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왕궁 자연환경 복업사업 부지. 익산시 제공
 
전북 익산시 왕궁면 일대가 대규모 자연환경 복원사업을 통해 생태계의 보고로 재탄생한다. 익산시는 '왕궁 자연환경복원사업'이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심의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됐다고 3일 밝혔다.
총사업비 2437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시 2033년까지 왕궁면 일대 182만㎡의 훼손 지역을 복원하게 된다. 익산시는 내년 예비타당성 본조사 통과를 위해 모든 행정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한센인 격리정책부터 축산업까지...70년 환경훼손의 아픔
왕궁면 일대의 환경 훼손은 단순한 개발의 결과가 아니라 아픈 역사와 맞닿아 있다. 1948년 정부의 한센인 격리정책으로 한센인들이 이곳으로 강제 이주하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생계를 위해 장려된 축산업은 지역 경제에는 도움이 됐지만, 70년 넘게 누적된 악취와 수질오염, 환경 파괴는 왕궁면을 생태계 황폐지로 만들었다. 과거 정부 정책의 희생양이 된 이 지역은 이제 국가 차원의 복원사업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1단계: 끊긴 생태축 복원...멸종위기종 서식지로 재탄생
사업의 1단계는 '자연 생태 복원'에 초점을 맞춘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고속도로 건설로 단절된 생태축을 다시 연결하는 것이다. 생태통로를 조성해 야생동물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또한 생태숲 조성과 자연형 수로 복원, 계단식 논습지 조성을 통해 지역의 수질 정화 기능을 회복시킨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을 비롯해 삵, 맹꽁이, 독수리 등이 안정적으로 서식할 수 있는 친환경 서식지를 대대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실제로 오염 행위가 중단된 왕궁 지역에는 이미 이들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이 하나둘 돌아오고 있어, 본격적인 복원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단계: 생태관광 거점에서 세계녹색복원엑스포까지
2단계는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생태경제 기반 구축'을 목표로 한다. 단순히 자연만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지속가능한 생태경제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왕궁 일대를 따라 국가생태탐방로를 조성해 생태교육과 관광의 거점으로 육성한다. '왕궁 자연회복 기념관'을 건립해 지역의 아픈 역사부터 극적인 복원 과정까지를 기록하고 전시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익산시는 '세계녹색복원엑스포' 유치를 추진한다. 왕궁 생태복원 사례를 국제적인 생태 논의의 장으로 확산시켜, 한국의 생태복원 기술과 경험을 세계와 공유하겠다는 구상이다. 환경 파괴의 상징이었던 왕궁이 글로벌 생태복원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수십 년간의 아픔을 간직한 왕궁지역이 치유와 회복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며 "이번 사업이 단순한 환경 복원을 넘어 역사적 아픔을 치유하고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생태계를 물려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