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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은 비틀어져도 보랏빛 꽃 만개. 연합뉴스 제공

어느 해보다 지독한 폭염과 가뭄이 이어진 최근 강원 강릉시 경포가시연습지에 멸종위기종 가시연이 역대로 가장 많이 꽃을 활짝 피워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7월 초 발원지와 수질정화습지 등 경포호 곳곳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 가시연은 최근 폭염과 가뭄이 기승을 부릴수록 오히려 더 많은 꽃이 피어나고 있다.

가시연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식물로 강릉이 북방한계선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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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가시연꽃. 연합뉴스 제공

최근 열흘이 훨씬 넘게 계속되는 열대야와 35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제한급수를 시행할 정도로 가뭄이 심각한 가운데 경포가시연습지에는 역대 가장 많은 가시연이 꽃을 피우고 있다.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던 이달 중순 300개체가 넘는 꽃을 피우더니 지난 25일에는 670여개체, 26일 740여 개체, 27일 800여 개체가 꽃을 피웠다.

고온과 많은 일조량이 개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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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연꽃 군락. 연합뉴스 제공

특히 무덥고 햇볕이 뜨거운 한낮에 꽃이 활짝 펴 꽃을 보려면 많은 수고를 해야 한다.

지난해 가장 많은 꽃이 피었을 때는 450개체 정도였다.

시민 김모(64)씨는 "가시연이 요즘 많이 피었다고 해서 무더위를 무릅쓰고 구경을 왔다"며 "잎은 가뭄과 폭염에 말라비틀어졌는데도 꽃은 화려하게 피어 신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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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연꽃에서 쉬는 메뚜기. 연합뉴스 제공

가시연은 과거 경포호에 자생했으나 호수 일부가 농경지로 개간되면서 자취를 감췄다가 2010년 습지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땅속에서 휴면 상태로 있던 종자가 수분과 온도 등 조건이 맞아 50년 만에 발아, 확산하면서 경포호를 상징하는 깃대종이 됐다.

현재 발원지와 수질정화습지, 습지광장 등 경포호 곳곳에서 꽃을 활짝 피워 2010년 이래 가장 많은 개체수의 꽃을 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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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연꽃. 연합뉴스 제공

올해는 가시가 돋은 긴 꽃대의 끝에 핀 밝은 보랏빛 꽃이 크기도 클 뿐 아니라 색깔도 매우 강렬하다.

경포가시연습지의 한 자연환경해설사는 "올해는 폭염과 가뭄으로 어려움이 많은데 오히려 가시연은 어느 해보다 가장 많이 강렬하게 피었다"며 "무더위에도 가시연을 보려는 많은 분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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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가시연습지의 가시연.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