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 남악신도시 남악중앙공원. 오른쪽 멀리 전남도청이 보인다.


시간의 나이테가 채 두꺼워지지 않은 젊은 도시, 전남 무안 남악신도시.

2005년 전라남도청이 광주의 109년 역사를 뒤로하고 새롭게 깃발을 꽂은 행정의 중심지다. 도시계획 단계부터 녹지 비율을 30% 이상 확보하며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꿈꿨던 남악신도시의 심장부에는, 시민의 숨결과 여유를 책임지는 초록의 공간, 남악중앙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공원은 행정타운의 긴장감을 포근히 감싸 안는, 도시의 부드러운 허파와 같다.

11월 17일, 완연한 늦가을의 정취가 대지를 감도는 날, 공원을 찾았다. 계절은 이미 퇴색의 시간을 알리고 있었으나, 남악중앙공원의 풍경은 시간을 거부하는 듯 황홀한 생명력으로 빛나고 있었다.

늦가을 국화향이 공원 전체를 감싸고 있다.


수많은 국화가 알록달록한 색채의 물결을 이루며, 공원 전체를 계절을 잊은 듯한 거대한 야외 전시장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이는 매년 이맘때 남악 일원에서 펼쳐지는 '무안 YD 페스티벌'을 비롯한 지역 축제와 연계된 국화 전시의 잔향이었다.

축제는 막을 내렸으나, 그 흔적은 오히려 늦가을의 쓸쓸함을 밀어내고 더욱 찬란한 예술 작품이 되어 남아 있었다.

공원의 다양한 조형물. 꽃을 실은 관람차를 비롯, 기차 조형물도 보인다.


멈춰 선 꿈의 여정, 꽃으로 빚은 놀이동산

공원 곳곳에 설치된 화려하고 재치 있는 조형물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일상에서 벗어난 판타지 속으로 초대하는 듯했다.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꽃 조형물들은 셔터를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법을 부렸다.

하트모양의 장식물엔 설렘도 있다.


붉고 노란 국화 꽃잎으로 섬세하게 장식된 대형 기차는 멈춰 섰지만, 금방이라도 꽃밭을 가로질러 꿈의 세계로 떠날 듯한 설렘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하늘에 닿지 못할 꿈을 맴돌 듯이 서 있는 관람차가 늦가을의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 있었다. 관람차의 바구니마다 가득 채워진 오색의 국화는, 마치 도시에 사는 이들의 소망을 하나하나 담아 하늘로 올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무안의 특산물 양파를 형상화한 조형물. 이 조형물은 천천히 회전하며 웃음을 사방으로 날린다.


무안의 특산품인 양파를 형상화한 거대한 꽃 조형물은 익살스러운 표정과 통통한 형태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농경 사회의 풍요로움이 현대 도시의 예술적 감각과 만나, 익숙한 소재에 생명의 활력을 불어넣는 창조적인 순간이었다.

이 꽃 양파는 도시의 삭막함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대지의 정직한 미소를 상징하는 듯했다.

국화향 못지 않게 형형색색의 조형물도 공원을 예쁘게 만들고 있다.


가을의 끝에서 만난 사랑과 희망

공원은 붉은 단풍과 노란 은행잎이 엮어내는 자연의 색채와, 인간의 손으로 빚어낸 국화의 인공미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장이었다. 특히,하트 모양의 구조물은 이곳을 찾은 모든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인형 조형물은 동심을 자극하고 있다.


터널 입구에 서면 늦가을의 차가운 바람이 순간 멈추고, 따뜻한 꽃향기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는 곧 남악중앙공원이 도시민들에게 선사하는 무형의 선물, 즉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인 것이다.

남악신도시는 고작 20년 남짓이지만, 이 공원은 도시민들의 삶에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었다. 늦가을의 황홀한 국화처럼, 이곳은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력과 희망을 전남 행정의 중심지에 불어넣고 있었다.

큰 소나무 아래에는 '깡통 로봇'이 설치돼 재미를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