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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 골든하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250억원을 들여 조성한 18만㎡ 규모의 골든하버 공원이 5년 넘게 시민들에게 개방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파고라 13개, 의자 177개, 야외테이블 39개, 조형물 50개, 화장실 2동 등 각종 시설이 설치됐지만 활용은커녕 노후화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법적 지위 논란: "공원이냐 녹지냐"

문제의 핵심은 법적 지위에 대한 해석 차이다. 인천항만공사(IPA)는 2020년 6월 골든하버 개발 과정에서 5만7천700여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공원을 조성한 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 관리권 이관을 추진했다. IPA는 항만시설 관리가 주 업무로, 공원 내 야영·취사 금지, 불법 주차 단속 등 행정권한이 없어 안전사고와 민원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인천경제청은 "골든하버는 국토계획법상 도시계획시설 '공원'이 아닌 단순 '녹지'로 지정돼 있어 현 상태로는 이관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맞선다. 경제청 관계자는 "공원으로 이관받으려면 먼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법적 근거 없이 관리권만 넘겨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시설 수준 공방: "충분하다" vs "부족하다"

두 기관의 두 번째 쟁점은 시설 수준에 대한 평가다. IPA는 250억원을 투입해 송도지역 공원으로 손색없는 시설을 갖췄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수만 그루의 수목과 함께 휴게시설, 화장실, 조형물 등이 설치됐고, 공원으로서 기본 기능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송도의 다른 공원들과 비교하면 편의시설이 크게 부족하다"고 반박한다. 경제청 관계자는 "센트럴파크나 동춘공원 등 송도 내 기존 공원과 비교했을 때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의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며 "이관받기 전에 송도 공원 수준에 맞는 개선 공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같은 의견 차이로 인근 주민들의 공원 개방 요구는 계속 묵살됐고, 5년간 방치되면서 설치된 시설물들은 오히려 노후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IPA가 계획 중인 송도 아암물류2단지 30만㎡ 규모 공원 조성 사업 역시 이관 협의 미완료로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해법은 '단계적 개방-동시 개선'

전문가들은 두 기관이 법적 절차와 실질적 이용을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우선 IPA가 도시계획시설 변경 절차를 즉시 착수하고, 동시에 인천경제청이 요구하는 추가 편의시설 설치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현재 IPA는 "골든하버 개발이익금을 추가 투입해 공원 시설을 개선하는 방안을 경제청에 제안했다"며 "단계적 개방과 점진적 이관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1단계: 안전한 구역부터 시범 개방 ▲2단계: 개선 공사와 병행한 부분 개방 ▲3단계: 공사 완료 후 전면 이관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녹지를 공원으로 용도 변경하는 데는 통상 6개월~1년이 소요되는데, 그 기간을 활용해 시설 개선 공사를 진행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한 "250억원을 들인 시설이 5년 넘게 방치되면서 훼손되는 것은 명백한 혈세 낭비"라며 "두 기관이 책임 회피가 아닌 시민 편익을 최우선으로 신속한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IPA와 경제청 간 실무협의를 통해 구체적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5년 넘은 기다림이 언제 끝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