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콘크리트 박필용 대표(오른쪽 첫번째)가 생산 자동화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전남 해남군 농공단지에 위치한 콘크리트 블록 생산 공장, 대흥콘크리트(주)를 찾았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생산동은 굉음 대신 묵직한 기계 진동만 남아 있었고, 자동화 라인의 팔레트 위로 다양한 블록이 일정한 간격으로 쌓여 나왔다. 사양산업이라는 인식과 달리 공장의 생산라인은 대부분 최신식이었다.

한 우물 20년, 해남에서 꿈을 이루다

박필용 대표이사는 2005년 대흥콘크리트(주)를 창업했다.

"해남은 저에게 제2의 고향입니다.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매력 있는 이곳에서 꿈을 이루고 싶은 열망이 큽니다."

박필용 대표는 2005년 대흥콘크리트를 창업했다. 처음부터 해남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 해남은 그에게 가장 중요한 터전이 되었다. 사업 초기, 4인 가족 모두가 밤낮없이 일하며 어려운 역경을 이겨냈던 순간을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으로 꼽았다.

"당시에는 콘크리트 제품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고 기술력도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를 통해 품질을 개선하고, 친환경 제품을 개발해 신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2022년 기준 50억이 넘는 매출을 달성하고, 고용 우수 인증과 경영 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지정받아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창업 20년을 넘은 대흥콘크리트는 해남뿐만 아니라 전남·전북·경남 일부까지 물류권을 형성하며, 100억대 가까운 우량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흥 콘크리트는 생산라인 전면 자동화해 생산력과 신뢰도를 높였다.

전남 유일 수준의 자동화 라인, '생산력'이 경쟁력

"3D(위험·힘들고·더러운) 업종이라 기피하는 경향도 있지 않습니까?"

취재진의 질문에 박 대표는 예상했던 질문처럼 답을 술술 내놓았다.

"그 말도 귀가 아프도록 들었지요. 요즘은 민원 사항이 더 많아져 신규진입은 불가능할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아요. 저희와 같은 기존 업체들이 생산 능력 향상과 신뢰도를 높여 부정적인 인식을 지워나가야만 하는 상황이지요."

박 대표는 오히려 이를 기회로 봤다. 2~3년 전부터 생산라인 전면 자동화를 완료했고, 그 결과 생산직 14명으로 70~80종 제품을 동시에 돌릴 수 있게 됐다. 매년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며 내년에는 다색블록 생산 단계에 맞춘 설비 교체도 계획하고 있다.

"그래도 해남에서는 다른 업종보다 유망하다고 보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여러 번 장비를 바꿨어요. 뒤처지지 않고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따라잡으면 시장은 더 성장합니다."

경기도와 영남 등 대형 업체가 포진한 지역에 비해 전남권은 인프라가 부족하다. 하지만 회사는 빠르게 신기술을 받아들이며 격차를 좁혔다. 국내외 선도 업체들이 신제품을 내면 바로 벤치마킹해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생산한다. 디자인과 품질을 따라가는 속도가 곧 경쟁력이다.

기술 개발 투자 20억, 4차 산업혁명 선도 기업으로

품질 보증 및 신제품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기술연구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2년 신기술 인증을 받았고, 한옥담장기술특허와 특허 우수 중소기업으로 선정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억이 넘는 기술 개발 투자를 했습니다. 이 투자는 단순히 매출을 늘리는 것 이상으로, 해남과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박 대표는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4차 산업혁명 선도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전 공정 집진시설을 완비하고, 실시간 환경데이터 자동 전송(IoT)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1억 원 규모의 방음패널도 설치했다.

"100% 완벽은 불가능하지만 줄이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민원이 많아지는 시대엔 환경이 곧 기업의 생존 조건입니다."

대흥콘크리트가 생산하는 바이오 식생 블록. 대흥콘크리트 제공


조경 제품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 개발할 터

회사 매출 구조의 97%가 관급 시장이다. 아파트 조경이나 민수 공사는 가격 경쟁이 심하고 예기치 못한 리스크도 있어 진입에 신중하다.

"타 시·도의 업체들이 내려와 덤핑하면 대응이 어렵습니다. 저희는 관급·조달 중심으로 가고 있어요, 해남 산이면 일대 AI 콜링센터 개발 등 SOC 수요가 증가해 지역 앞으로 시장 전망은 긍정적입니다."

