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조경가드닝 청년기술인 양성방안'컬로퀴엄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12일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5 조경가드닝 청년기술인 양성방안 컬로퀴엄'은 조경계에도 불고 있는 미래세대 기근 현상에 대해 민·관·산·학이 모여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시민정원문화협회와 한국정원단체연합회, 주최측인 서울문예마당과 조경가드닝 멘토협의회 관계자뿐만 아니라 후원한 산림청, 서울특별시,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시설물공사업협의회, 환경조경나눔연구원, 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협회, 시민정원사 등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금까지의 민간 노력, 이제는 국가적 과제로
시민정원문화협회 한승호 회장이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기조발표를 맡은 시민정원문화협회 한승호 회장은 한국 조경가드닝 인재 양성의 위기를 직설화법으로 드러냈다. "한국은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총 32회 출전 중 19회 종합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웠지만, 조경가드닝 분야는 2011년부터 8년 동안 선수조차 내보내지 못했다"며 "2019년 21위, 2024년 13위라는 성적은 우리가 언제든 세계 무대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위기 신호"라고 경고했다.
한 협회장은 2019년부터 조경가드닝 멘토협의회를 필두로 매년 민간 기능경기대회를 개최하고, 1사1교 자매결연, 현장 실습, 교육 교재 개발 등 부단한 노력을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기출문제를 분석해 교재를 만들고, 교사들을 위한 시연회와 동영상을 제작했으며, 유럽 선진국의 교육 시스템을 직접 답사하며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특히 2026년 상하이 국제기능올림픽 출전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불허되었다가 수차례 청원과 일반인 서명까지 받아 가까스로 참가 확정을 받은 과정을 소개하며, "민간의 고군분투를 넘어 이제는 국가 차원의 안정적인 육성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 협회장은 해법으로 'MST 전략'을 제시했다. "마인드(Mind), 시스템(System), 테크닉(Technique)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선수 선발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이고, 그다음이 체력, 마지막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멘토 그룹의 헌신, 실기 중심 교육 프로그램, 훈련 장비와 예산 지원, 사명감 있는 코치 육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럽 선진국의 교육 시스템, 무엇이 다른가
유럽의 '조경가드닝 교육시스템'을 설명하는 홍익대 오웅성 교수
오웅성 홍익대 교수는 2024년 리옹 월드스킬 국제감독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3개국의 조경가드닝 전문기술 교육체계를 상세히 소개했다. "월드스킬의 핵심 키워드는 엑셀런스(탁월함), 케어링(배려), 패션(열정)"이라며 "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문화 기반의 인재 양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에 따르면, 이탈리아·스위스·프랑스 모두 월드스킬 위원회-민간대표기관-교육훈련기관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주정부가 연간 3억~20억원 규모의 재정을 지원한다.
이탈리아 라임부르크의 농업직업고등학교는 중고등 6년 통합과정을 운영하며 가족적 공동체 분위기에서 평소 교육을 실시하고, 대회 전 8주만 집중 훈련한다. "4~5m 정도의 작은 실습장에서 공정별로 연습하지만, 월드스킬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스위스는 제네바와 그랑쥬네브에 대규모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연간 약 20억원을 2개 교육훈련기관에 지원한다. 고등학교 직업과정에서 선수를 선발하며, 연방 원예사와 연방 조경기사 과정 학생들이 주로 월드스킬에 참가한다.
프랑스는 조경가드닝 교육이 '시스템 오케스트라'구조를 갖고 있다
프랑스는 앙줴 농업학교를 중심으로 전국 8개 광역권에 거점 훈련기관을 두고 있으며, 파리 시립 조경학교(에콜 뒤 브뢰이)는 학력인증제도를 운영해 졸업 시 농림부와의 협약으로 학위를 인정받는다. "파리 동쪽 뱅센 숲에 위치한 이 학교는 연 2,500명의 전문 기술 인력을 양성하며, 식물원을 겸해 연구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가 강조한 가장 큰 차별점은 정치권의 의지와 제도였다. "프랑스는 교육부-고용노동부 간 범부처 차관이 직업교육을 통괄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갖췄다"며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직업고등학교를 방문해 연설하고, 월드스킬 선수들을 샹젤리제로 초청해 함께 식사하는 등 정치권의 강력한 지원이 있다"고 전했다.
한국 교육의 맹점, 암기 중심 자격제도
'조경가드닝 교육과 자격제도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강릉원주대 김태경 교수
김태경 강릉원주대 교수는 한국 조경가드닉 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자신의 경험을 통해 날카롭게 짚어냈다. "나는 86년에 기사가 되고 88년에 석사, 94년에 기술사, 97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며 "하지만 이 자격들을 산업계에서 쓴 것이 아니라 학계로 갔다. 시험을 잘 봤다는 것이지 기술을 가졌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기술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암기를 잘하는 사람에게 자격을 준다"며 "조경기술사 책을 최초로 만든 것도 나인데, 책을 만들어 외우게 해서 시험을 보게 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유럽과의 비교는 더욱 극명했다. "유럽은 80%가 직업교육을 받으며, 교육부-고용노동부-농림부가 협력해 학위를 인증한다"며 "16세 이후 직업교육과 상급교육을 선택하게 하고, 기업이 교육에 참여하면 국가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등학교 교사 문제를 지적했다. "교육대 농업교육과나 조경학과에서 교직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 교사가 되는데, 사회적 경험이 전혀 없고 시공이나 실무 경험을 1시간도 안 하고서 가르친다"며 "서울시 공무원 시험 문제를 검토하다가 깜짝 놀랐다.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 이렇게 실무와 동떨어져 있구나"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발제자의 설명을 참석자들이 경청하고 있다.
