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 원칙, 전략과 협력’ 주제로 6일 열린 제33회 인천학회포럼

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 지정과 미래 전략을 둘러싼 공론의 장은 열기가 뜨거웠다.

전문가와 행정가, 시민단체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지역 현안을 풀 해법과 미래 전략을 내놓았다. 업계와 시민들은 인천시가 추진력을 되찾아 시민과 함께하는 거버넌스를 세워야 한다고 강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일 인하대학교 6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 원칙, 전략과 협력'을 주제로 한 인천학회포럼에서 국가도시공원 추진의 현재와 미래가 집중 조명되는 모습들이다.

국가도시공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인천학회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는 안승홍 조경학회 국가도시공원특별위원회 위원장


안승홍 위원장은 기조강연에서 국가도시공원이 단순한 녹지 확충을 넘어 미래 세대를 위한 전략적 투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센트럴파크의 겨울철 환경예술 전시가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사례를 들며, 인천공항이라는 입지를 활용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접목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특히 한국의 AI·반도체 강국 지위를 활용한 스마트 공원 조성을 역설했다. 2018년 중국 베이징이 5G 자율주행차가 다니는 AI 공원을 조성한 사례를 언급하며, 안면 인식 기술로 공원 이용자의 운동 기록을 자동 관리하는 시스템, AI 동물원 등 혁신 기술 적용을 제안했다. "이러한 첨단 기술과 문화 서비스를 패키지로 수출할 수 있는 산업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위원장은 중국 등을 예로 들며 스마트/탄소중립 공원 조성을 강조했다.

운영 거버넌스 혁신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센트럴파크가 연간 운영비 천억 원의 85%를 모금과 투자로 충당하며 천 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사례, 울산대공원의 SK 1천억 원 투자, 대전 유림공원의 계룡건설 회장 100억 원 기부 사례를 들며 민간 협력 활성화를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국가도시공원은 단일 공원을 넘어 주변 지역 일대의 도시 구조를 바꾸는 플랫폼"이라며 용산공원, 경의선 숲길처럼 '공원도시'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천 근현대사를 품은 소래염전의 가치

환경생태연구재단 곽정인 박사는 소래염전 일원을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생태적,역사 문화적, 장소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환경생태연구재단 곽정인 박사는 소래염전이 인천의 개항 이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고 강조했다. 갯벌, 염전, 초지, 그리고 최근 개발된 도시가 한 공간에 공존하며 인천이 밟아온 근현대사를 모두 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금창고의 문화적 가치를 부각했다. 인하대 박물관 유창현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소래염전의 소금창고는 남한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일제강점기 화학공업 원료인 간수 확보를 위해 건설됐다. 시흥 대골생태공원의 소금창고 2동은 경기도 문화유산으로 등록됐으나, 소래염전 창고들은 방화로 상당수가 전소되고 토지 소유 문제로 보수가 지연되고 있다.

소래염전은 '한국 천일염 역사의 발상지'인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곽 박사는 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이 인천공항 인근이라는 입지를 활용해 세계적 공원으로 성장하고, 생태·예술·역사가 복합된 체험 공간이자 인천을 공원도시로 발전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2024년까지 적극 추진되던 사업이 예산 문제로 주춤한 상황"이라며 학계와 시민의 관심과 참여로 탄력을 받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가도시공원'의 의미부터 명확히 해야한다

인천대 신은기 교수는 국가도시공원에 대한 명확한 서사와 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는 '국가도시공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본질적 논의가 전개됐다. 인천대 신은기 교수는 "국가정원은 순천만정원박람회라는 명확한 대상이 있어 법 제정 직후 바로 지정됐지만, 국가도시공원은 2016년 법 제정 후 아직 사례가 없다"며 명확한 내러티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용산공원을 예로 들며 "북한산에서 관악산까지 이어지는 서울의 남북 녹지축 회복과 수백 년간 국가 수도 중심이었던 역사적 장소 복원이라는 명확한 내러티브가 있어 시민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며 "소래염전도 인천의 역사를 넘어 우리나라 근대화·산업화 역사와의 연결고리를 더욱 부각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천연구원 권전오 박사는 심민과 청년들이 참여하는 공원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천연구원 권전오 박사는 "'국가'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엄청나다"며 "인천대공원, 센트럴파크, 씨사이드파크가 인천을 대표하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시민들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적 수준의 경험을 제공하는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곽정인 박사는 "국립공원도 국가를 대표하는 게 아니라 지역을 대표한다. 지역의 특수성, 생태적 가치가 결국 국가를 대표하게 된다"며 "인천이 가진 가치를 소래염전을 통해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구의 가치와 저어새 보전의 성과

