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역할을 '탄소통조림'으로 표현한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기후 위기를 통조림으로 막자!’라는 주장은 뜬금없을 수 있다.

하지만 ‘탄소’를 붙여 ‘탄소 통조림’이라 하면 설득력 있는 제안이 된다.

나무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저장하는 '탄소 흡수원' 역할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용어로, 산림의 탄소 저장 능력을 활용하여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를 완화하려는 노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200년 만의 폭우에 폭염까지, 또 태풍의 위협은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게 현실이다. 기후 위기가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일상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이를 체계적으로 대비하자고 강조하고 전략을 추진해 온 (사)한국조경협회(회장 남은희)를 찾았다. 지금까지의 경과를 살펴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해 보기 위해서다.

김철홍 (사)한국조경협회 미래사업추진단장(왼쪽)과 이형철 어반톡 대표가 조경분야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기후 위기 시대, 조경이 선도한 탄소중립 전략

이형철 어반톡 대표(이하 이 대표) : “기후 위기 시대에 생태 문명을 선도하는 공간 복지 조경”을 비전으로 2022년에 제시한 ‘조경 진흥 기본계획’에는 현재의 문제를 잘 풀어나갈 수 있도록 밀도 있는 계획을 구성했어요?”

김철홍(사)한국조경협회 미래사업추진단장(이하 김 단장): “지구적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조경 분야가 단순한 환경 미화 차원을 넘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견인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요. 국토교통부가 2022년에 수립한 ‘5개년 법정 조경 진흥 기본계획’은 바로 이 전환의 기초를 놓는 청사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도전 앞에서 가장 확실하고 지속 가능한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우리 손안에, 우리 일상 속에 있다. ‘기후 위기는 통조림으로 막아야 한다’라는 기발한 표현이 단순한 은유를 넘어 국가 정책의 핵심이 될 수도 있는 이유다.

전국의 산림이 저장한 18억 톤의 탄소가 540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는 것은 숫자로만 보면 추상적이다. 하지만 내가 심은 나무 한 그루가 자동차 수십 킬로미터 분의 탄소를 흡수한다고 생각하면 구체적이고 실감 나는 기여가 된다.

이 대표: “협회에서는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해법'을 제시하고 공원·녹지·가로수를 하나의 거대한 '탄소 흡수 네트워크'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지요?”

김 단장: “비전을 제시하고 그 목표를 달성 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조경협회는 2022년 국토부의 5개년 계획에 따라 각 추진 전략과 정책과제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노력해 왔습니다.”라며 “그중에서도 첫 번째 전략으로 제시된 ‘기후 위기 대응형 공공조경 선도 사업 추진 강화’는 공원과 녹지를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닌 탄소 흡수원, 도시 생태 복원지, 국민 건강을 지키는 생활 SOC(사회간접자본)로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습니다.”라고 덧붙였다.

'2022년~2026년 5개년 법정 조경 진흥계획'.(사)한국조경협회 제공

재난 대응을 위한 또 하나의 반석 ‘조경협회의 체계적인 전략 수행’

국토교통부가 세운 계획의 핵심은 '기후 위기 대응형 공공조경 선도 사업 추진 강화'라는 전략 아래 두 가지 정책과제를 설정한 것이다. 첫째는 탄소 흡수원 공원·녹지 계획 지원 사업이고, 둘째는 국가도시공원 선도 사업 추진이다.

도시 곳곳의 공원·녹지·가로수·하천변을 연결해 ‘그린인프라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하고 기능을 고도화했다. 이는 개발 과정에서 훼손된 녹지의 생태적 기능을 복원하는 동시에, 탄소 저장량을 높이고 기후 재난에 대한 도시의 회복력을 높이는 작업이다.

특히 ‘그린인프라 정보체계’를 구축해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탄소중립형 공원 조성 기술 연구도 병행해 스마트 생태도시의 기반을 다졌다.

또 도시공원의 역할은 단순한 쉼터를 넘어, 스마트 공원으로의 진화를 준비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공원 내 탄소 저감 효과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생태계 서비스 평가를 제도화하는 시도가 포함됐다.

