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품으로 활용되는 각종 드론. AI 생성 이미지
드론 산업의 급속한 성장은 이제 전 세계적인 추세이며, 우리나라도 이 흐름 속에서 드론의 가치와 활용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 과거 고가의 전문 자산으로 여겨지던 드론이 이제는 보다 광범위하고 유연한 '소모품'의 개념으로 전환되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드론의 보급 확산과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패러다임 변화를 의미한다.
해외 사례로 본 드론의 소모품화 현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이 단순한 이론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사례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연간 250만 대 이상의 드론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월 15만 대라는 놀라운 생산량을 의미한다. 러시아 역시 매월 10만 대의 저가 드론을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우크라이나가 개당 400달러(약 55만원)의 드론으로 수십억 달러 상당의 러시아 폭격기를 파괴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의 '스파이더웹 작전'에서는 개당 2,000달러의 드론으로 70억 달러 상당의 러시아 폭격기 41대를 파괴하는 비용 대비 압도적 효과를 보여주었다.
미국 국방부 역시 최근 획기적인 정책 변화를 단행했다. 소형 드론을 탄약처럼 취급하여 하급 장교들이 직접 구매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이는 드론을 고가의 전략 자산이 아닌 일상적인 소모품으로 인식하는 전환점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드론을 소모품으로 인식하는 것은 제조 및 활용 생태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고가 정책은 신규 진입을 어렵게 하고 기술 보급을 지연시킨다. 따라서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다양한 용도에 맞춘 저렴한 드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마치 일회용 카메라처럼 필요에 따라 쉽게 구매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드론 산업의 외연을 넓히고 시장 규모를 키우는 데 기여할 것이다. 소모품이 된다는 것은 실패에 대한 부담을 줄여 더 많은 시도와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
미군은 드론을 탄약처럼 소모품으로 지정했다. 출처:DEFENSE
소모품화가 가져올 일상 속 변화
또한, 드론을 소모품 관점에서 보면 일상생활에서의 활용도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정찰용 드론과 같이 고급 기능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낮은 수준의 드론은 소모품으로 분류될 수 있다. 재난 구호, 물류 배송, 농업 생산성 증대, 환경 모니터링 등 다양한 공공 서비스 영역은 물론, 개인의 여가 활동이나 취미 생활에서도 드론은 더욱 손쉽게 접근 가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교체하고 폐기할 수 있다면, 드론 사용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져 드론이 우리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의료용품 배송용 드론을 소모품 개념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인도 북동부 지역에서도 의료 공급망 확대를 위해 저가 드론을 대량 활용하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드론의 소모품화가 단순한 구상이 아닌 실현 가능한 현실임을 보여준다.
선순환 구조의 핵심 동력
이러한 '소모품화' 관점은 드론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핵심 동력이다. 드론이 소모품처럼 쉽게 활용되면 시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이는 제조업체들이 더욱 저렴하면서도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반대로, 국내 제조 역량 강화를 통해 저가 드론 생산이 가능해지면, 드론의 소모품화는 더욱 가속화되어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사례에서 보듯이, 2024년 우크라이나 기업들은 자국 무인기의 96.2%를 자체 생산하며, 2025년에는 3만 대의 폭격용 드론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국내 생산 역량 강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다.
극복해야 할 과제들
물론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드론의 대중적 확산을 위한 인식 개선과 교육이 필요하다. 드론에 대한 오해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전하고 올바른 활용법을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둘째, 소모품으로서의 드론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원 재활용 및 폐기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무분별한 폐기가 환경 문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유럽연합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 감축을 위한 지침을 채택한 것처럼, 드론 소모품화에 따른 환경 영향도 사전에 고려해야 한다.
셋째, 저렴한 드론의 대중화에 따른 사생활 침해나 안전 문제 등 발생 가능한 역기능에 대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중요하다. 드론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도 사회적 문제를 최소화하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미래를 향한 전환점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이제 드론을 고정된 자산이 아닌, 광범위한 활용을 위한 유연한 소모품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은 드론 기술의 대중화를 이끌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며, 미래 사회의 다양한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드론이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매김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