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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일 오전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가 한산하다.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전면 금지 시행 이후, 수도권에서 발생한 생활쓰레기 일부가 충남·충북 등 타지역 민간시설에서 처리되면서 지역 간 환경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이다.
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수도권에서 배출된 종량제봉투 생활폐기물 4만6천600여톤 가운데 약 800톤(1.8%)이 수도권이 아닌 민간시설에서 처리된 것으로 집계됐다.
절대량으로는 크지 않지만, 폐기물 관리의 핵심 원칙인 '발생지 처리 원칙'이 실질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충남·충북, 수도권 폐기물 유입 확인…행정조치 착수
충남도는 합동 점검 결과, 공주와 서산 소재 폐기물 재활용 업체 2곳이 서울 금천구 생활폐기물을 위탁 처리한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업체들은 1일부터 6일까지 총 216톤의 쓰레기를 반입했으며, 일부 반입물에는 음식물쓰레기가 혼입된 사례도 포착됐다. 충남도는 관련 업체에 대해 행정조치와 형사고발을 병행 추진할 방침이다.
충청북도 역시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청주 지역 민간 소각시설 4곳 중 3곳이 수도권 지자체와 위탁 계약을 체결했거나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 사회에서는 대기오염 물질 배출 증가, 탄소발자국 확대, 운반 차량 증가에 따른 교통 안전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 편의, 지방이 부담"…정치권·시민단체 강하게 반발
지역 정치권과 환경단체는 이번 사태를 두고 "수도권 직매립 금지의 부작용을 지방이 떠안는 구조"라고 비판하고 있다.
청주시 소속 한 의원은 "수도권은 소비와 편의만 누리고, 지방은 쓰레기 처리까지 부담하는 소모 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지방을 쓰레기 처리지로 활용하는 구조를 막기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민환경단체 관계자는 "현재 반입량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 해도, 이는 구조적 환경 불평등의 시작"이라며 "발생지 처리 원칙의 법적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년 준비 기간에도 '소각시설 증설 제로'…구조적 한계 드러나
직매립 금지는 매립장 포화 문제와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정책으로, 수도권 지자체들은 5년의 준비 기간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주민 반대, 입지 선정 난항, 예산 확보 지연 등의 이유로 단 한 곳의 공공 소각시설도 증설하지 못했다.
그 결과 수도권 내 처리역량 부족 문제가 그대로 노출됐고, 여유 처리능력을 보유한 비수도권 민간 소각시설로 폐기물이 이동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처리비용이 상승하면서 수도권 지자체들은 민간시설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부 지자체는 "현재까지 반입량은 평년 수준"이라며 과도한 불안감을 경계하고 있다.
민간 시설 계약 주체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바뀌었을 뿐, 물량 증가가 급격히 진행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민간 소각시설 계약에 지자체가 개입하거나 제한할 권한이 사실상 없다는 점은 구조적 한계로 지적된다.
전문가 "발생지 처리 원칙 법적 강화·수도권 처리역량 의무확충 필요"
환경정책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수도권 지자체에 대해 법률로 최소 처리자립도를 설정하고, 일정 기간 내 미달 시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민간 소각시설의 수도권 내 분산 유치를 위해 갈등 조정 기구를 상설화하고, 주민 수용성 기반 보상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발생지 처리 원칙의 법적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장거리 위탁 제한 규정을 검토하고, 예외 허용 시 투명한 공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아울러 감량·재활용 우선 정책을 병행해 음식물 수분 저감, 재활용 선별 효율 개선,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강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입 물량 실시간 공개, 대기오염 모니터링 결과 공유 등 데이터 투명성 확보도 필수 요소로 꼽힌다.
환경정책은 '공간정의' 위에서 작동해야
직매립 금지는 환경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지역 간 부담의 형평성 문제를 외면한 채 추진될 경우, 정책은 새로운 갈등을 낳는다.
현재 충남·충북으로 이동하는 물량은 전체의 2% 미만이지만, 이는 예고된 신호탄일 가능성이 크다.
환경정책은 누군가의 불편을 다른 지역에 떠넘기지 않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쓰레기는 더 이상 눈앞에서 치우면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