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 답하고 있는 수림디앤씨 차민성 실장


"조경은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대화하는 것이다."

㈜수림이앤씨(대표 이인정)의 차민성(30) 실장은 마치 농부가 씨앗을 고르듯 조심스럽게 말을 골라 내었다.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녹화용 목재 데크'는 단순한 시설물이 아니었다. 땅 위에 뿌리내린 식물들이 햇살을 받아 자라날 수 있도록, 사람들의 발걸음과 자연의 숨결이 공존할 수 있도록 계산된 '홀'이 있는 작품이다.

그것은 인간의 편의와 자연의 생명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섬세한 조율이었고, 조경이 추구해온 '인공과 자연의 조화'라는 오래된 명제에 대한 현대적 해답이었다.

3년 전 어머니 이 대표의 품에 들어와 조경 분야에 발을 디딘 그는 단순한 계승을 거부했다. 대신 반려동물과 인간, 식물이 함께 어우러지는 새로운 공간 언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조경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며 반려견 공원 연구에 매진하는 그의 모습에서, 조경이 단순히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일'을 넘어 '생명들이 공존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일'임을 깨닫는다.

가족 기업이라는 든든한 뿌리 위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가지를 뻗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차 실장을 만났다. 차 실장은 혁신적인 '녹화용 목재 데크' 개발부터 지속 가능한 조경 솔루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며 수림이앤씨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그녀가 그려낼 조경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그 이야기를 들어본다.

-먼저 수림디앤씨는 어떤 회사인가요.

“원래는 아버지(차욱진 동아대 교수) 조경 설계 회사로 시작했어요. 다 잘 아시겠지만 시설물 같은 것들을 내가 쓰고 싶은 시설물들이 딱히 없는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그런 거에 대한 갈증을 계속 느끼셨습니다. 그래서 수림을 만들면서 다른 회사에서 하지 않는 조금 더 진짜 환경과 사람을 생각할 수 있는 제품들을 좀 만들자라고 해서 자체 개발로 계속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녹화용 목재 데크. 수림이앤씨 제공


-수림이앤씨의 주력 제품인 '녹화용 목재 데크'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가장 저희가 가지고 있는 특허 제품으로 보실 수 있는데요. 굳이 구멍이 왜 나 있는가를 이제 설명을 드리면 구멍들을 찾는데 저희가 2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거든요.

식물들이 자랄 때 태광양이 필요한데 등산용 데크 사이가 너무 좁으면 빛이 가려지기 때문에 밑에서 식물이 못 자라고 또 너무 넓으면 사람들 발이 또 끼일 수도 있어서 최적의 간격을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저희가 7년 전 등산로에 목재 데크를 설치했지만 보수하러 간 적이 없을 정도로 견고하답니다.“

-등산로 설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특히 부산은 산이 정말 많은 동네거든요. 등산로에서 흙을 제일 잘 잡아줄 수 있는 건 식물의 역할이 큰데 그 식물을 유지하면서 길을 만들고 산도 즐기고 자연도 보존하고 또 이 휩쓸림 방지를 유지해서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제품에 대한 이제 고민을 오래 했어요."

부산시 북구 만덕동 등산로에 설치된 녹화용 목재 데크

-수림디앤씨 제품이 실제로 설치된 사례와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지금 부산에는 해운대구 그리고 진구에도 설치가 되어 있고 또 되게 특이하게 저희랑 전혀 연고가 없는 충청도랑 인천의 공항과 계양공원에서도 직접 확인하시고 쓴 경우도 있어요. 이 제품 때문에 산불이 완화됐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등산 데크 아래 식물이 너무 잘 자라서 그런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특이하게도 도시공원과 반려견에 관한 내용이다.(도시공원 내 반려견 소변이 식물생육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도시공원 관리방안, 동아대 대학원, 2024년)

단차가 있는 사람과 반려견 벤치. 수림 이앤씨 제공

“제가 고양이를 키우면서 보면 반려동물과 조경이 떼래야 뗄 수 없다고 생각했고, 특히 강아지들은 무조건 공원에 산책을 가야 되거든요. 근데 이거에 대한 연구가 아무 데서도 안 돼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의 아디이어가 반영된 반려견 전용 벤치가 수림에서 개발됐다. 신세대의 감각이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외국 제품도 있지 않나요?

"반려견 벤치같은 시설물들도 그냥 독일이나 미국에 있는 시설물들을 조금 베껴온 것도 있는데 물론 이도 좋은 디자인입니다. 하지만 강아지와 사람에 대해서 같이 고민을 한 시설물들이없다는 걸 확인하고 반려견 공원 연구를 진행하면서 제품까지 만들어 보자 라는 생각이 깊어져서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게 됐습니다.

-반려견 공원 연구를 통해 개발된 제품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연구 과제와 완전 밀접하지는 않지만 이 연구 과제를 통해서 만든 제품이 실제로 부산 북구에 설치가 된 사례가 있습니다. 보통 벤치에 강아지와 사람이 같이 앉아 있거든요. 문제는 강아지를 안 키우는 사람들은 강아지들이 여기를 밟고 올라가면 좀 찝찝해 하죠. 좀 불편하고 흙도 묻어 있고 그래서 좀 탁탁 털고 앉게 되더라고요. 차라리 그럴 거면 물리적으로 공간을 분리해서 강아지들은 조금 낮은 시야에 두면 자기들이 점프해서 올라가고 쉬고, 또 큰 강아지들 같은 경우는 좀 내려가 있으면 주인들과 아이 컨택을 할 수가 있거든요."

벤치 색깔에도 과학이 숨어있었다. 사실 강아지들이 볼 수 있는 색깔이 노란색에서 파란색 스펙트럼까지밖에 안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강아지들이 확인해서 자기들이 올라갈 수 있는 색깔을 선택할 수 있도록 그런 제품을 만들었는데 부산 북구에 설치가 된 사례가 있다.

"환경과 사람을 생각하는 제품을 만들자."

이 단순해 보이는 문장 속에는 조경의 본질이 담겨 있다. 자연을 정복하지 않고 순응하며, 인간의 필요를 채우되 생태계를 해치지 않는 것. 7년간 단 한 번의 보수도 필요 없었던 그의 데크처럼, 그가 꿈꾸는 조경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단단해지고 아름다워지는 것들이다. 마치 오래된 정원의 나무들이 세월과 함께 더 깊은 그늘을 만들어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