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다' 송동근 방장이 고양고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동근 제공
 
“조경, 그게 뭐예요?” 고등학생 다운 질문에 선배는 ‘찐심'을 답했다.
지난 3일, 고양시 덕양구 삼송로의 고양고등학교 조경인테리어과 교실은 평소보다 뜨거웠다.
‘조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수다방(조수다)’의 송동근 방장이 직접 학교를 찾아
조경을 배우기 시작한 1학년 학생들과 4시간 동안 ‘조경의 진짜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이다.
1학년 1반과 2반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강의는
1부 ‘이 시대의 조경인은 뭘 먹고 사는가’, 2부 ‘따뜻한 말 한마디가 나를 시공에 빠지게 한다’로 이어졌다.
강의 내내 학생들의 손이 끊임없이 올라가며, 교실은 조경 토크로 가득 찼다.
현장감 있는 강의에 학생들의 질문도 이어젔다. 송동근 제공
 
“도면 위 조경보다, 흙 위 조경을 먼저 느껴라”
송동근 방장은 강의 시작부터 솔직했다.
“조경은 나무를 심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의 삶을 디자인하는 일입니다.”
그는 조경학과 졸업 후 진로, 조경기능사 자격증, 현장 적응까지
‘조경으로 먹고사는 현실’을 생생히 풀어냈다.
또 “도면 위에서 보는 조경과 흙 위에서 부딪히는 조경은 완전히 다르다”며
“직접 식물을 보고, 만지고, 흙을 밟아야 조경의 감각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조경을 하면 제일 먼저 배워야 할 건 뭔가요?”,
“식재를 잘하려면 어떤 식물을 알아야 해요?” 등 구체적인 질문을 쏟아냈다.
그때마다 송 방장은 현장의 사례와 에피소드를 섞어가며 진심으로 답했다.
송동근 방장은 특강에서 '폭넓은 시야의 조경인'이 되라고 강조했다. 송동근 제공
 
“쪽팔린 조경인 되지 말자” — 선배의 진심 5계명
강의의 하이라이트는 후배 조경인들을 위한 다섯 가지 조언이었다.
1. 조급해하지 말기 — 조경은 느려도 꾸준히 가야 하는 일입니다.
2. 현장을 많이 경험하기 — 흙을 밟아봐야 감각이 생깁니다.
3. 사람을 먼저 생각하기 — 조경은 결국 사람이 머무는 공간을 만드는 일입니다.
4.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하지 말기 — 실패는 과정일 뿐입니다.
5.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 잃지 말기 — 그 마음이 언젠가 철학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
“조수다의 모토는 *‘쪽팔린 조경인 되지 말자’*입니다.
‘나는 식물이 좋아서 조경을 했다’는 단순한 마음이 시작이에요.
그 불씨 하나가 여러분의 작품이 됩니다.”
고양고는 '농생명산업계열 특성화고'로 다양한 현장 학습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송동근 제공
 
“조경인을 키우는 학교, 고양고는 이미 현장이다”
고양고등학교는 농생명산업계열 특성화고등학교로,
조경인테리어과, 식품생활과학과, 애완동물관리과, 스마트광전자과,
그리고 특수학급의 교육과정으로 구성된 다양한 융합형 교육 공간이다.
학교 안에는 조경인테리어관, 반려동물관리관, 농업기계실습실, 관상온실, 농업기초과학관 등
현장 중심의 실습시설이 완비돼 있다.
조경 설계부터 식재,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어
학생들이 이미 ‘작은 조경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송 방장은 “이런 학교 환경이 정말 부럽다”며
“고등학교 단계에서 조경산업기사까지 연계된다면
우리 조경계에 새로운 세대의 실무형 인재가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흙을 밟는 순간, 조경이 재밌어집니다.”
강의 내내 이어진 학생들의 질문에 송동근 방장은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조경의 시작은 결국 ‘사람’입니다”
이번 강의를 마련한 이현래 교사는
“책으로 배우는 조경보다, 현장에서 온 선배의 이야기가 학생들에게 훨씬 깊게 와 닿았다”며
“오늘을 계기로 학생들이 조경의 본질을 더 넓게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고는 1938년에 설립돼 '능력 중심 사회 인재'를 육성해 온 학교이다. 송동근 제공
 
강의를 마친 송 방장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조경은 보는 만큼 견문이 넓어집니다.
시간 날 때마다 배낭 메고 답사 다니세요.
그게 진짜 조경 공부입니다.”
그의 진심이 닿은 교실,
그날 고양고는 조경의 이야기로 가장 ‘핫’한 공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