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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냉천 행복주택 필름 부착 외관. 경기주택공사(GH) 제공

경기도가 야심차게 내건 '관리비 제로 아파트' 비전이 공공임대주택을 통해 첫 발을 내디뎠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실제 주거 현장에 접목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복지와 탄소중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정책에서 현실로, 10개월 만의 속도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8일 밝힌 바에 따르면, 안양 냉천 행복주택 등 5개 단지 311세대에 단열 및 스마트 필름 설치가 완료됐다. 이는 지난 3월 경기도가 발표한 '관리비 제로 아파트' 비전이 불과 10개월 만에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진 사례다.

특히 이번 사업은 7월 '경기도 기후테크 스타트업 오디션'에서 제안된 아이디어를 즉각 사업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스타트업이 제안한 창호 단열 개선 기술을 경기도가 정책적으로 수용하고, GH가 현장 적용을 맡는 민관협력 모델이 작동한 것이다.

기후테크로 에너지 복지 실현

광주역세권 청년혁신타운 통합공공임대주택 조감도. 경기주택공사(GH) 제공

이번에 적용된 기술은 크게 두 가지다. 311세대 창호에는 자외선과 적외선을 차단하는 단열 필름을, 광주 역세권 청년혁신타운 부대복리시설에는 투명도 조절과 열 손실 방지 기능을 갖춘 스마트 필름을 설치했다.

건물 에너지 손실의 주요 경로인 창호의 단열 성능을 높여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냉난방기 가동률을 낮추는 것이 핵심 원리다. 이는 입주민의 냉난방비 절감과 건물 부문 탄소 배출 감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평가된다.

GH 관계자는 "단순한 주거공간 제공을 넘어 기후 위기 대응 기술을 주택 관리에 접목해, 탄소 배출은 줄이고 입주민의 냉난방비 부담은 낮추는 '에너지 복지'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테크 육성 전략의 시험대

경기도청 전경. 경기도 제공

이번 사업은 경기도가 추진하는 기후테크 육성 전략의 실험장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스타트업 오디션을 통해 혁신 기술을 발굴하고, 이를 공공 부문에 우선 적용해 사업화 기회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경기도의 구상이다.

실제로 경기도는 기후테크 스타트업 오디션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유망 기술을 발굴하고, GH와의 협력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이라는 실증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스타트업에게는 레퍼런스를, 도민에게는 에너지 복지를 제공하는 일거양득의 방식이다.

넘어야 할 산들

그러나 '관리비 제로'라는 목표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번 사업으로 냉난방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관리비의 다른 항목인 수도료, 공용 전기료, 청소비, 승강기 유지비 등은 여전히 남아있다.

또한 이번 사업이 공공임대주택에 한정된 만큼, 일반 아파트로의 확산 방안도 과제다. 기존 아파트의 경우 입주자 동의와 비용 분담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창호 단열 개선은 에너지 효율 향상의 시작점일 뿐"이라며 "태양광 발전, 폐열 회수, AI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 다양한 기후테크를 복합적으로 적용해야 진정한 '관리비 제로'에 근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에너지 복지, 지속 추진할 것"

안양 냉천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조감도. 경기주택공사(GH) 제공

김용진 GH 사장은 "이번 사업은 입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에너지 복지를 시작한 첫 사례"라며 "경기도와 협력해 도민 주거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에너지 효율 개선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기후테크 육성 전략이 실제 주거 혁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회성 시범사업에 그칠지는 향후 추가 사업과 성과 측정에 달려 있다. 관리비 제로 아파트 시대의 도래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