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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PET를 재활용해 만든 CO₂ 포집 소재 'BAETA'. Max Emil Madsen/University of Copenhagen 제공.
생수병과 섬유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인 PE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폐기물을 재활용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₂)를 효율적으로 포집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이지웅 교수팀은 6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서 PET 폐기물로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CO₂ 포집 소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이는 플라스틱 오염과 기후 위기라는 세계 최대 난제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성과라고 밝혔다.
교신저자인 이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소재는 바다의 플라스틱을 정화하도록 하는 매우 구체적인 경제적 인센티브를 만들 수 있다"며 이 연구가 기후와 환경문제를 별개로 보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가운데 널리 사용되는 것 중 하나인 PET는 용도를 다하면 심각한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매립지에 쌓여 시간이 지나면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공기, 토양, 지하수, 바다로 흘러간다. 대표적 온실가스인 CO₂도 수년간 배출 제한을 위한 국제적 노력이 있었지만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아민(-NH₂) 그룹이라는 작은 분자를 이용해 PET의 긴 사슬 구조를 끊어내는 아미노분해(aminolysis) 반응을 통해 CO₂를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포집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PET가 아미노분해 과정을 거치면 긴 사슬이 잘려 조각(oligomaers)이 되고, 동시에 새로운 구조를 가진 비스-아미노아마이드(BAETA)라는 분자가 생성된다.
BAETA는 아민 작용기를 두 개 이상 가진 화합물로, 표면에 CO₂가 달라붙을 수 있는 자리가 많아 강력한 CO₂ 흡착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연구팀은 BAETA는 1㎏당 최대 150g의 CO₂를 포집할 수 있고, 250℃ 이상 고온에서도 안정적이기 때문에 산업용 굴뚝 배기가스 같은 높은 온도에서도 포집과 방출을 반복하며 여러 번 재생해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논문 제1 저자인 마가리타 포데리테 연구원(박사과정)은 "우리가 사용하는 합성법은 상온에서 이루어져 다른 CO₂ 포집 소재에 비해 훨씬 온화한 조건에서 합성할 수 있고 대규모로 확대 적용하기도 훨씬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물질은 실제 산업용 탄소 포집 시설에서도 큰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면서 "다음 단계는 이 물질을 톤(t) 단위로 생산하는 것이며 이미 투자를 유지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 물질의 인상적인 점 중 하나는 오래도록 효율을 유지하고 유연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라며 "상온부터 150℃까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산업시설의 뜨거운 굴뚝 배기가스 끝단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