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주 JPM 전무이사가 '마라해양공원'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JPM 제공

제주 바다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해를 뜻하는 '해안(海眼)'.

이승주 JPM 전무이사의 이름 석 자와 아호 '해안'에는 제주를 향한 남다른 애정이 담겨 있다. 한글사랑서예대전 초대작가이기도 한 그는 제주 출신으로, 동국대학교와 동국대학원(서울)에서 조경계획· 설계석사학위를 받은 조경 전문가다. 조경계에서는 드문 '조경분야 국가유산 수리기술자' 자격증까지 보유하고 있어 그의 전문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승주 전무는 2005년 고향인 제주에서 자연경관에 대한 일을 시작했다. JPM 제공

서울에서 제주로, 꿈을 향한 유턴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이승주 전무는 2005년, 어릴 적 품었던 꿈을 이루기 위해 고향 제주로 돌아왔다. "언젠가는 제주에 내려와 조경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다. 당시 제주에는 경관을 디자인하고 설계해서 꾸미는 조경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 "조경이 뭔지도 잘 모르고, 그냥 나무만 심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디자인도 하고 공간 구성을 하고, 시설물도 들어가고 식재도 해야가는 종합적인 플랜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제주 성산 4·3 터진목 유적지. JPM 제공

제주만의 신개념 '삼다(三多)'를 넘어서

전통적인 삼다도(三多島)의 개념이 아닌, 종합엔지니어링 조경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가 마주한 또 다른 삼다(三多)가 있었다. 첫째는 보존, 둘째는 심의, 셋째는 제주적인 사고였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를 표방하다 보니 공원 조성 계획 심의, 공공 디자인 심의, 경관심의 등 심의 제도가 다른 지역보다 강합니다. 심의위원님들의 말씀 하나하나에 맞춰 반영하다 보면 저희는 모든 걸 조율하는 PM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이 전무는 2011년 JPM(제주 프로젝트 & 플래닝 매니지먼트)에 입사해 조경부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도시계획부 차장으로 일하며 인허가부터 조경 실무까지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이제 그는 제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종합엔지니어링 조경부의 수장을 맡고 있다.

제주의 향토지와 족보 등 각종 문헌이 보존된 '탐라도서관'. JPM 제공

환경수도 제주, 조경이 만드는 미래

현재 JPM 조경부는 이승주 전무를 포함해 5명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적은 인원이지만 연간 23~24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제주의 경관을 가꾸고 있다. 제주 156개 종합엔지니어링 업체 중 실질적으로 조경 전문 인력을 갖추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은 JPM이 거의 유일하다.

"환경수도를 표방하는 제주이다 보니 조경에 국한된 것만이 아니라 융복합 시대의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환경관련 업무, 그 외 CCTV 설치, 안전 사업지구, 공공 디자인 등도 포함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그는 현재 진행 중인 '도민의 숲' 사업을 꼽았다. 기존 도청사 부지와 공원 부지, 문송로를 연결해 하나의 큰 숲으로 조성하는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심의절차에 따라 용역기간의 벽을 넘어 계속 진행하여 마무리 할 예정이다. 또한 산림청 예산으로 진행되는 도시 바람길 숲, 미세먼지 저감 프로젝트 등을 통해 제주의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승주 전무는 JPM 조경부를 이끌고 있다. JPM 제공

제주다움을 담는 조경 철학

"육지 같은 경우는 도시적인 형태 위주로 설계를 많이 하는데, 제주는 그 자체가 자연이지 않습니까? 형태적인 것보다는 흐름이나 장소에 맞는 환경, 그 장소에 맞는 수종 선택이 중요합니다."

이 전무는 선조들이 조경할 때 사상과 철학, 의미를 담았던 것처럼, 한 공간을 조성할 때도 철학적 생각과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주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 장소에 맞는 조경이 어떤 것인가를 찾는 거죠."

그는 제주에서 '굴무기낭'이라 불리는 느티나무를 특히 좋아한다. 제주에 사는 느티나무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인간을 위해 자신을 불태우는 헌신의 나무입니다. 제주에서는 후박나무, 먼나무, 이팝나무, 왕벚나무, 때죽나무, 대나무 등 제주의 자연 환경에 맞는 수종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이승주 전무가 제주도청에서 열린 전문가회의에서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JPM 제공

설계는 종합 예술

"조경 설계는 종합과학예술입니다. 선에는 의미 없는 선이 없습니다. 선 하나를 긋더라도 왜 이런 선이 나와야 하는지 생각을 많이 해야 합니다."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의 가름침이 떠오른다. 현실에 최적화된 설계를 하고자 직접 시공을 경험했고, 감리 업무도 수행하면서 설계자의 의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체득한 그는, 자연과 어울리는 곡선을 사용하여 설계하지만 완벽한 설계란 없다고 말한다. 단지, 최선을 다해 최적화된 설계를 하고자 노력할 뿐이다. "시공회사도 프라이드를 갖고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시공해야 합니다. 작품을 만드는 거니까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로 그는 물과 관련된 사업을 꼽았다. "온천이나 야외 풀장, 하천수변공간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제주가 건천이다 보니 물이 없을 때도 경관이 연출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하는 부분도 필수적이죠."

제주 화순 곶자왈 입구. JPM 제공

설계란, 사람들에게 좋게 만드는 것

설계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 이 전무는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답을 내놓았다. "사람들한테 좋게 만드는 거죠. 더 확대하면 사람뿐만 아니라 새들도 좋고, 벌레도 좋고, 모든 게 다 좋아야 가장 좋은 환경인 겁니다."

그는 직원들에게 "끝까지 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중간에 포기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본인이 좋아야 계속하는 겁니다. 끝까지 같이 해서 좋은 환경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제주대에서 후학을 위해 특강을 하고 있는 이 전무는 앞으로도 설계를 계속할 계획이다. "정영선 선생님도 82세에 현역에서 일하시는 걸 보니,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이승주 전무는 한글사랑 서예대전 초대작가이기도 하다. JPM 제공

미래의 도전 '과거와 현재를 잇는 제주다움의 복원'

앞으로 이승주 전무는 국가유산 수리기술자라는 자격에 맞는 일을 찾아 과거부터 이어 온 '제주다움'이 현대의 자연경관에서도 묻어나도록 해보고 싶다.

"제주도 조경쪽에서 이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게 독보적이어서 전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재 수리 분야에서 설계뿐만 아니라 시공도 하려면 국가유산 기술자와 기능자 두 명 이상이 있어야 면허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 뒤의 희망사항이기는 합니다."

한글사랑서예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며 서예로 마음을 다스리고, 옛것을 존중하는 것도 그가 제주의 전통과 현대를 잇는 작업을 준비하는 일환이다. 붓으로 한 획 한 획 그어가며 선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처럼, 그는 제주의 옛 흔적들을 현대 조경 설계에 담아내려 한다.

"거의 독보적으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기득권을 가지고 갈 수 있는 분야입니다." 제주의 국가유산과 전통 경관을 현대적으로 복원하고 보존하는 일, 그것이 이승주 전무가 그리는 다음 장면이다.

제주 한라수목원. JPM 제공

'곱들락한 제주 멩글젠 폭싹 속았수다(아름다운 제주 만들려고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말을 듣기 위해 오늘도 이승주 전무이사와 함께 뛰는 JPM 조경부 임직원들은 제주의 곳곳을 살펴보며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자연과 인공 사이에서, 제주다움을 찾아가는 그들의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