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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내년 소비 경향과 트렌드를 예측하는 전망서들이 서점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출간되거나 출판을 앞둔 트렌드서만 20여 종을 넘나들며, 이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인공지능'(AI)을 핵심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

29일 출판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트렌드서 시장은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4일 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26'은 27일 교보문고 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11일 출간된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이 4위, 25일 출간된 '머니트렌드 2026'이 5위를 기록하는 등 트렌드서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사회와 산업 트렌드를 예측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AI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라고 진단하며, 2026년을 'AI 전성시대'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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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갈등

일상 깊숙이 파고든 AI, 부부싸움 심판까지

AI의 일상 침투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6'에 소개된 사례에 따르면, 한 신혼부부가 부부싸움 중 결론이 나지 않자 누가 더 잘못했는지 AI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상용화된 지 수년 만에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온 AI가 이제는 부부간의 은밀한 갈등까지 중재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챗GPT 사용량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점사나 성격검사 같은 개인적인 궁금증부터 회사 업무까지 AI 활용 영역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업무 활용도가 높다고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을 쓴 송길영 작가는 분석한다.

송 작가는 "수많은 개인이 더 강한 연결 속에 더 강한 지능을 갖게 되었다"며 "AI로 무장한 개인들이 각자 예전 집단 규모의 성취를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조직과 경쟁하는 구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AI에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눈다'는 현명한 분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6'도 비슷한 관점에서 올해 키워드로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를 제시했다. AI의 처리 결과가 아직 완벽하지 않고 부작용이 예상됨에 따라 인간이 AI 처리 과정에 최소 한 번은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난도 교수는 "AI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인간이 의도적으로 개입해 시스템 정확성을 높이고, 최종 결정에 상황적 의미와 윤리적 판단, 창조적 감성을 부여하는 것이 휴먼 인 더 루프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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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생성AI 챗GPT 제작]

AI 권력 시대, 정치·경제·사회 전 영역 재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가 펴낸 '카이스트 미래전략 2026'은 'AI 권력'을 주제로 패권 경쟁 속에서 변화하는 정치, 경제, 사회 상황을 심층 분석한다.

뉴질랜드의 AI 정치인 '샘'(SAM)과 일본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AI 후보'는 이미 현실이 됐다. 이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유권자 질문에 대응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통한다. 저자들은 AI가 주류 정치인으로 나서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AI를 이해하는 정치인과 그렇지 못한 정치인 간 경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경제 분야에서는 AI 산업의 '석유'라 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구글, 메타 등 미국 거대기술 기업들의 데이터 패권 경쟁과 함께, AI를 장착한 로봇인 '피지컬 AI'의 개발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지치지 않는 지구력과 정확성을 발휘하는 이들 로봇은 배달, 이동, 돌봄 등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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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 [AFP=연합뉴스]

Z세대부터 시니어까지, 모든 세대의 AI 적응기

트렌드서들은 세대별 AI 적응 양상에도 주목하고 있다. 'Z세대 트렌드 2026'은 'AI네이티브'인 Z세대의 독특한 AI 활용 트렌드를 분석하며, 이들이 어떻게 AI를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여내는지 살펴본다.

'라이프 트렌드'는 AI와 봇이 일상을 점령한 시대에 인류가 처음으로 '내가 진짜 인간임을 증명해야 하는' 전례 없는 난제에 봉착했다고 진단한다. 이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의 정체성 자체에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외에도 '마켓 트렌드 2026', '2026 글로벌 테크 트렌드', '2026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스테이블코인 전쟁 2026년 경제전망', '2026 비즈니스 트렌드', '요즘 소비 트렌드 2026', 'IT 트렌드 2026', '시니어 트렌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망서들이 대부분 AI를 핵심 키워드로 내년에 펼쳐질 세상의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출판업계는 이 같은 트렌드서 열풍이 급변하는 시대에 대한 독자들의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갈증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AI 시대를 맞아 개인과 기업, 사회 전반이 어떻게 적응하고 대비해야 할지에 대한 실용적 가이드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