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앞둔 을숙도의 AI생성 이미지
유명무실했던 국가도시공원 제도가 실효성을 갖출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성권 국회의원(부산시 사하갑, 국민의힘)이 대표 발의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공원녹지법)' 개정안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가도시공원 지정의 제도적 걸림돌이 해소되고 지정 실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을숙도는 본격적인 국가도시공원 지정 절차만을 남겨두게 됐으며, 제도 도입 이후 지지부진했던 국가도시공원 정책이 첫 결실을 맺을 가능성에 기대가 모인다.
국가도시공원 제도는 2016년 공원녹지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으나, 시행령상 과도한 요건과 복잡한 행정절차로 인해 지금까지 단 한 곳도 지정되지 못했다. 도입 8년 만에 비로소 실질적인 운영 기반을 갖추게 된 셈이다.
국가도시공원 지정 요건이 대폭 완화됐다. 공원에서 일상을 즐기는 시민들 모습. AI생성 이미지
면적 기준 완화와 절차 간소화로 지정 문턱 낮춰
개정안의 핵심은 국가도시공원 지정 요건의 대폭 완화와 행정절차의 간소화다. 기존 제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부지면적 기준을 300만㎡ 이상에서 100만㎡ 이상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이는 여의도 면적(290만㎡)보다 훨씬 작은 규모로, 도심 내 중규모 공원도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행정절차 면에서도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졌다. 기존에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했던 복잡한 절차를 삭제하고, 국토교통부 산하에 중앙도시공원위원회를 신설해 지정 과정을 대폭 간소화했다.
이로써 지방정부가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신청할 때 겪어야 했던 번거로운 행정절차와 긴 대기시간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정부의 재정 지원 근거를 법률에 명시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간 지방정부들이 국가도시공원 조성에 소극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가 막대한 조성·운영비 부담이었는데, 이번 개정으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법적으로 보장되면서 지방정부의 부담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년 4개월 입법 과정... 지역 시민사회와 협력 주효
이번 개정안 통과까지는 1년 4개월에 걸친 치밀한 입법 과정이 있었다. 이성권 의원은 지난해 10월 21일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후 지속적으로 국회와 관계 부처를 설득해 왔다. 2023년 12월 국토교통부 차관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기획재정부 등 주요 부처와의 협의를 이어갔고, 같은 달 23일에는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직접 참석해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올해 2월부터는 부산 지역에서 활동해온 국가도시공원 추진 시민단체들과 함께 국토교통위원회 맹성규 위원장, 권영진 법안심사소위원장 등과 릴레이 면담을 진행하며 입법 동력을 확보했다. 특히 4월 1일에는 부산과 대구 등 지역 주민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도시공원 조성을 위한 국회 정책포럼'을 공동 개최(이성권·맹성규·권영진·양부남 의원)하여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혔다.
이번 개정안은 맹성규·이성권·권영진·윤영석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4건의 법안을 통합한 국토교통위원회 위원회 대안으로 마련돼, 국토교통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여야 구분 없이 폭넓은 지지를 받으며 통과된 점에서 국가도시공원 제도에 대한 국회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을숙도, 첫 국가도시공원 지정 유력 후보로 부상
이번 개정안 통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을숙도다. 을숙도는 낙동강 하구에 위치한 철새 도래지로, 면적이 약 3.3㎢(330만㎡)에 달해 개정 전후 면적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 더욱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생태적 가치도 뛰어나다.
을숙도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철새 도래지이자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평가받고 있다. 매년 겨울철이면 수십만 마리의 철새들이 찾아오는 국내 최대 규모의 겨울 철새 서식지이기도 하다. 특히 천연기념물인 고니류와 국제적 멸종위기종들이 정기적으로 서식하고 있어 보전 가치가 매우 높다.
이성권 의원은 "을숙도가 지정되면 단순한 녹지 공간을 넘어 시민 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 도시 생태계 복원 등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의 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사하구 지역과 연계한 생태관광 거점으로 조성해 자연 친화적 휴식공간은 물론, 문화·관광 산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 확산 기대... 도시 녹지 정책의 새로운 전환점
이번 제도 개선의 파급효과는 을숙도에만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면적 기준 완화로 인해 전국 주요 도시의 대규모 도시공원들이 국가도시공원 지정 대상에 포함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인천 송도센트럴파크, 대구 두류공원, 광주 무등산국립공원 인근 지역 등이 차기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의 재정 지원 근거 마련으로 지방정부들의 참여 의지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국가도시공원 조성에 소극적이었던 지방정부들이 중앙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도시재생과 연계한 녹지 확충, 시민 휴식공간 조성 등의 차원에서 국가도시공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 개선이 우리나라 도시 녹지 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도시 열섬현상 완화, 미세먼지 저감 등 환경적 측면에서의 기대효과가 크고, 시민들의 여가·휴식 공간 확충을 통한 삶의 질 향상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성권 의원은 "부산뿐 아니라 인천, 대구 등 다른 지역에서도 국가도시공원 지정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을숙도의 성공적 지정을 위해 부산시, 시민단체, 전문가들과 함께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전국 곳곳에 국가도시공원이 조성돼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도시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국가도시공원 제도가 본격 궤도에 오르면서, 도시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 모델의 새로운 장이 열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