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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시내 공원. EPA 연합
독일 베를린 당국이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15년간 50만 그루 넘는 나무를 새로 심기로 했다.
베를린 시의회는 3일(현지시간) 2040년까지 지금의 배를 넘는 1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보유하도록 하고 녹지공간을 여름철 '냉각섬'으로 활용해 열섬현상을 완화한다는 내용의 기후적응법을 의결했다.
법안에는 도롯가와 중앙분리대에 최소 15m 간격으로 가로수를 식재하고 시내 '열섬 구역' 170곳의 기온을 2도 낮춘다는 구체적 목표가 제시돼 있다.
이 법안은 원래 지난해 시민단체가 발의했다. 시의회는 주민투표 등 시민입법 절차를 밟는 대신 발의안을 수정해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표결에서는 극우 독일대안당(AfD)을 제외한 모든 정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문제는 돈이다. 시의회는 목표대로 나무를 100만 그루 이상으로 늘리려면 15년간 32억유로(5조3천억원)가 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베를린시 1년 예산은 약 400억유로(66조2천억원)다.
현지매체들은 올해 초 연방정부가 인프라 투자와 기후변화 대응에 쓰기로 한 5천억유로(827조1천억원)의 특별기금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베를린시는 이 기금에서 12년간 52억5천만유로(8조7천억원)를 받게 돼 있다.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은 당초 낡은 철도·도로·교량을 보수하는 등 산업 기반시설 개선을 목적으로 연방정부 특별기금을 구상했다. 그러다가 의회 법안 표결에서 녹색당 협조를 얻기 위해 기후적응 명목을 추가했다.
이 때문에 베를린이 할당받은 기금의 절반 이상을 나무 심는 데 쓰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친기업 성향 자유민주당(FDP)의 크리스토프 마이어는 "교육과 디지털 전환, 현대적 인프라 같은 진정한 미래 과제에 투자하는 대신 말 그대로 돈을 땅에 묻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