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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나림 생태공원. 경남 하동군 제공

2006년 폐교 후 방치되어 있던 경남 하동군 북천면 옛 북천중학교가 지난해 '하동나림 생태공원'으로 새롭게 단장되며 지역 주민과 관광객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거듭났다.

28일 하동군에 따르면 지난해 준공된 이 공원은 생태 교육과 휴식, 놀이가 조화를 이룬 복합문화공간이다. 공원 명칭은 하동 출신 소설가 이병주 선생의 호 '나림(那林)'에서 따와 지역의 역사와 자연을 잇는 상징성을 담았다.

'작은 지리산'을 구현한다는 목표 아래 인공 시설을 최소화하고 자연환경 보전에 중점을 두고 설계했다. 히어리, 백합나무 등 지리산 자생식물과 천연 잔디를 중심으로 132종의 수목과 화초류를 조성했다.

옛 학교의 교문과 석상 등 기존 시설물들을 보존해 졸업생들에게는 추억을, 지역민들에게는 시간의 연속성을 제공하는 공감의 공간으로 배려했다. 스카이워크, 무지개 그네, 미니 집라인 등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도 다양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학교 건물은 문화·체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방문객들은 북카페에서 여유를 즐기거나 영상관에서 영상을 감상할 수 있으며, 공방에서는 키링 등 소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행사가 상시 운영된다. 이런 노력 덕분에 준공 이후 누적 방문객 7천명을 돌파하며 지역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공원을 중심으로 지역 문화예술과 환경행사를 연계해 지리산권 생태관광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소백산 자락의 자연 속 힐링, 여우골 글램핑장

경북 영주시는 폐교된 순흥초등학교 배점분교를 활용해 자연 친화형 체류 관광시설 '여우골 글램핑장'을 올해 6월 개장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총 14억 원을 투입해 약 8,318㎡ 부지에 12개 글램핑동과 관리동, 중앙광장, 쉼터, 주차장 등을 완공했다.

각 글램핑동은 바비큐 공간, 침실, 개별 화장실, 파우더룸 등 최신 편의시설을 갖췄으며, 소백산 국망봉을 배경으로 한 천혜의 자연 경관 속에서 프리미엄 캠핑을 즐길 수 있다. 기존 폐교 건물은 리모델링해 관리동으로 활용하고, 여름 성수기에는 야외 수영장도 운영될 예정이다.

여우골 글램핑장 인근에는 순흥저수지, 소백산 자락길, 초암사를 비롯해 소수서원, 선비촌, 부석사 등 주요 관광지가 인접해 있어 캠핑과 연계한 다채로운 관광이 가능하다. 영주시 관계자는 폐교를 활용해 지역 자원을 재발견하고 관광과 지역 경제를 동시에 활성화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미술과 문화로 다시 태어난 교실들

최근 전국적으로 폐교를 미술관, 박물관, 창작촌, 생활문화센터 등 지역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사람들로 북적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구시는 2007년 폐교된 우룩분교를 예술가를 위한 미술창작 스튜디오와 레지던시 '가창 창작 스튜디오'로 리모델링해 유망한 신진 예술가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영천의 시안미술관은 옛 화산초등학교 가산분교를 매입해 조성된 곳으로, 운동장과 주변 6,000평을 설치미술과 조각공원, 야외음악당, 캠핑장, 산책로로 만들었으며 학교 건물은 갤러리로 변신했다. 전시실과 작업실을 분리해 레지던스를 운영하며, 입주작가들은 인근 마을을 설치미술관이자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폐교의 미래

경기도 포천시는 2022년 폐교된 금주초등학교를 유아·아동을 위한 실내외 놀이공간, 체험학습장 등을 갖춘 '포천교육연구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3년여 동안 방치됐던 학교를 지역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복합문화교육공간으로 재개발하는 사업이 올해 상반기 연구용역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전국적으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폐교가 증가하면서 이를 지역사회에 필요한 시설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하동나림 생태공원, 여우골 글램핑장, 폐교 미술관 등의 성공 사례는 단순히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을 넘어 지역공동체 강화와 경제 활성화,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폐교가 지역의 애물단지에서 자산으로 변모하며, 과거의 추억을 간직한 채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