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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 병천천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한 미국가재 지난 4월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이 충남 천안시 병천천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한 미국가재의 모습.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제공
충남 천안시 병천천에서 미국가재가 발견됐다는 한 환경단체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국립생태원은 최근 회보를 통해 해당 가재가 토종가재로 밝혀졌다는 연구 결과를 8일 공개했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은 지난 4월 병천천 은석교 인근에서 미국가재 3마리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립생태원 연구진이 해당 개체를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을 실시한 결과, 토종가재 유전자와 95% 이상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형상으로도 토종가재의 특징을 보였다. 토종가재는 집게가 매끈하고 이마뿔이 납작한 반면, 미국가재는 집게에 돌기가 많고 이마뿔이 뾰족하다. 연구진이 병천천 11.6㎞ 구간을 직접 조사했을 때도 미국가재는 관찰되지 않았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원산지인 미국가재는 2019년 갑각류 최초로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됐다. 깊은 굴을 파는 습성으로 둑을 무너뜨리거나 농작물에 피해를 주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한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 목록에 오른 물곰팡이를 매개해 가재 전염병을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가재는 유럽에 가재 전염병을 퍼트린 사례가 있고, 일본에서는 멸종위기종인 여러해살이 수생식물 '순채'에 피해를 준 바 있다. 순채는 한국에서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보호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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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가재(왼쪽)와 토종가재(오른쪽)의 생김새 차이. 국립생태원회보 캡처
국내에서는 1997년 서울 용산가족공원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작년 기준 경기 파주시 모산저수지, 충북 충주시 신덕저수지, 영산강 지류 지석천, 섬진강 유역 등지에서 88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생태원은 청정 하천인 병천천에서 미국가재가 발견됐다는 잘못된 정보로 국민 불안이 불필요하게 커지고 잘못된 정책이 시행됐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시민 과학이나 시민단체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은 위험을 빠르게 감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문가 검증이 더해져야 대중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1998년 창립된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은 환경운동연합 지역조직 중 하나로, 현재 지역 주민 800여명과 함께 도시환경 모니터링, 생태교육관 건립, 생태탐방로 조성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단체는 미국가재 발견을 주장하며 정밀 조사와 예찰 시스템 마련을 촉구했고, 천안시 및 금강유역환경청 등과 합동 조사를 벌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