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협회 국가도시공원 특별위원회가 27일 간담회를 열고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국가도시공원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실제 지정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에 한국조경학회 국가도시공원특별위원회가 8월 27일 간담회를 열고 학회, 협회,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해법을 모색했다. 특위위원과 지자체 담당자 등 40여 명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국가도시공원 조성을 위해 평생 시민운동을 펼쳐 온 김승환 동아대 명예교수는 "국가도시공원이 원래 취지를 살려 제대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특별위원회의 열정과 노력이 절실하다"고 참석 소감을 밝혔다.

김승환 동아대 명예교수(왼쪽)와 안승홍 위원장이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법 통과,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멀어····시범사업이 성공 열쇠

안승홍 특위 위원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국무회의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된 후,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1년간 마련해야 한다"며 "실제로는 내년 하반기에나 시행 규칙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시범사업을 통해 공원이 지정되는 것까지 가봐야 한다"며 "과거 민간공원 제도도 법은 시행했지만 실제 작동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신중론을 제기했다.

이번 법 개정으로 국가도시공원 지정 면적 기준이 기존 300만㎡에서 100만㎡로 완화되면서 전국 약 60개소가 지정 가능 지역으로 파악됐다. 광역시에 32개, 기초지자체에 38개가 분포돼 있다.

안승홍 위원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법안에는 △국가공원녹지기본계획 수립 △중앙도시공원계획위원회 설치 △공원녹지정보체계 구축 △품질평가제도 도입 등이 포함됐다. 안 위원장은 "영국의 그린플래그 어워드나 미국의 파크스코어 같은 평가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안 위원장은 국가도시공원법 제정의 긴 여정을 회고하며 2010년 첫 세미나 개최부터 시작된 노력을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조경진흥법(2015년 제정) 내 조경진흥기본계획에 국가도시공원 관련 내용이 반영되면서 국토교통부의 관심을 끌게 된 점을 중요한 전환점으로 언급했다.

안 위원장은 "현재 도시공원법 제3조에 시범사업 조항이 있어 법적 근거는 마련됐다"며 "의지만 있으면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범사업 대상으로는 △인천 소래습지생태 국가도시공원 △부산 낙동강 국가도시공원 △대구 두류공원 △광주 중앙근린공원 등 4개소가 거론되고 있다.

안 위원장은 국가도시공원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조직 정비가 필수라고도 강조했다. "현재 국토부에 설치된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을 국가도시공원청으로 확대 개편하거나, 국토지방청에 관련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토부에서 관심을 갖도록 하려면 인사 승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력적인 조직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담당 실무자들이 적극 나서게 된다"고 현실론을 제기했다.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의 최재군 소장은 정체성 확립이 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지자체의 추진 현황: "토지보상·재원 확보가 최대 난제"

광주광역시는 지난 8월 21일 시장 주재로 국가도시공원 지정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윤춘성 광주시 도시공원과 팀장은 "무등산 국립공원, 무등산권 국가지질공원과 함께 국가도시공원까지 지정되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다"며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추진 중인 중앙근린공원은 토지소유권이 100% 광주시로 이전돼 유리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광역시는 두류공원을 국가도시공원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 공원조성과 김종순 팀장은 "1965년 지정된 대구 1호 공원으로 연간 1300만명이 이용하는 시민 대표공원"이라며 "권영진 국회의원과 함께 7월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시민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타당성 조사와 기본구상 용역을 준비 중이다.

수원시는 광교호수공원(177만㎡)을 대상으로 검토 중이다. 최재군 수원시 공원녹지 사업소장은 "국가도시공원의 정체성이 무엇이고, 지정되면 시민들에게 무엇이 달라지는지가 핵심"이라며 "사유권 제약 등 우려 사항도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시행령, 시행규칙 마련 시 재원 부분을 잘 준비해야 한다"며 "특별회계 신설까지 고려해봤다"고 덧붙였다.

지자체들은 공통적으로 앞으로 마련될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재원 확보 방안, 토지소유권 문제, 지정 절차 등 실질적 운영 방안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철홍 조경협회 미래사업추진단장이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조성 가이드라인 제시와 거버넌스 구축

이어진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국가도시공원특별위원회의 역할과 운영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안승홍 위원장은 "국가도시공원의 조성 방향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며 "기후변화 대응, 도시발전 전략 등 시대정신을 반영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60개 후보지 중 첫 단추를 잘 끼워야 그다음이 따라온다"며 "인천 소래습지, 부산 낙동강, 대구 두류공원, 광주 중앙근린공원 등 4개 지역의 시범사업 성공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위원회 역할에 대해서는 "중앙정부, 지역 국회의원, 지자체, 학회, 업계, 시민단체 전체를 아우르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며 "학회-지자체 간 MOU 체결 등 체계적 협력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위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별 심포지엄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선거 6개월 전인 12월까지 지역별 토론회를 열어 국가도시공원이 가시권에 들어왔음을 알리고, 지역 정치권의 관심을 끌어내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영남·호남 지역 조경학회, 지역 조경협회, 그린트러스트 같은 시민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지역 차원의 추진 동력을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마케팅과 여론 조성도 중요한 과제

안 위원장은 "국가도시공원에 대한 시민과 중앙정부, 정치권의 분위기와 여론 조성이 필요하다"며 "마케팅 전략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위 운영 기간에 대해서는 "시범사업 완성까지를 1차 목표로 하되, 국가도시공원청 신설 등 장기 과제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의 공원 관리사 제도처럼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며 "다양한 관리 기법과 운영 모델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숭고한 연대의식으로 역사적 전기 마련

안 위원장은 특위 운영의 어려움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그럼에도 참여하시는 모든 분들이 생업을 버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나서는 것은 정말 숭고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위는 현재 3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최근 ESG정책포럼 공동대표를 역임한 곽상욱 회장의 참여로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7월 말 16명으로 시작했지만 법 통과 이후 참여 의지가 높아지면서 규모가 배 이상 늘었다.

안 위원장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반드시 우리나라 도시공원 역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연대의식과 역할이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15년간의 긴 여정 끝에 마련된 법적 토대를 바탕으로, 이제는 실제 국가도시공원 지정이라는 결실을 맺기 위한 실행 단계가 시작됐다. 학회·협회·지자체의 긴밀한 협력과 체계적인 추진 전략이 그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