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6년간(1989~2024년) 해수면 상승률(21개소). 해수부 제공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은 전국 연안 21개 조위관측소의 장기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6년간(1989~2024년) 우리나라 해수면이 연평균 약 3.2mm씩 꾸준히 상승해 총 11.5cm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조사원은 관측 시점이 서로 다른 조위관측소 간 정확한 비교를 위해 동일 기간인 36년을 기준으로 분석했으며, 최근 10년 단위의 구간별 변화 경향도 함께 검토했다.

서해·동해 상승률 높고 남해 상대적으로 완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해안과 동해안은 연평균 약 3.0~3.6mm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고, 남해안은 약 2.6~3.4mm로 비교적 완만한 상승 경향을 나타냈다.

이는 전 해역에서 공통적으로 해수면 상승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해역별 상승 속도에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1995~2004년 가장 가파른 상승기

최근 30년을 10년 단위로 나눠 살펴본 결과 시기별로 상이한 변화 양상이 확인됐다. 1995~2004년에는 전국 연안에서 연 58mm에 이르는 높은 상승률이 기록됐다. 2005~2014년에는 서해와 남해의 상승폭이 일시 완화됐으나 동해는 상승세가 지속됐다.

2015~2024년에는 서해안과 제주 인근에서 다시 상승세가 확대된 반면, 동해 일부 구간은 오히려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조사원은 이 같은 차이가 해수 열팽창, 빙하 및 빙상융해 등 전지구적 요인과 함께 해류 특성, 대기·해양 순환, 지반 운동, 단주기 기후 변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36년간(1989~2024년) 해수면 상승률 변동. 해수부 제공


정책 수립 시 해역별 특성 고려 필수적

이번 분석은 해수면 상승이 일정한 속도로 단순 진행되는 현상이 아니라, 시간대와 지역 특성에 따라 변화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에 따라 조사원은 앞으로 연안 관리 및 기후변화 적응 정책에서 해역별 맞춤형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분석 자료는 연안 정비, 항만 및 해안 시설 설계, 침수 위험 평가 등 다양한 정책 및 기술 분야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며, 관련 자료는 내년 상반기 국립해양조사원 누리집을 통해 제공된다.

침수·침식·염해 등 복합 위험 확대

해수면 상승은 이미 연안 주민과 산업, 관광, 생태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지대는 만조나 태풍 시 침수 범위가 확대되고, 해안 침식이 가속화되면서 해변 후퇴와 해안선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농경지와 지하수의 염분 농도가 증가하는 염해 현상도 심화되고 있으며, 항만과 어항 운영 리스크가 증가해 시설 설계 기준 상향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안 생태계 역시 습지와 갯벌 기능 약화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특히 태풍과 집중호우 등 극한기상과 결합할 경우 피해 위험도는 더욱 커진다는 지적이다.


50년 뒤 15~20cm 이상 상승 전망

전문가들은 현재 상승 속도가 유지될 경우, 향후 50년 동안 약 15~20cm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100년 빈도의 침수 범위가 상시 위험구역으로 전환되고, 연안 도로와 방파제, 하천 합류부의 침수 빈도가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해수 침투로 인한 지하수 염분화 심화, 해안 관광지 및 어촌 지역의 경제적 피해 증가, 저지대 거주민 이주 필요성 증가 등도 예상된다.

국립해양조사원 청사


온실가스 감축이 근본 대책

해수면 상승은 해수 열팽창과 빙하 융해의 결과로 나타난다.

따라서 상승 속도를 늦추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화석연료 의존도 감소, 해양 및 탄소흡수원 보호, 산업과 수송 부문의 감축 정책 강화 등이 주요 대응 과제로 꼽힌다.

이는 단일 국가가 아닌 국제 협력 체계 속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연안정비사업 363개소로 확대

해양수산부는 최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연안정비사업 규모를 기존 283개소에서 363개소로 확대하고, 연안재해 완충공간을 확보하는 국민안심해안사업 등을 포함한 제3차(2020~2029) 연안정비기본계획(변경)을 수립·고시했다.

향후 필요한 정책 방향으로는 위험지역 재정비 및 이주 지원 체계 마련, 해안 완충공간 확보 및 개발 제한 강화, 갯벌과 습지 복원 등 자연 기반 방어시설 확대, 관측 및 예측 시스템 고도화, 연안 도시 맞춤형 적응계획 수립 등이 제시됐다.

이는 단순한 방재 대책을 넘어, 연안과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국토 관리 전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 기반 정책 지원 지속"

정규삼 국립해양조사원장은 "장기 관측자료에 기반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기후변화 적응 정책과 연안 재해 대응체계가 더욱 정교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는 해수면 상승이 이미 진행 중인 현재진행형 변화이며, 향후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기후위기 시대, 해수면 상승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와 지자체, 전문가,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