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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오는 2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6·27 대책 이후에도 서울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아 10·15 대책까지 나온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낮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 불씨를 되살리고 '정책 엇박자' 논란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미국 관세 협상 불확실성 등에 최근 원/달러 환율까지 다섯달여 만에 다시 1.430원대까지 치솟은 만큼, 금리 인하가 환율 불안을 부추길 위험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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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서울·경기)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추이
◇ "한은, 정부 부동산대책에 동결로 공조할 듯…환율 수준도 높아"
20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모두 이달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7·8월에 이은 3연속 동결 예상의 근거로는 불안한 서울 집값과 가계대출, 환율이 거론됐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가계대출 증가세는 6·27 규제 등으로 둔화했지만,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오히려 확산하는 만큼 금융 안정에 무게를 둔 금리 동결이 바람직하다"며 "원/달러 환율 수준도 높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은 제약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낮)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31.0원으로, 지난 4월 29일(1,437.3원) 이후 5개월 반 만에 처음 주간 종가 기준으로 1,430원대에 다시 올랐다.
특히 10·15 등 잇단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 잡기에 나선 정부와 정책 공조 차원에서라도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목표로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한은이 반대로 금리를 내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도 "부동산 규제 강화 기조 속에 한은도 실제 집값과 가계부채가 규제 효과로 안정 또는 억제되는지 시간을 두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도 동결의 배경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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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 늘고 주식 등 자산효과에 소비회복도 기대…한은, 정책여력 아낄 것"
반도체 등 수출 호조와 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 내년 성장률 회복 전망 등으로 경기 부양 목적의 금리인하 압박이 줄었다는 점도 동결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안 연구위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예상보다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2분기부터 시작된 소비 개선세도 아직 유효한 만큼 한은이 부동산·가계대출 등 금융 안정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도 "해외 기관들 가운데 우리나라 내년 경제 성장률이 2%대에 이를 것으로 보는 곳도 있는데, 한은이 현재 경기를 금리 인하로 대응할 정도로 나쁜 상황이라고 인식하지 않을 수 있다"며 "수출과 내수·건설 업종 간 실적, 반도체·자동차 등 관련 종목과 다른 종목 간 주가에서 양극화가 심해지는 만큼 체감 경기도 단순히 모두 나쁘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 선임연구위원 역시 "이창용 총재도 통화 완화 기조를 유지한다고 말했고, 경기를 고려할 때 금리 인하 필요성도 여전히 있다"면서도 "정부가 돈을 계속 뿌리는 만큼 그 효과를 봐가며, 통화 정책 여력을 아껴두자고 한은이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회복세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고용시장 회복과 더불어 가계 소득이 개선되는 만큼 성장 하방 리스크(위험)가 큰 상황은 아니다"며 "특히 최근 증시 호조에 따른 향후 자산 효과를 고려하면 소비의 경우 상방 요인이 더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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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기준금리 추이
◇ "경제여건 변화 없다면 11월 인하도 불가" 우세…"연준은 연내 2번 인하"
이런 부동산·가계대출·환율·성장 등 경제·금융 환경에 큰 변화가 없다면, 이달뿐 아니라 11월에도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연내 추가 인하가 없다는 뜻이다.
안예하 키움증권[039490] 선임연구원은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내년 2월이나 1분기 중 한 차례 더 낮추고 인하 사이클(주기)을 종료할 것"이라며 "경기 양극화 속에도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와 수요 개선 등을 고려하면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은 제약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난 것으로 봤다.
그는 "다음 달 한은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잠재성장률을 회복한다는 의미인 만큼 11월 회의에서 인하 사이클 종료를 시사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반대로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1월 인하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데 무게를 뒀다.
그는 "올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지 않고 넘어가기에는 여론의 비판이 예상되고, 여론에 민감한 한은이 11월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더구나 10월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0.25%포인트(p) 기준금리를 낮추면 한·미 격차가 1.5%p로 줄어 인하 여력이 더 생긴다. 3분기 성장률이 1%보다 낮으면 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 실장과 박 이코노미스트를 제외한 4명은 다음 달은 아니더라도 한은이 내년까지 부동산·경기 상황을 봐가며 한두 차례 기준금리를 더 낮출 여력이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기준금리가 이번 통화 완화 주기에 2.00% 수준까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기준금리 전망과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10·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25%p씩 두 차례, 총 0.50%p 인하를 예상했다.
안 연구위원은 "연준은 고용 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올해 연말까지 0.50%p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대부분의 전문가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금리 수준은 현재 4.00∼4.25%에서 인하 종료 시점에 상단 기준으로 3.50%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