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서울 성북구 오동숲속도서관 전경

깊어져 가는 가을, 한낮에 잠시 내리쬐는 햇살은 따스하고 공기는 적당히 쾌적하다.

숲속 산책로를 걷기에 좋은 계절이다. 이맘때 숲속 조그마한 도서관에 들러 보는 것은 어떨까.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책을 들추며 사색에 잠길지도 모른다.

서울 오동근린공원 안에 있는 성북구 오동숲속도서관에 다녀왔다.

◇ 도서관과 건축의 재발견

X

도서관 입구

요즘 특색있는 도서관들이 늘고 있다. 외관을 이색적으로 만들거나 다루는 책 분야를 특화한 곳도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여행을 할 때 미술관, 박물관을 방문하듯 도서관 탐방을 하는 이들도 있다.

문화시설에 대한 관심과 함께 건축을 눈여겨보는 사람들도 이전보다 늘어난 느낌이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오동숲속도서관은 2023년 5월에 문을 열었다. 목조로 만든 숲속 공공도서관이다.

서울 도심에서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갈아타고 가 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주변을 둘러보고 싶어서 목적지 인근보다 몇 정거장 앞서 마을버스에서 내렸다.

주택과 아파트가 있는 골목길, 한적한 오솔길을 꽤 걸었다. 시간은 더 걸렸지만, 오히려 주변 풍경을 살펴볼 수 있었다.

걸으면서 스스로 "이 도시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 목재 파쇄장의 변신

X

도서관 내부

오동근린공원은 생각보다 넓고 경삿길도 있었다. 월곡청소년센터 옆길로 가면 오동숲속도서관이 나온다. 1∼2분 지나자 나무색의 건물이 보였다.

도서관 측면에 2023년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특별상, 같은 해 한국건축가협회 건축상, 2024년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 상패가 차례로 걸렸다.

그 옆 투명한 액자에는 "오래된 목재 파쇄장이 책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자연을 품은 시민의 휴식공간이 됐다"는 알림글이 개관일과 함께 적혔다.

지금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지만, 과거 이곳은 목재 파쇄장이 방치되면서 폐목재 등이 있었다고 한다.

인근에는 공용 화장실, 유아 숲 체험원, 운동시설 등이 있어 주민들의 왕래가 잦은 편이다.

사람들이 오가는 공간에 책을 매개로 한 쉼터가 들어섰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오동근린공원의 길은 서로 연결돼 있다. 도서관은 책과 정보, 지혜로 사람들을 연결한다.

◇ 새로운 책쉼터

X

책장과 창가가 보이는 내부

오동숲속도서관 건물의 첫 이미지는 새롭다는 느낌이었다.

오래된 숲속에 갑자기 어디선가 '짠'하고 나타난 건물 같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니 정갈한 나무색의 이 건물이 주변 풍경과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색의 목재 빛깔과 소박한 공간감 때문이 아닐까.

도서관 건물의 지붕 모양이 눈길을 끌었다. 여러 조그만 지붕이 경사를 달리한 것 같은 모습이 독립적으로 보이기도, 겹쳐 보이기도 했다.

익숙하면서도 신선해 보였다. 도서관의 외관은 오동근린공원 자락길을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치에 따라 유리창이 작게 또는 크게 나 있어 내부가 조금씩 보였다. 규모는 아담했다.

지상 1층 단층으로, 면적이 431.2㎡다. 도서 1만여권을 소장한다.

도서관에는 몇시간 동안 앉아있는 이용객들도 보였고, 마실을 다니듯 지나가다가 물 한 잔 마시러 들렀다는 이용객도 있었다.

◇ 자유롭고 독립적인 내부 공간

X

바깥 풍경이 보이는 자리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둥근 탁자가 책장 사이사이에 놓여있고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보였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서로가 대화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자유로우면서도 책장으로 인해 공간이 자연스럽게 구분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벽과 천장에는 군데군데 창이 있어 바깥 풍경이 눈에 잘 들어왔다.

가만히 살펴보니 천장과 건물 바닥을 이어주는 역할을 굵은 목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책장 위로 이어진 수직의 목재들도 분담하는 것처럼 보였다.

수직선이 잘 연결돼 있고 전등도 그 선을 따라 배치됐다. 물론, 가로로 배치된 전등도 있다.

X

자유롭고 독립적인 내부 공간

전반적으로는 도서관 이용객, 목재, 창 너머 풍경이 두드러져 보였다.

조그마한 북 카페와 도서관 직원들의 자리는 중간이 아닌 가장자리에 배치됐다. 주인공은 역시 이용객들이다.

바깥의 회랑이 보이는 내부 창가 자리에는 의자 7개가 별도로 놓였다. 꽤 인기가 있는 자리여서 필자도 몇십 분 기다렸다가 앉았다.

회랑에는 화분이 일렬로 늘어서 있고, 그 건너편에는 숲이 보였다.

회랑이 궁금해서 출입문을 열고 밖에 나가봤다. 건물 쪽으로 나무 의자 몇 개가 놓였다.

그곳에 앉아 사람들은 차를 마시거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 연결된 외부 공간…데크길 따라 걸으면 월곡산 애기능터

X

독특한 지붕 모양의 오동숲속도서관

몇 주 뒤 다시 오동숲속도서관을 찾았다. 비 내리는 휴일 아침인데도, 내부의 창가 자리는 모두 차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이용객이 늘면서 공간에도 활기가 더해졌다. 자연탐험 만화책을 들춰보고선 제자리에 두는 아이들의 모습이 익숙해 보였다.

유리창 너머로 도서관 옆에 있는 흙 마당에서 우산을 들고 맨발 걷기를 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다시 와 봐도 도서관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간에 있으니 어디에서든 사람들이 보였다.

밖으로 나가 도서관 둘레를 따라 걸어봤다. 앞길은 어차피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이다. 좌우 옆길, 뒷길 모두 막힌 곳 없이 연결돼 있다.

도서관 앞에는 '애기능터(월곡정) 706m'라고 적힌 이정표가 있다. 데크 길을 따라 그만큼 걸어보기로 했다.

월곡정 인근에 다다르자 넓은 풍경이 펼쳐졌다.

X

오동근린공원 안내도

근처 안내판에는 아파트 뒤편으로 용마산, 천장산, 구룡산, 청계산, 우면산, 관악산, N서울타워, 개운산이 보인다고 적혔다. 순서대로 하나씩 꼽아봤다.

월곡정 앞에선 애기능터 표지석도 보였다. 고종의 아들 완화군(완친왕, 1868∼1880)이 묻혔던 자리라고 한다.

지역 기반 공동체 아카이브인 성북마을아카이브에 따르면 그의 묘는 처음에 성북구 월곡동에 조성됐다. 추후 경기 고양 서삼릉의 숙의 묘역 한쪽으로 이장됐다.

월곡정에 올라 도심 풍경을 바라봤다. 주변 산책로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전망 좋은 볼거리가 있고 산책로가 잘 꾸며진 숲속 공원에 목조 공공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꽤 의미 있게 느껴졌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