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이 지난 22일 '명품숲길 50선' 전 구간 완주자 23명에게 인증서를 수여했다. 이는 단순한 등산 인증을 넘어 한국의 산림 자원을 체계적으로 탐방하고 건강한 걷기 문화를 확산시킨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전국에 산재한 50곳의 명품숲길은 각기 다른 계절의 매력을 품고 있지만, 특히 겨울철 눈 덮인 숲길은 고요한 평온함과 웅장한 설경으로 방문객들을 매혹시킨다.
권역별 명품숲길 분포와 특성
명품숲길 50선은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어 분포되어 있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는 인왕산 숲길, 북한산 소나무숲길, 가평 잣향기푸른숲 등 6곳이 선정되었다. 도심에서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산림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어 바쁜 일상 속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강원권은 13곳으로 가장 많은 명품숲길을 보유하고 있다. 인제 자작나무숲과 대관령 소나무숲 같은 대표적인 숲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고산 지대의 웅장한 지형을 활용한 트레킹 코스가 주를 이룬다.
충청권(대전·세종·충남북)에는 내포문화숲길, 속리산 둘레길, 계족산 황토길 등 8곳이 있다. 완만한 지형에 역사와 문화가 깃든 이야기를 담고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전라권(광주·전남북)은 지리산 둘레길과 장성 축령산 편백숲 등 10곳을 자랑한다. 온화한 남도의 기후와 깊은 산세가 어우러져 사계절 내내 풍성한 숲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경상권(부산·대구·울산·경남북)에는 영남 알프스,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부산 이기대 갈맷길 등 12곳이 선정되었다. 내륙의 깊은 산과 동남해안의 절경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권은 화산 지형의 독특한 매력을 간직한 사려니숲길이 대표적이다.
겨울에 걷기 좋은 명품숲길 10선
겨울 숲은 비움의 미학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하얀 눈꽃과 상록수의 푸르름이 대비되는 겨울철 최고의 걷기 여행지 10곳을 소개한다.
강원 인제의 자작나무 숲은 겨울 숲의 대명사다. 하얀 눈 위에 하얀 껍질의 자작나무가 빼곡히 늘어선 풍경은 북유럽의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앙상한 가지 끝에 맺힌 상고대가 햇살에 반짝이는 순간, 신비로운 분위기는 절정에 이른다.
강원 평창의 대관령 소나무 숲길은 백두대간의 정기를 품고 있다. 1920년대 파종하여 가꾼 금강소나무들이 울창한 터널을 이루며, 눈 밟는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숲속길은 명상의 시간을 선사한다.
같은 평창의 선자령 등산로는 '눈꽃 산행'의 성지로 불린다. 능선을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설원과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이색적인 경관이 매력적이다. 경사가 완만해 적절한 장비만 갖추면 겨울 산행 초보자도 도전할 수 있다.
명품숲길 50선 완주인증서 수여식. 산림청 제공
전남 장성의 축령산 편백숲은 겨울에도 푸른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사시사철 푸른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는 차가운 겨울 공기와 만나 더욱 청량하게 느껴진다. 눈이 내려도 빽빽한 나무들 덕분에 포근한 기운을 유지하는 치유의 숲이다.
제주 사려니숲길은 화산 송이길과 삼나무 숲이 어우러진 곳이다. 겨울철 눈이 내리면 흑백 사진 같은 고즈넉함을 선사한다. 제주 특유의 습기를 머금은 숲이 눈에 덮여 고요하게 잠든 풍경은 육지의 숲과는 다른 평온함을 준다.
경북 울진의 금강소나무 숲길은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을 간직하고 있다. 겨울이면 붉은 줄기의 금강소나무가 하얀 눈과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예약제로 운영되어 인적이 드물어 오롯이 자신만의 겨울 산책을 즐기기에 최적이다.
충남 태안의 안면도 소나무 숲길에서는 바닷바람을 견디며 자란 안면송의 절경을 만날 수 있다. 겨울 바다의 시원한 파도 소리와 솔향기가 어우러진 트레킹은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준다. 평탄한 지형 덕분에 추운 날씨에도 큰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경기 가평의 잣향기푸른숲은 수도권 최대 규모의 잣나무 숲이다. 눈 쌓인 잣나무 숲길은 소음이 차단된 완벽한 정적을 제공한다. 잣나무 사이로 비치는 겨울 햇살을 받으며 걷는 경험은 고산 지대와는 다른 아늑한 매력을 선사한다.
부산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매서운 추위가 걱정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기암괴석의 절벽과 푸른 바다가 맞닿은 길은 겨울에도 비교적 온화하다. 역동적인 파도를 곁에 두고 걷는 이 길은 겨울 여행의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충북 보은의 속리산 둘레길 중 세조길은 법주사에서 복천암에 이르는 계곡과 숲이 어우러진 완만한 평지길이다. 겨울철 꽁꽁 얼어붙은 계곡물 소리와 고찰의 풍경소리가 어우러져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송준호 산림청 산림복지국장은 명품숲길이 국민이 일상에서 산림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완주인증제의 성공적인 안착은 숲길이 단순한 이동로를 넘어 대한민국의 중요한 관광 콘텐츠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올겨울 산림청이 엄선한 명품숲길에서 자연이 주는 위로와 에너지를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