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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국가유산청장이 10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국가유산청 등에 대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宗廟) 맞은편에 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분류돼 등재가 취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서울시가 종묘 맞은편 재개발 사업지인 세운4구역의 높이 계획을 최근 변경한 것에 대해 "실로 깊은 유감"이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이 서울시가 개발 공사를 강행할 경우를 묻자, 허 청장은 "(등재가) 취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고 답했다. 허 청장이 세운4구역 재개발이 세계유산 종묘에 미칠 영향에 관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고 145m 고층 건물 계획으로 변경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기존에는 건물 높이가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로 제한됐으나, 변경안에 따르면 최고 101∼145m까지 건축이 가능해진다. 청계천변 기준으로는 거의 배에 가까운 높이다.
허 청장은 "국가유산청은 2006년부터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고 회의를 거치면서 유네스코 권고안을 따르라고 했다"며 "서울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간에 기습적으로 39층, 40층을 올린다고 변경 고시를 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유산인 종묘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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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과 협의 없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바깥에서의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 개정이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6일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모습.
"미래 세대에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허 청장은 "미래 세대에게 세계유산을 물려줄 것인지, 아니면 콘크리트 빌딩을 물려줄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100m, 180m, 혹은 그늘이 있냐 없냐가 아니라 국민과 함께 무엇을 물려주느냐 하는 부분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내년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를 언급하며 "한 점 부끄럼이 없도록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달라"며 허 청장에게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유네스코, 등재 당시 고층 건물 규제 명시
종묘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 사당으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함께 한국 최초의 세계유산이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종묘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당시 '세계유산 구역 내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지역에서의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최근 국가유산청과 협의 없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바깥에서의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 개정이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으며, 이로 인해 '왕릉뷰 아파트' 재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