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가시거리 밖 드론 규제를 완화했다는 6일자 연합뉴스 켑처

최근 전 세계적으로 드론 기술은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그 활용 가치는 날로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드론의 가시거리 밖 비행(BVLOS: Beyond Visual Line of Sight)이 여전히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드론 산업의 흐름에 비추어볼 때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가시거리 밖 드론 운영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속속 시행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러한 변화에 동참해야 할 시점이다.

가시거리 밖 드론 비행의 산업적 가치

가시거리 밖 드론 사용이 각 산업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는 매우 크다. 드론 기술은 농업, 물류, 재난 구조 등 폭넓은 분야에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물류 산업에서는 가시거리 밖 비행을 통해 거대 창고와 소비자의 집을 잇는 '라스트 마일(last mile)' 배달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관련 규제를 완화하여 드론 기업들이 물류와 운송에서 추가적인 혁신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처럼 규제 완화를 통해 드론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한다면, 물류 비용 절감과 서비스품질 향상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더불어, 가시거리 밖 드론 비행은 재난 상황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산불이나 홍수와 같은 대규모 재난은 넓은 피해 범위와 접근의 어려움 때문에 기존의 대응 방식을 벗어난 기술적 해결책이 요구된다. 드론은 이러한 조건에서 구조 작업을 지원하고, 효율적인 관측 및 데이터 수집을 통해 인명 구조를 돕는 데 적합하다. 그러나 이러한 활용이 제약받는 것은 사회적 손실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안전 문제로 인해 드론 산업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안전 우려와 기술적 해결책

물론, 가시거리 밖 드론 비행이 가지는 위험 요소를 무시할 수는 없다. 충돌 가능성, 정보 보안, 프라이버시 문제 등이 대표적인 과제다. 하지만 이 역시 규제 강화나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충분히 완화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예를 들어, 실시간 위치 추적 기술과 충돌 방지 시스템의 발전은 가시거리 밖 드론 비행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아울러, 미국의 사례처럼 정부 기관은 기업들과 협력하여 투명한 드론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제 완화만으로는 부족한 현실

우리나라는 이미 드론 제조와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가 지나치게 기술 발전을 제한하면서 국제적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만약 이러한 규제를 완화하고 가시거리 밖 드론 비행을 적극적으로 허용한다면, 국내 드론 산업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면밀히 살펴보면, 단순한 규제 완화만으로는 한국 드론 산업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글로벌 군용 드론 시장이 2025년 243억 달러에서 2032년 515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무인체계와 AI 기반 기술 개발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군과 민간이 기술 개발 과정에서 충분히 소통하지 못해 실제 운용 환경을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더 나아가 핵심 부품 상당수가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어 독자적 경쟁력을 구축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구조적 한계와 기술 격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핵심 전력으로 활용되는 모습을 보면서, 전 세계가 AI와 무인체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뛰어난 제조 기술과 무기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I 기반 네트워크전과 같은 미래 핵심 기술 개발에서는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인프라와 자금력이 부족해" 대기업도 어려워하는 실증 실험을 진행하기가 더욱 힘든 상황이다. 고도 150m 이상 비행 금지, 군용 비행장 사용 제한, 복잡한 비행 허가 절차 등은 기업들이 기술 실증을 수행하기 어렵게 만든다.

우리나라도 가시거리 밖 드론 사용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 AI 생성 이미지

통합적 전략의 필요성

가시거리 밖 드론 사용 제한의 완화는 단순히 산업 분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편익을 증대시키고, 기술 혁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진정한 드론 산업의 도약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와 함께 다음과 같은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기술 자립도 제고를 위한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 핵심 부품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AI 기반 자율 시스템 개발에 대한 집중적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민관군 협력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이보형 초대 드론작전사령관이 제안한 "국방부나 각 군에 방산협력실을 설치해 기업들이 군 비행장 사용을 신청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배정하는" 방식과 같은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

셋째, 드론 테스트베드 구축과 비행자유구역 확대를 통한 실증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충분한 실증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국제 협력을 통한 기술 격차 해소에 나서야 한다. 단독으로 모든 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선진국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이전과 공동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균형잡힌 미래 전략

안전을 중심으로 한 합리적인 정책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드론의 가능성은 지금보다 훨씬 먼 곳까지 닿을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시장 진출과 글로벌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가 드론 기술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지금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라는 단편적 접근을 넘어서야 한다. 기술 개발, 인프라 구축, 인력 양성, 국제 협력 등을 아우르는 통합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기보다 재정 지원과 외교적 협력을 병행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생태계를 서둘러 조성"하는 것이 진정한 해법이다.

규제 완화는 시작일 뿐, 드론 산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적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다.

'드론을 날리는 시인' 정익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