현재 매출 비중은 토목이 주를 이루고 조경 제품은 10~20%정도이다. 박 대표는 저평가된 조경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고 컨트리매너블록, 투수블록, 다색블록 등 조경 분야에서 선호되는 제품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조경 시공사로부터 디자인 도면 제작을 요청받아 직접 제안하기도 합니다. 그림과 색 배합을 저희가 해주면 시공사는 그대로 시공만 하면 됩니다. 자연스럽게 협력관계가 생기죠."

보강토블록의 구조 계산까지 자체 지원해 기술 기반 조언도 제공하고 있다.

박 대표가 조경 블록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먹거리로 보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해남처럼 해안선과 마주한 지역이 많고 하천이 많은 농경 지역에서는 조경 블록에 대한 연구와 맞춤형 제품 생산이 필요합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제품 개발을 통해 시장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국가기반시설인 새만금 방조제, 국내 주요 항만 및 산업단지 조성에 필요한 핵심 자재를 공급하며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일조한 경험이 있어 조경 제품 생산에도 자신감이 있다.

박필용 대표는 '기술력과 품질로 승부한다'는 명확한 경영철학을 갖고 회사를 운영한다.

"원가 줄이기보다 품질이 먼저"

대흥콘크리트는 값싸게 만들기 위해 원자재를 낮추는 관행을 지양한다.

"현장에서 문제 생기면 그 피해는 결국 회사가 떠안습니다. 그래서 백화 방지 약품, 표면 코팅 등 비용이 들어도 필요한 공정을 생략하지 않습니다."

박 대표의 경영 철학은 명확하다. '기술력과 품질로 승부한다.'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고,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고객 만족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사양산업? "기술과 디자인이 발전할수록 시장은 더 성장한다"

업계에서는 블록 산업을 '사양산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한다.

"예전 점토블록이 거의 사라졌듯, 앞으로도 기술력 좋은 제품이 계속 등장할 겁니다. 설비 투자와 품질 혁신이 끝나면 그 기업은 곧 도태됩니다. 기술과 디자인을 따라잡으면 시장은 더 성장합니다."

대흥콘크리트는 해남군에 매년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다. 해남신문 제공

지역과 함께 가는 기업, 상생 경영 실천

제품을 잘 만들고 품질이 좋아진다고 지역 기업이 할 일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대흥콘크리트는 해남군에 매년 1천만 원씩 장학기금 기탁을 이어오고 있다.

박 대표는 강진군 청록회 회장을 맡아 지역 봉사활동을 주도한다. 사랑의 집짓기, 주거환경 개선사업 등을 통해 매년 1채씩 집을 지어주고 있으며, 회비로만 3~4억 정도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기업이 지역에서 도움 받아 성장했으면 지역에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 제 철학입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해남을 발전시키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보람됩니다."

대규모의 공장이 자리 잡아 지역의 경제 발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흥콘크리트는 사업장 안전을 위해 다각도의 안전대책을 세우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 "규제와 현실 사이의 균형 필요"

인터뷰 말미 박 대표는 최근 제조업계를 둘러싼 규제에 대해 토로했다.

"사고는 줄여야 합니다. 그러나 사업주가 누구보다 안전을 바라는 건 똑같아요. 외국인 근로자 관리도 노동부·산업인력공단이 더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고에 사업주 책임으로만 몰아가면 현장은 위축됩니다."

또한 원자재 공급 구조 개선을 중요한 정책 과제로 꼽았다.

"고품질 블록을 만들려면 좋은 골재가 필수인데, 석산 허가·환경 규제 등이 얽혀 자재 확보가 매우 어렵습니다. 품질 기준만 올려서는 현실적으로 맞출 수 없습니다."

대흥콘크리트는 친환경적인 개발에 주력하여 지역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왔다.

"해남에서 30년, 50년 가는 기업을 만들겠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박 대표는 잠시 말을 멈추고 이렇게 정리했다.

"기본은 두 가지입니다. 좋은 설비로 좋은 제품 만들기, 그리고 지역과 함께 가는 기업이 되기. 이 두 가지가 무너지지 않으면 30년, 50년 기업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해남을 넘어 전국으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기술력과 품질을 높여 해남의 위상을 높이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다.

"해남은 저에게 고향, 도전, 희망을 주는 곳입니다. 해남 군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해남의 미래를 밝게 비추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해남군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참여하겠습니다."

지혜를 기반으로 뭉친 한 가족 같은 팀워크는 대흥콘크리트의 최고 경쟁력이다.

해남이라는 지역적 기반, 자동화와 품질 중심의 전략,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상생.

약자였던 시절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성장하여 승승장구하는 '저스티스'처럼, 대흥콘크리트의 행보는 지역 제조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묵묵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