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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노후 저층주택 집수리 지원사업 '새빛하우스'. 수원시 제공
시민이 제안한 복지사업을 시민과 함께 추진하는 수원의 복지모델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가구 구조의 변화로 부양과 돌봄의 사회적 책임 강화가 요구되는 시대에 새로운 복지모델의 방향을 제시하는 모습이다.
생활·주거·의료 등 8대 16종 돌봄서비스 제공
9일 경기 수원시에 따르면 2022년 8월 21일 권선구의 다세대주택에서 투병 생활을 하면서 생활고를 겪던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긴급생계지원이나 주거지원,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혜택 대상에 해당할 수도 있었지만, 복지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고, 실제 주거지가 주소 등록지와 달라 서비스에서 완전히 소외된 채 비극을 맞았다.
이 사건 이후 수원시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지방자치단체의 현장 대응력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하는 한편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구축하고 의료·요양·돌봄 등 복합적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복지 정책을 통합한 '수원새빛돌봄 서비스'를 마련했다.
이 서비스는 생활돌봄, 동행돌봄, 주거안전, 식사지원, 일시보호, 재활돌봄, 심리상담, 방문의료 등 크게 8개 분야로 나뉘어 제공된다.
분야마다 신체활동·가사활동 지원, 병원동행·일상생활 업무동행, 대청소·소독방역, 일반식·죽식 제공, 단기보호·반려동물 일시보호, 맞춤형 운동재활, 성인과 아동 및 청소년 상담·중독관리 상담, 본인부담금 지원 등 16종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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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대상은 돌봄이 필요한 시민이면 누구나 해당하며 중위소득 120% 이하인 경우 연간 150만원 이내로 지원한다.
서비스 제공기관은 장안구 12곳, 권선구 14곳, 팔달구 13곳, 영통구 8곳 등 모두 47곳이다.
시민이 제안한 등하교 동행·시민이 참여하는 임신부 지원
이처럼 시에서 정책을 마련해 제공하는 경우와 달리 시민이 제안한 사업이 복지서비스로 개발된 사례도 있다.
2024년 시작된 식사배달 서비스는 돌봄 공백으로 식사지원이 필요한 시민이 대상자로 중위소득 120% 이하 시민 중 수발자가 없는 상황에서 질환·부상 등으로 건강이 악화한 시민, 장기요양·복지관 식사 배달 등의 서비스 대기 기간 중 지원이 필요한 시민을 대상으로 최대 90일 동안 60식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3월 8개 동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한 이후 만족도가 높아 같은 해 11월부터 모든 동에서 확대 시행 중이다.
초등저학년 등하교 동행 서비스도 시민이 제안한 사업으로 올해 7월 10개 동에서 시범 운영한 이후 최근 초등학교 주변에서 발생한 아동 유인 시도 사건 등으로 인한 불안감 해소를 위해 지난달부터 모든 지역에서 확대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초등학교 1∼2학년 자녀를 둔 보호자가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자녀 등하교 동행이 어려울 때 지역의 특성을 잘 알고 활동 경험이 풍부한 통장,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등이 등교와 하교 시 함께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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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돌봄공동체 조성 사업은 임신부가 지원 대상이자 태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서로 육아 노하우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는 등 사업에 직접 참여하도록 한 시민참여형 복지서비스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시에 거주하는 중위소득 150% 이하 임신부 175명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데 시는 이들에게 출산 준비 클래스, 가사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이들은 삼삼오오 공동체를 이뤄 소통을 지속하며 서로 도움을 주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20년 넘은 노후 주택 수리비 지원…이재준 "복지계정 통합해야"
노후화 주택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 노후 저층주택 집수리 지원사업인 '새빛하우스'도 눈길을 끈다.
사용승인일 기준 20년 이상 지난 단독주택과 다세대, 연립 등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한 이 사업은 주택성능 개선 공사, 전기공사, 재해방지 시설 설치 공사 등에 필요한 공사비의 90% 이내에서 최대 1천200만원을 지원한다.
2023년 305호를 대상으로 시작해 올해까지 2천100가구에 달하는 노후주택이 개선됐다.
국토교통부는 이 사업이 도시재생의 효과도 있다고 보고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평가해 수원시를 '2025년 대한민국 도시대상' 대통령상 수상 도시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기존 복지제도의 공백과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생활밀착형 돌봄 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우리 시의 복지정책을 새롭게 가다듬어 운영하고 있다"며 "수원시는 앞으로도 시민들과 함께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적극적인 복지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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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빛하우스 1천호 달성 성과 포럼. 수원시 제공
그는 "나아가 현재 900여개에 이르는 우리나라 복지계정 중 100여개의 현금성 복지계정은 9개로 통합 가능한데 이를 통합하면 대상자에게 목돈을 일시 지급하는 기본소득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 신청하지 않아도 자동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 수요자 중심의 복지 전달체계를 이룰 수 있어 복지계정 통합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