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김 제공

우리는 지구라는 행성이 생명체를 만들고, 그 생명체가 지구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진화해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명의 여정'(이김)을 쓴 피터 고프리스미스는 생명체의 활동이 지금의 지구 환경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식물의 뿌리는 토양을 안정화하고 강의 흐름을 바꿨으며 뿌리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은 주변 환경을 변형시킨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여기는 자연 풍경은 실제로는 수억 년에 걸쳐 이어진 식물들의 치열한 생존 전략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 책은 작가의 전작 '아더 마인즈'와 '후생동물'에 이은 일명 '의식'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작가는 '아더 마인즈'에서 문어를 통해 의식의 기원을 탐구했고, '후생동물'에서는 여러 생명체가 자신들의 생각을 펼치며 살고 있다는 점을 살펴봤다.

그리고 '생명의 여정'에서는 모든 생명체를 지구라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료 건축가'로 보자고 강조한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는 남세균의 선물이고 우리가 딛고 선 토양은 식물들이 안정시킨 것이며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는 수많은 생명체가 함께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생명체는 바로 인간이었다.

저자는 인간에 대해 38억년 지구 생명사(史)에서 처음으로 행성 전체의 미래를 의식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단일종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단순히 기존의 환경 담론에서 제시하는 죄책감이나 환경 파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다른 생명체에 대해 고마워하는 마음과 유대감을 갖자고 제안한다.

이송찬 옮김. 4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