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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댐
충북 충주시가 충주댐을 활용한 수열에너지 기반 AI·바이오 특화단지 조성에 본격 나선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자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물의 온도가 에너지로…수열에너지란
수열에너지는 댐, 호수, 하천, 바다 등에 저장된 물의 온도 특성을 냉난방에 활용하는 재생에너지다. 여름철 수온은 대기보다 낮고, 겨울철 수온은 대기보다 높다는 점에 착안해 히트펌프 등 열교환 장치를 통해 냉동기와 보일러를 대신한다.
전문가들은 "자연이 저장해 둔 온도를 꺼내 쓰는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물에서 열을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고, 열원인 물은 고갈되지 않는다.
이 기술은 1970~1980년대 북유럽과 미국에서 먼저 상용화됐으며, 국내에서는 2000년대 이후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됐다. 최근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비용 절감 필요성이 커지면서 활용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넘어서는 안정성
수열에너지는 다른 재생에너지와 비교해 뚜렷한 차별성을 갖는다. 태양광은 흐린 날, 풍력은 바람이 없는 날 발전량이 급감하지만, 수열에너지는 기상 조건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24시간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어 데이터센터처럼 전력을 상시 공급받아야 하는 시설에 특히 적합하다.
추가 부지 훼손이 필요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발전기 설치를 위해 산림이나 농지를 훼손할 필요 없이, 기존 수자원을 열원으로 활용하면 된다.
화석연료 대비 냉난방 비용을 20~30% 절감할 수 있으며,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저감 효과도 크다.
국내에서는 이미 서울 롯데월드타워, 한국무역센터, 한강홍수통제소, 청주 오스코 등에서 수열에너지를 활용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북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공공건물과 상업지구, 지역난방 시스템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충주댐 일원 99만㎡ 규모 특화단지
충주시가 추진하는 수열에너지 특화단지는 충주댐 일원 약 99만㎡(약 30만 평)에 조성된다.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총 4,155억 원을 투입해 24,401RT(냉동톤) 규모의 수열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한국무역센터 수열 냉방 규모의 약 3.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화단지의 주요 입주 대상은 AI 데이터센터, 스마트팜, 바이오 연구시설 등이다.
이들 시설은 공통적으로 냉난방에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한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장비 냉각 과정에서, 스마트팜은 작물 재배 환경 조성 과정에서 높은 전력 비용이 발생한다.
충주시는 수열에너지 공급을 통해 이들 시설의 에너지 비용을 20~3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운영비 절감, 국가 입장에서는 전력 수요 분산과 탄소배출 감축이라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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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열에너지 냉방 활용방안 개념도. 충주시 제공
탄소중립과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수열에너지 특화단지 조성은 충주시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탄소중립 실현 가속화, 에너지 수입 부담 완화, 환경오염 저감, 친환경 산업 생태계 조성, 지역경제 활성화 등 다층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충주시는 2030년 착공, 2035년 단지 완공을 목표로 관련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충주댐 수열에너지 특화단지는 국가 탄소중립 정책과 지역 에너지 자립을 동시에 실현할 전략 거점이 될 것"이라며 "기후변화 시대,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의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저수지와 댐을 보유한 지역이 많은 국내 여건을 고려할 때, 충주시의 시도는 다른 지자체에도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
기후 영향을 적게 받으면서도 에너지 효율과 환경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수열에너지가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의 친환경 전환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용어 설명]
수열에너지: 물의 온도 특성을 이용해 냉난방에 활용하는 재생에너지. 여름철엔 차가운 물에서 냉방을, 겨울철엔 따뜻한 물에서 난방을 얻는다.
RT(냉동톤): 냉방 능력을 나타내는 단위. 1RT는 0℃ 물 1톤을 24시간 동안 얼음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냉각 능력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