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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녹색으로 물든 대청호
충청권 주요 식수원인 대청호가 집중호우 이후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녹조가 급속도로 확산해 진녹색으로 물들고 있다.
녹조는 육상의 질소·인 같은 영양염류가 빗물에 씻겨 유입된 뒤 수온이 상승할 때 유해 남조류가 번성해 발생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인 남조류는 수중 생태계의 필수요소지만, 과다 증식하면 악취를 일으키고 수질을 악화시켜 물고기 폐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올해 대청호 녹조는 지난달 하순부터 번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과 이달 7일 문의(청주)와 회남 수역(보은)에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됐고, 지난 14일에는 2곳 모두 '경계' 단계로 격상됐다.
녹조 확산으로 조류경보 '경계' 단계 발령
조류경보 '관심' 단계는 남조류가 2주 연속 1천cells/㎖를 넘을 경우 발령되고, 1만cells/㎖ 이상으로 올라서면 '경계' 단계가 된다.
대청호 어민 박모(67·충북 옥천)씨는 "최근 1주일 새 호수 물빛이 눈에 띄게 혼탁해지면서 진녹색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호수 구석에는 악취를 풍기는 녹조 덩어리가 둥둥 떠다니고 어획량은 급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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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천 하류에 가둬진 녹조 덩어리. 독자 제공. 연합
대청호 녹조는 매년 이맘때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조류경보제 시행 이후 여름∼가을 사이 거의 예외 없이 경보가 발령됐고, 지난해는 112일간 경보가 이어졌다. 장마 뒤 진녹색으로 변하는 호수를 빗대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총력 방역 체제 가동
녹조가 심상찮은 기세로 번지면서 수질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지사는 녹조가 상대적으로 심한 댐 상류에서 조류 차단막 5곳과 수중 폭기시설 33기, 수면포기기 36기를 풀가동하며 확산 방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대청호 녹조의 '진앙'으로 지목되는 옥천군 군북면 지오리 호숫가에는 초대형 녹조 제거 장비까지 투입됐다. 20일 서화천 하류에는 녹색 호수를 가로질러 2중 펜스가 설치됐고, 그 안에 가둬진 고농도 녹조를 집채만한 기계로 빨아들이는 작업이 분주하게 진행됐다.
국내 녹조 제거 전문기업인 씨엠스코㈜가 개발한 이 장비는 녹조로 범벅된 하천수에서 녹조 찌꺼기를 분리해 건조하는 시설이다. 업체 관계자는 "하루 10t 안팎의 오염수를 빨아들여 1t 안팎의 녹조 찌꺼기를 건조해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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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원 수질 관리 강화
대청댐지사는 올해 녹조 예방 및 저감을 위해 13억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장봉호 대청댐지사 차장은 "요즘 호수의 표층 수온이 30도 안팎으로 높아지고 일사량이 늘어 녹조 확산에 최적의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며 "상수원 수질에 악영향이 없도록 녹조 저감과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주시 등 인근 지자체도 상수원 수질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조류경보 격상 이후 문의 취수장의 취수 지점을 수중 14m 아래로 낮추고, 냄새와 독소 물질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옥천군과 보은군 등도 대청호 유입 하천에 대한 오염원 관리를 강화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