 생물다양성과 자연자본 손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030년까지 연간 약 2조 7천억 달러(약 3,780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경고했다.

인간을 포함한 현재 생태계 기반이 크게 붕괴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사회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UN은 2022년 생물다양성협약(CBD)을 채택하며 2030년까지 육지와 바다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훼손된 생태계의 30%를 복원해 생물다양성 손실을 중단하고 회복하자는 목표를 제시했다.

내년 개최 예정인 제17차 유엔 생물다양성 당사국총회(UN CBD COP17)에서는 각국의 생물다양성 보전 목표와 이행 현황 제출이 요구된다.

인사말을 하고 있는 기후에너지환경부 김경석 생물다양성과장

이러한 배경 속에서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공동으로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2025 BNBP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했다. 국내외 생물다양성 이슈와 주요 규제 동향을 파악하고, 기업들의 실질적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국제 협상의 재편, DSI와 칼리기금이 핵심

유전자원의 DSI 국내외 동향과 시사점을 설명하는 이지연 환경연구관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기후에너지환경부 유전자원정보관리센터 이지연 환경연구관은 UN 생물다양성 협상과 다자기금 체계를 중심으로 국제 질서 재편 현황을 설명했다. 특히 DSI(디지털 염기서열 정보:Digital Sequence Information)와 칼리기금이 새로운 국제 질서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은 대기업 중심이 아닌 '네이처 파이낸싱' 분야의 글로벌 표준과 담론 선도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관련 인사로 참여한 AI 스타트업 창업자가 칼리기금에 최초로 1,000달러를 기여하면서 소규모 기업도 참여 가능한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기존의 매출·이익 기반 모델 대신 제품 기반 모델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연구관은 자연자본이 이중의 중대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EU는 혁신기술 기반 재원조성에 우호적인 반면, 일본은 한국과 유사하게 자국 산업 보호를 우선하면서도 정부-민간-경제단체가 유기적으로 대응 중이다. 노르웨이는 자국 산업을 기준으로 최소 330억 원 규모의 기여 가능성을 분석했다.

주목할 점은 DSI 관련 특허 분석에서 한국 기업과 기관이 1,248건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향후 기여 대상국 및 기업군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WIPO는 유전자원 출처 명시를 의무화하고, FAO는 식량 유전자원의 정액제 이익 공유 방식을 논의 중이며, 팬데믹 협약과 공해 생물다양성 협정도 다자기금 납부 구조를 제도화하고 있다.

김민석 처장이 '환경복원사업의 기업참여 방안과 실적인정 기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환경복원, 기업 참여의 실질적 틀 마련

한국환경보전원 생태복워사업추진단 김민석 처장은 기업이 환경복원과 생물다양성 보전에 참여할 수 있는 체계와 성과 인정 기준을 소개했다. 최근 완료된 아산 선장포 철새 서식지 복원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환경보전원·아산시·기업이 협력해 훼손된 습지를 철새 서식지와 생태 탐방로로 복원했으며, 시민과 어린이를 위한 생태 체험·교육 기능까지 갖췄다.

이러한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올해 6월 '기업-환경 얼라이언스'가 발족했다. 연말 운영 규정을 확정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기업과 기관이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협의체는 분기별 실무회의를 통해 확대되며, 내년까지 기업들의 참여 수요를 조사해 매칭을 추진한다.

김처장은 중소기업참여 확대방안을 제시했다.

많은 기업, 특히 중소기업이 생물다양성 분야 전문성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환경보전원은 전담 대기업과 전문가를 연결해 기획·설계·내부 설득 자료 작성 등을 지원한다. 사업 실행 후에는 준공검사와 연차별 평가를 실시한다.

실적 인정은 사업 완료 후 매년 이루어지며, 기업의 경영공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복원 면적, 활동 내용, 예측 탄소흡수량, 오염물질 저감량 등 정량적 지표와 생태계 개선 효과, 시민교육 및 거버넌스 기여도 등 정성적 지표를 함께 평가한다. 장기적으로는 우수 사업을 생물다양성 크레딧 등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LG의 ESG경영 학습모임과 주요활동을 설명하는 김태우 LG CNS 파트너