이와 함께 ‘탄소중립형 조경모델’을 실증하고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다. 기존의 공원을 단순 보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탄소흡수·생물다양성·열섬 완화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재구성했다. 이는 도시민의 체감 환경을 개선하면서도 국가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이대표 :“기후 온난화에 대비한 나무심기를 예로 들었지만 조경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필수 공공재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네요?"

김 단장 : “지난 2022년부터 내년까지 추진될 기본계획은 조경이 단순히 도시 미관을 책임지는 보조적 영역이 아니라, 탄소중립과 생태 문명 전환의 전면에 나서는 주역임을 선언하는 의미를 가졌습니다. 산불이나 개발로 훼손된 산림을 복원하는 것은 단순히 자연경관을 되살리는 일이 아닙니다. 이는 거대한 탄소 저장 시설을 재가동하는 것과 같은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조경협회는 정부 기관, 학회, 업계 등과의 소통을 강화했고 TFT팀과 자문단을 구성해 분야별로 현안을 파악하고 상생의 구조를 시스템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김철홍 단장은 조경진흥법 개정과 국토부 산하의 전담부서 신설을 위해 조경계가 대동단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적·제도적 뒷받침으로 확산 가속화

이 대표: “하지만 범 조경 전문가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개인의 자발적 참여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이를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요?

김 단장: “조경 관련 전문가들은 나무의 중요성을 이미 국민 모두 알고 있지만, 실제 사업을 추진할 때는 법적 근거 부족이나 예산 확보의 어려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조경협회는 △조경산업에 종사하는 조경사업자를 현실에 맞게 개정 △조경의 기본원칙에 대한 규정 마련 △다른 법률과의 관계 규정 개정하여 조경진흥법의 실효성 제고 △공공 조경의 품질 향상을 위한 설계 공모 근거 마련 △ 관련 예산 확보 근거 마련 등 '조경진흥법' 개정추진 사유를 정리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경협회에서 현행법과 개정안의 대조표까지 만들었고 이제는 관계기관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이 대표 : 법이 마련되면 국가 사업을 설계하고 예산을 책정해 추진력을 높이는 전담부서 구성도 이어져야할 것 같은데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있습니까?

김 단장 : "조경협회에서는 국토교통부내 녹색조경과 신설과 지방 국토관리청내 조경국을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기존 조직 구조는 도로국이 중심이 되어 교통 인프라 중심의 정책을 추진해왔어요. 하지만 기후 위기 대응이 국정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면서 녹색 인프라에 대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해졌어요. 이에 따라 조경계는 국토부의 조직 개편이 빨리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국토교통부의 '조경 진흥 기본계획'은 범 조경계 모두가 반기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실제 실행률은 저조하다. 가장 큰 원인은 전담 조직과 예산 부족이다. 아무리 훌륭한 계획이라도 이를 뒷받침할 조직적 기반 없이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국토 공공조경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조경 정책과 집행을 담당할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다. 이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다. 그동안 개발과 건설 중심이었던 국토정책이 보전과 복원,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이라는 전 지구적 과제 앞에서 국토정책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조경담당부서 신설은 정책 방향 전환의 구체적 실행 방안이다.

조경협회 집행부가 사업 결과를 분석하고 사업계획을 공유하는 워크숍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한국조경협회 제공

'전국토의 공원화' 비전 실현 기대

새로운 조직을 통해 '전국토의 공원화'라는 거대한 비전이 현실화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시 녹지 확충을 통한 탄소 흡수 능력 향상, 극한 기후에 대한 도시 회복력 강화 등 기후위기 대응 효과가 클 것이다.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조경 정책을 통해 지역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조경인들은 오랫동안 체계적인 정책 지원 부재로 어려움을 겪어온 조경 분야가 드디어 국가 정책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을 기회가 마련되어 가는 분위기라며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어떤 조직 체계로 구성되고, 어떤 사업을 우선 추진해 이 거대한 비전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기후 위기 대응과 지역 균형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