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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 산림부산물 활용 특별전. 국립수목원 제공
“겨울 정원 속 두 개의 의자” — 자연이 잠들며 남긴 숨결
유리온실 사이로 스민 겨울빛이, 마른 가지 위에 남은 마지막 열매들을 조용히 비춘다.
그 사이에 놓인 빨간 의자와 노란 의자는 마치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는 초대장 같다.
붉은 열매는 겨울의 심장처럼 또렷이 뛰고, 흩어진 솔방울과 말라버린 꽃대는
흙으로 돌아가기 전 잠시 머무는 생명의 잔향처럼 빛난다.
버려진 줄 알았던 가지와 나뭇잎, 떨어진 껍질들이 이곳에서는
한 폭의 겨울 정원을 이루며 “사라짐도 다시 꽃이 된다”는 말을 건넨다.
빨간 의자는 계절의 열정을, 노란 의자는 햇살의 따스함을 품고
관람객이 앉아 자연과 속삭이기를 기다리는 듯하다.
산림 부산물로 만든 곤충호텔. 국립수목원 제공
“곤충호텔” — 작은 생명들을 위한 목재의 성당
원목 조각들을 층층이 쌓아 만든 이 곤충호텔은
마치 숲의 숨결을 박아 넣은 작은 성소 같다.
나이테를 고스란히 품은 조각들, 구멍마다 햇빛을 모으는 둥근 목편들,
벌과 딱정벌레의 집이 되어줄 미세한 틈들은
시간이 깎아 만든 조형미와 자연의 논리를 그대로 담고 있다.
그 위에 얹힌 빨간 열매 한 가지는
마치 "겨울에도 생명의 문은 닫히지 않는다"고 말하듯
작은 불씨처럼 빛난다.
도시 한복판에서도 숲의 생명순환이 이어지길 바라는
작은 기도의 형태처럼 보인다.
‘자연의 순환, 생명을 잇다’
10일부터 국립수목원내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로비에서 열리는 특별전 '자연의 순환, 생명을 잇다'는 기후변화 시대의 새로운 산림 관리 철학을 관람객에게 제안한다.
낙엽, 낙과, 고사목, 전정 가지 등 그동안 ‘버려졌던’ 부산물들이
이곳에서는 누군가의 서식처가 되고, 장식품이 되고, 예술 작품이 된다.
솔방울로 만든 모빌은 겨울 바람을 따라 천천히 흔들리며
숲이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곤충호텔은 작은 생명의 귀환을 기다리는 숲의 창문처럼 놓여 있다.
전시를 찾는 이들은 자연 속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이
새로운 쓰임을 얻으며 생명을 다시 잇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는 단순한 업사이클링 전시를 넘어
“기후변화의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다시 바라봐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진다.
이번 전시는 예술과 생태, 감성과 과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국립수목원이 앞으로 펼쳐갈 생물다양성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다.
겨울 수목원의 고요 속에서,
관람객은 숲의 마지막 잔해들이 어떻게 다시 ‘생명’이라는 이름을 얻는지를
천천히, 깊이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