LG, TNFD 기반 자연자본 영향도·의존도 분석

LG CNS 김태우 파트너는 ESG 경영 내재화를 위한 SRT(스페셜 리서치 팀) 학습·연구모임 운영 사례를 공유했다. LG는 기업 활동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도와 자연에 대한 의존도를 동시에 분석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해운·물류 산업을 사례로 한 TNFD(자연 관련 재무 정보 공개) 기반 평가에서 하나의 항로를 선정해 해당 구간이 해양보호구역, 생태적·생물학적 중요 지역, 해양 포유류 보호 구역 등 민감 지역과 얼마나 접점이 있는지를 스크리닝했다. 컨테이너 선박 운항을 중심으로 소음공해, 외래종 유입, 온실가스 배출, 해양오염물질, 폐기물 등을 주요 환경 영향 요인으로 도출했으며, 이 중 소음과 외래 침입종 문제가 가장 높은 중요도를 보였다.

TCFD와 TNFD 비교

의존성 분석에서는 물이 핵심 요소로 나타났다. 강우량, 가뭄, 홍수, 해수면 변화, 수로의 수심 저하 등 수자원과 수환경 변화가 운항과 물류비용, 운영 안정성에 크게 작용한다. 실제로 파나마 운하 수위 저하 사례처럼 수환경 변화는 선박 운항 축소, 추가 비용, 우회 발생 등 재무적 부담으로 연결된다.

LG는 이러한 분석을 물리적 위험과 전환 위험으로 구분하고 재무적 영향까지 측정하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향후 로드맵은 준비 단계, 도입 단계, 고도화 단계로 구분되며, 생물다양성까지 포함하는 TNFD의 특성상 최소 5~6년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자연자본 관리와 생물다양성 보전 사례를 설명하는 김정연 ERM 이사

글로벌 기업들의 네이처 포지티브 전략

ERM의 김정연 이사는 글로벌 기업들의 자연자본 관리와 생물다양성 전략 구축 사례를 소개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네이처 포지티브(생물다양성 회복)을 목표로 재생농업 전환, 산림 전환, 자연기반해법, 생물다양성 복원, 물 관리 및 유역 복원, 순환자원·바이오 기반 소재 전환 등 6대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네슬레는 재생농업을 통해 토양 건강 회복과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며 2030년까지 재생농업 원료 비중 50%를 목표로 한다. IKEA는 책임 있는 목재 조달과 산림 복원에 집중하며 포레스트 포지티브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쉘은 세네갈 맹그로브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생태계 회복과 탄소흡수 효과를 동시에 추구한다.

네슬레는 SAIN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농부들의 지속가능한 농업실천을 지원해왔다

김 이사는 "자연 이슈는 더 이상 CSR이 아니라 핵심 경영 전략의 일부"라며, 기후 전략과 마찬가지로 자연자본 관리도 이사회와 의사결정 체계에 통합되어야 하며, 단기 보전 활동을 넘어 장기적 생태 복원과 비즈니스 구조 전환으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미토모 화학, 400년 기업 철학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

400년 역사의 일본 스미토모 화학의 사례도 이번 포럼에서 소개됐다.


일본 스미토모의 야마모토 쿄코 팀장은 400년 역사를 가진 스미토모 그룹의 사례를 소개했다. "사업은 자신의 이익과 동시에 사회에도 이익이 되어야 한다"는 기업 철학 아래 환경문제 해결을 통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해왔다.

스미토모 화학 그룹의 생물다양성 행동지침은 생물다양성 보전에 머무르지 않고 생물다양성·자연자본의 보전·재흥을 향해 추진하며, 책무와 공헌의 양면을 보면서 대응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탄소중립과 순환경제를 통합적으로 보면서 사람과 자연이 공생하는 사회를 목표로 네이처 포지티브를 향한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 전문가들이 글로벌 생물다양성 이슈에 대한 대응 전략을 모색한 자리

기업, 세계 경제의 50% 이상을 자연자본에 의존

이번 포럼은 UN과 국제사회가 각국의 GBF 이행을 위해 자연관련정보 공시, DSI 이용 분담금 의무화 등을 논의하는 가운데, 글로벌 규제 도입 관련 협상 동향과 기업들에게 미칠 영향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정부의 국가생물다양성 목표 달성을 위한 자연환경복원법 개정안 추진 현황과 기업들의 정보 공유 및 대응전략 수립 방안도 논의됐다.

세계경제포럼은 기업이 세계 경제의 50% 이상을 자연자본에 의존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생물다양성 이슈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경영 과제가 됐다. 이번 포럼은 기업, 정부,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 간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생물다양성 위기 대응을 위한 실질적 전략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