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정 대표(오른쪽) 곁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차민성 실장.
조경은 땅을 다루지만,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다. 한 세대의 철학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더 나은 도시의 얼굴을 그려 나간다. 조경 설계·자재 설치 전문기업 ㈜수림디앤씨는 그 흐름의 중심에 선 서 있다.
2008년 설립 이후 목재 데크 사업, 태양광 조명 사업, 그리고 산림 훼손지 생태 복원 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신뢰를 쌓아온 수림디앤씨는 이제 가족이라는 가장 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인정 대표와 차민성 실장, 모녀지간이란 혈육을 넘어 두 사람은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사업 파트너”라고 말한다. 이 대표가 최고의 제품, 하자 없는 자재 설치에 몰두했다면 차 실장은 새로운 조경 트렌드에 맞춘 신제품 개발과 홍보에 애를 썼다. 조경에 문외한인 대중을 위해 신세대답게 인스타그램와 쇼츠(짧은 동영상)를 활용한 외부와 소통하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17일 부산 사상구 대동로 303에 위치한 수림디앤씨 본사에서 이뤄졌다. 조경에 대한 가족의 철학, 수림디앤씨의 기술력, 그리고 미래에 대한 구상까지, 세대를 넘는 대화가 2시간 가량 이어졌다.
"조경은 풍경이 아니라 태도다”-이인정 대표의 조경관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늘 했던 생각은 ‘우리가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줄까’였습니다.”
그래서 조경에 대한 이 대표의 지론은 이렇다. “조경은 풍경이 아니라 태도”라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 15년간 조경 산업의 최전선에 있었다. 원래 전공은 간호학이었지만 조경 관련 자격증을 여러 개 취득하면서 어느새 조경 관련 전문가가 돼 있었다. 물론 대학에서 조경학을 가르치는 남편이란 뒷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회사는 처음 조경 설계로 출발했다. 하지만 설계자의 마음에 꼭 맞는 자재를 찾기 어려워 자재를 자체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등산로 토사유실 방지 강화 목재 데크’라는 혁신 제품이었다. 목재 데크 사이로 빛이 들어오도록 설계해 등산로 데크 아래서도 생명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수림대앤씨의 혁신 제품 '등산로 토사유실 방지 강화 목재 데크’ 모듈.
수림디앤씨가 주력으로 삼는 분야 중 하나는 ‘맞춤형 조경 자재 설치’다. 단지의 특성과 이용자 흐름, 일조·토질·음영·배수 등의 조건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가장 적합한 조경 환경을 구축한다.
수림디앤씨가 설계 및 자재 설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은 ‘사용자 중심의 안전과 편의’다. 등산로 데크의 스틱 빠짐 방지 설계와 같은 것은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철학이 담겨 있다. 고객들에게 "삶의 여유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조경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는 사용자의 만족도와 삶의 질 향상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건 제 남편의 찰학이기도 해요. ‘조경은 사물을 배열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생활을 조율하는 일’이라고요. 그는 늘 ‘디자인이 기능을 이긴 적은 없다’고 말합니다.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해요.”
남편의 조언은 회사 설계 기준에도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학문적 통찰을 접목한 노하우는 수림디앤씨가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기반이다.
가족 경영 그 이상, ‘경험과 혁신의 공존’- 2세의 합류
회사는 3년 전 조경학 박사 과정을 밟던 차 실장이 회사 실무에 참여하면서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조경의 멋을 신세대의 방식으로 널리 알리면서 그는 스스로를 ‘조경 커뮤니케이터’라 이름지었다. 적어도 국내엔 그 분야 1호라는 자부심도 있다.
그는 처음부터 수림디앤씨에 들어오겠다는 계획은 없었다고 한다.
“사실 대학 때는 ‘굳이 우리 회사에 들어갈 필요 있나?’ 하는 생각이 컸어요. 그런데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외국 여행을 다니면서 엄마가 지켜온 이 회사를 낯선 시선으로 다시 보게 됐죠.”
차 실장은 현재 공공 발주 업무와 제안서 작성, 디자인 시안 개발 등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젊은 감각으로 회사에 디지털화, 효율적 프로젝트 관리 방식을 도입하면서 내부 분위기도 한층 유연해졌다.
이 대표는 딸의 합류가 ‘경영 승계를 위한 준비’가 아닌 ‘세대간 협업의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영자가 되기보다, 조경가로서 자기 색을 찾기를 응원하고 있어요. 그게 결국 회사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