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숙 이산 부사장(중앙) 사회로 진행된 '2025 BNBP 포럼' 종합토론

기업들이 글로벌 공시 프레임워크에만 의존하기보다 본업과 연계된 실질적 생물다양성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2025 BNBP 비즈니스 포럼'토론에서 나온 국내 생물다양성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5일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이번 포럼을 열고 내년 UN CBD COP17을 앞두고 국내외 생물다양성 이슈와 규제 동향을 점검했다. 기업들의 실질적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인 만큼 이같은 진단은 향후 기업들의 생물다양성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본업 연계가 핵심, 형식 맞추기 경계해야

종합 토론회(왼쪽부터 한동욱 생태확회 수석 부회장, 박기숙 부사장, 송영근 서울대 교수)

㈜이산 박기숙 부사장이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서는 기업의 생물다양성 대응 전략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박 부사장은 "기업들이 유전자다양성, 종다양성, 생태계다양성이라는 생물다양성의 세 가지 핵심 요소를 명확히 이해해야 혼돈 없이 생물다양성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 송영근 교수는 TNFD(자연재무공시)가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와 함께 양대 공시 체계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기업들이 TNFD 프레임워크에만 매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환경성이 2023년 3월 TNFD 권고안보다 6개월 앞서 민간부문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사례를 언급하며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송 교수는 "스미토모화학의 발표처럼 기업이 본업과 관련 있는 생물다양성 사업을 통해 네이처 포지티브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가 중요하다"며 "TNFD의 틀에만 맞추려다 보면 오히려 기업의 상황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선박 항로의 자연 의존도 및 양향을 분석한 LG의 TNFD사례' 발표 자료

정량적 목표와 정확한 공간정보가 관건

송 교수는 기업의 생물다양성 활동 목표를 정량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글로벌에서 제공하는 여러 분석 틀을 사용하지만, 이미 고도화되어 있는 국내 공간정보와 비교했을 때 정확도가 떨어지면 목표 설정이 분명해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법적 규제에만 대응하는 수준이 아니라, 지금의 상황을 기회로 삼아 새로운 사업을 기획할 때부터 본업과 연계된 좋은 활동을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특히 생태전문가와 경영전문가들의 협업이 앞으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생태학회 한동욱 수석부회장 역시 공간정보의 해상도 문제를 지적하며 "기업의 로케이션에서 생물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고, 기업의 리스크 평가를 통해 지역사회의 요구사항들이 반영되어야 하기에 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낮은 해상도 글로벌 툴, 대안 마련 시급

TNFD 홈페이지 캡처

박기숙 부사장은 기업들이 TNFD 형식에 끼워 맞추는 실정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에서 제공하는 로케이션 분석 툴 자체의 해상도가 엄청 낮아서 국내 공간지리정보 수준을 못 따라가는데도 불구하고, 로펌이나 회계사무소에서 지속가능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글로벌 지도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며 대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생태·경영 전문가 협업이 미래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글로벌 프레임워크를 참고하되, 본업과 연계된 실질적 생물다양성 전략을 수립하고 정확한 국내 공간정보를 활용해 정량적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생태전문가와 경영전문가의 협업을 통해 법적 규제 대응을 넘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