김 교수는 파리 브뢰이 학교를 서울시가 주목해야 할 모델로 제시했다. "뱅센 숲 안에 위치한 이 학교는 교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도 한다"며 "매몰 저장 방식, 벽면 녹화 방식 등을 연구해서 시에 연구 결과를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한국도 실제로 최고 기술을 가진 기관이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며 "서울시가 교육부와 협력해 자격인증 시스템을 만들고, 기업과 교육기관이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난립하는 민간 자격증, 체계 없는 교육 현황
청년 기술인 양성 정원교육-어떻게 할 것인가?를 설명하는 서울대 성종상 교수
성종상 서울대 교수는 10년간 서울시 시민정원사 학교 교장을 맡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정원교육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정원 붐과 청년 실업이라는 두 시대적 상황이 맞물려 있지만, 정원 교육 주체와 프로그램이 매우 다양하면서도 체계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성 교수가 파악한 교육 시간의 편차는 충격적이었다. "수목원정원법에는 정원전문가 교육을 이론과 실습 포함 총 350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일부 민간기관은 단 6시간 온라인 강의만으로 자격증을 준다. 떨어지면 될 때까지 기회를 주며 합격률 98~99%를 자랑한다"고 폭로했다.
더 큰 문제는 자격증 명칭의 난립이었다. "정원관리사, 조경호회사, 가드닝전문가, 마스터가든디자이너 등 수많은 이름으로 민간 자격증이 넘쳐난다"며 "플로리스트, 원예장식기능사를 가르치면서도 정원 자격증을 준다"고 지적했다.
교과 구성의 문제도 심각했다. "정원이라면 정원 설계, 조성(시공), 유지관리 세 영역을 골고루 다뤄야 하는데, 조경이나 원예, 산림 중 한 분야에 편중되거나 심지어 설계가 아예 빠진 경우도 많다"며 "실습 교육은 더욱 미흡해서 실습장, 설계실, 목공장, 정원 시공장을 제대로 확보한 곳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성교수는 조경가드닝 교육에 국가 등 공공 주도의 참여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영국 RHS와 독일의 사례를 소개했다. "RHS는 입문-실용-전문 단계별 교육과 국가공인 자격을 운영한다"며 "독일은 듀얼 시스템으로 현장 70%, 이론 30%의 3년 과정을 운영하는데, 기업이 실습생에게 월 180만원(1학년)에서 230만원(3학년)의 급여를 지급하고, 졸업 후 진로까지 연계한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서는 절반의 기업이 실습 교육장을 갖고 있다"며 "단순히 재배 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농업·조경 기술, 비즈니스 마인드, 클라이언트 대응까지 가르친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청년 기술인을 위한 국가 자격증이 없고, 민간 자격증은 전문성과 신뢰성이 의심되며, 기업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며 "더 중요한 것은 자격증을 받은 후 진로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인데,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우리에게는 없다"고 지적했다.
해법은? 공공의 주도와 민·관·산·학 협력
조경가드닝 분야의 일자리 창출과 청년 교육에 참석자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네 명의 발표자 모두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공공의 주도적 역할과 민·관·산·학의 체계적 협력이었다.
한승호 협회장은 "뿌리가 채 내리기도 전에 싹을 잘라버리는 식의 근시안적 행정이 계속된다면 조경가드닝의 본질과 미래는 고사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녹색 미래를 누가 만들어갈 것인가. 그 답은 막연한 누군가가 아니라 변화를 결심한 바로 우리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태경 교수는 "성인 대상 시민정원사 교육이 저변 확대에 매우 중요하다"며 "50대 이후에는 마인드가 갖춰져 있어 23대 1의 경쟁률을 보이지만, 1020대는 마인드를 채우기 어렵다. 하지만 시민정원사들이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정원 이야기를 하며 문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성종상 교수는 "정원은 지극히 개인적 공간이지만, 지금 시대는 사회적·공공적 기능이 더 크다"며 "정원에 대해 우리가 짚어야 할 것이 많을 때는 국가기관이 주도해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산림청이 권한을 가져갔으니 자격증의 전문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어느 한 분야만의 노력으로는 안 된다. 국가-공공-민간-기업이 협력하는 체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조경가드닝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체계적인 전문 교육 인프라 구축, 실습 중심의 교육 과정, 민·관·산·학 협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
이날 컬로퀴엄은 조경계가 직면한 청년 인재 부족 문제를 단순히 인력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녹색 미래와 직결된 국가 전략 과제로 인식하고 해법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기조발표와 세 차례의 발제가 끝난 후에는 교육부, 산림청,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서울시 등 관련 부처의 공무원과 학계 전문가, 업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열띤 토론을 펼쳤다. 참석자들은 발표에서 제기된 문제 진단과 해법을 바탕으로 한국형 조경가드닝 기능인 양성 시스템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국가 자격증 신설, 교육 프로그램 표준화, 기업-학교 연계 실습 시스템, 청년 진로 지원 체계 등 구체적 실행 방안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7년간의 민간 노력이 이제 국가적 과제로 확장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이날 토론에서 나온 해법들이 어떻게 실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