장정구 대표는 하구 생태계 보전과 저어새 보호를 위한 민관협력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기후생명정책연구원 장정구 대표는 소래의 차별화 요소로 '하구'를 강조했다. "한강하구는 인천과 관련 있지만 생각보다 멀고, 순천만은 조수간만의 차가 작다. 하지만 소래는 10m 가까운 조수간만의 차를 보이며, 백중사리 때 물이 무서울 정도로 들어온다"며 "밀물과 썰물의 기작을 이해할 수 있는 열린 하구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백중 때 배를 타고 신천을 따라 올라가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보는 관점을 담아야 진정한 인천의 바다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1995년 전 세계 400여 마리였던 저어새가 작년 7천 마리를 넘긴 것을 언급하며 "전 세계 학자들이 인정하는 인천의 노력이며, 남동유수지 중심으로 민간이 순수하게 보존 노력을 해온 결과"라고 평가했다.

인천시의 구체적 추진 동력이 필요하다

노승운 과장은 토지보상비 국비 지원과 행정적, 재정적 장애물 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시 노승운 과장은 3단계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 지정 전략으로 금년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공원 지정과 도시관리계획 절차를 진행해 2026년 하반기 국토부에 지정 신청, 빠르면 2027년 이후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목표로 한다.

둘째, 조성 전략으로 1단계로 소래습지생태공원을 지정하고, 고잔공원·늘솔길공원·해오름공원으로 확장하며, 최종적으로 인천시·시흥시를 포함한 5개 지구를 1934년 소래염전처럼 하나의 소래로 통합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셋째, 이슈화 전략으로 "인천시 관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민·전문가·대학·산업·관이 한목소리를 내야 하고, 일본의 파크PFI처럼 민간 공원 운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급한 과제들: 거버넌스·법 개정·인프라 구축

토론회는 김영미(왼쪽 세번째) 인천학회 조경위원회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토론 과정에서 여러 시급한 과제들이 제기됐다. 권전오 박사는 "시민들의 생각을 모아야 하고, 공론의 장을 이끌 주체가 필요하며, 데이터와 인적 네트워크를 관리할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영동고속도로로 인해 소래습지생태공원과 논현 지역이 단절되어 있는데, 이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숙제로 제시했다.

곽정인 박사는 법률의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국가도시공원은 국가가 지정하는 공원인데 조성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세부 지침을 보면 이미 조성해서 운영하는 공원을 대상으로 하고, 토지 매수를 다 해야 한다"며 "땅도 다 사고 조성도 다 된 공원을 지정만 하겠다는 게 국토부의 포지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 근린공원과 차원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해야 국가도시공원의 의미가 있다"며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지역사회의 거버넌스 구축과 민간 참여를 위한 행정의 뒷받침을 요구했다


장정구 대표는 거버넌스 구축을 강조하며 "인천시가 2024년 추진단을 만들었지만 구성원들이 소극적이다"며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장을 행정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질의응답에서는 녹지직 공무원의 위상 문제가 제기됐다. 한 참석자는 "녹지직 공무원들은 소수 직렬이라는 이유로 위상이 낮고, 국장급으로 승진할 수 있는 자리도 없다"며 "녹지직 공무원의 위상이 강화되지 않으면 공원 사업의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생태계 복원의 원칙을 강조하며 "염전은 염전이고 갯벌은 갯벌, 습지는 습지를 살려야 하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면서 육지화되면 그건 염전이 아니다"라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2026년은 시민 주도로 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 지정의 불을 지필 적기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안승홍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인천시의 추진 동력이 꺼졌지만, 해 뜨기 전이 가장 춥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며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를 계기로 시민 주도 운동을 제안했다. "시장과 지역구 의원을 결정하는 것은 여러분들이다. 순천만정원박람회 때 순천 시민들이 세계원예협회 실사단을 열렬히 환영해 승인을 받았듯이, 인천도 관이 아니라 시민·민간 주도로 불을 지펴야 할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인천 조경학과 신설과 인천조경협회 구성을 제안했다. "인천에 조경 분야 존재감이 없는 것은 좋은 학과가 없기 때문이다. 지역 전공자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역할해야 하는데 전공 분야가 없다"며 "시청 차원에서 학과 만들기를 노력하라. 학회가 적극 도와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 국제 공모전을 인천에서 꼭 개최하고, 지역 전문가들이 관여해서 국가도시공원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열의를 담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번 포럼은 소래염전 국가도시공원이 단순한 공원 조성을 넘어 인천의 공원체계를 혁신하고,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의 출발점이 되어야 함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추진 동력 회복, 거버넌스 구축, 법 개정, 시민 참여 확대라는 과제 앞에서, 2026년 지방선거가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