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어벤져스'엉망진창' 해단식. 국립수목원 제공
계단에서 자유분방한 포즈를 취하고 해단식 플래카드를 든 사람들은 각자의 개성을 드러낸 표정이다.
누군가는 양팔을 펴고, 누군가는 기둥에 기댄 채, 또 누군가는 튀는 스타일로 렌즈를 응시한다. 중앙 무대에 나란히 서서 '화이팅'을 외치는 통상적인 행사 사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지난 한 해 동안의 성과와 한계를 격의 없이 나누는 해단식 현장에서 포착된 이 자유분방한 모습은 '엉망진창'이라는 이름을 가진 혁신 모임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딱딱한 회의실 대신 소박한 아침 식사 자리에서 형식적인 보고서 대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엉망진창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격의 없이 나누는 해단식이다. 공직사회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이런 파격적인 모습은 '엉망진창'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이 펼친 그동안의 활동상을 엿보게 준다.
식탁에서 나눈 엉망진창 혁신 이야기. 국립수목원 제공
'엉망진창'은 '엉뚱하지만 망설임 없이 진지하고 창의적으로'의 줄임말이다.
언뜻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는 이름이지만, 그 안에는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하게 시도하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격려하는 조직문화를 상징하는 셈이다.
2월 발대식으로 시작된 혁신의 여정
2월 24일 개최된 국립수목원의 정부혁신 어벤져스 '엉망진창' 발대식. 국림수목원 제공
이 같은 활동을 펼쳐온 주체는 바로 산림청 국립수목원의 정부혁신 어벤져스 '엉망진창'이다. 지난 2월 24일 공직문화 혁신과 창의적 아이디어 실현을 위해 발대식을 가진 이 모임은 국립수목원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조직문화와 공직 관행의 고정관념을 깨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왔다.
발대식에서는 2024년의 주요 성과를 돌아보고 2025년 중점 추진 과제를 구체화했다. 전년도 성과로는 대한민국 최초 싱글몰트 증류소와 협업해 '정원 진(Gin) 국립수목원 에디션'을 출시한 것, 삼성전자 SDS와 함께 펼친 조직문화 혁신 캠페인, 표준화된 민원 응대를 위한 '민원족보' 제작·배포 등이 소개됐다.
세 기관 손잡고 생물다양성 회복 앞장
산림청 정부혁신 어벤져스 3개 기관(국립수목원 · 국립산림과학원 · 산림교육원) 합동으로 생물다양성 회복 앞장서 외래식물을 제거 하는 등 생태계 회복에 기여했다. 국립수목원 제공
발대식 이후 '엉망진창'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산림청 산하 기관 간 협업 프로젝트다. 지난 5월 30일 국립수목원 전시원 일대에서는 국립산림과학원의 '홍당무(홍릉에는 당연한 것이 없다)', 국립산림교육원의 '진접읍 타노스' 등 3개 기관의 정부혁신 어벤져스 단원 41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수목원 한 바퀴'로 명명된 이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외래식물 제거 활동을 펼치며 생물다양성 증진과 숲 환경 보호라는 공동의 가치를 실천했다. 단순한 봉사활동을 넘어 기관 간 소통과 혁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장으로 기능한 것이다.
이후에도 '엉망진창'의 활동은 계속됐다. 세계 책의 날을 맞아 '국립수목원 나눔 한마당'을 주도했고, 민간기관과 협업해 사회공헌 및 자원순환 활동을 펼쳤다.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산불 대응 현장에 힘을 보태는 등 국민과 현장을 잇는 실질적인 변화에 집중했다.
"형식 없는 소통이 내년 혁신의 밑거름"
이번 해단식이 주목받은 이유는 그 방식에 있다. 통상적인 행사와 달리 간단한 조찬모임 형태로 진행되면서, 참석자들은 성과와 한계를 솔직하게 나누고 향후 방향을 자유롭게 논의했다. 형식을 최소화하고 소통을 최대화한 것이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엉망진창은 작은 아이디어를 실제 변화로 연결해 온 국립수목원 혁신 문화의 상징"이라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소통과 성찰이 내년의 더 나은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혁신 어벤져스 '엉망진창'이 산림박물관에서 개최한 ‘세계 책의 날’행사. 국립수목원 제공
국립수목원은 앞으로도 이런 현장 중심의 혁신 활동을 지속하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엉망진창'이라는 이름처럼, 때로는 엉뚱해 보이더라도 망설임 없이 진지하게 도전하는 자세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