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하능공원서 열린 '가드닝 쿠루 챌린지와 조수다의 만남'. 송동근 제공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 조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서울 '가드닝 크루 챌린지'와 조경 커뮤니티 '조수다(조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수다방)' 회원 등 100 여명이 참가한 이날 행사는 단순한 만남이 아니었다. 정원을 만들면 끝이 아니라,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해법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가드닝 크루 챌린지'는 서울시가 정원문화를 조성에만 머물지 않고 장기적으로 관리·유지하기 위해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성장하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시민 정원사, 마을 정원사 등 정원교육을 받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지난 달 20일, 1기를 시작으로 현재 3기까지 교육이 진행 중이다. 이번 행사는 조경 오픈 카카오톡 커뮤니티인 '조수다'와의 만남을 통해 조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로 정원관리에 대한 친근감을 형성하고자 기획됐다.
가드닝 크루에게 진소형,김규성,김명윤 등의 강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조수다 제공
조경, 조성만큼 관리도 중요하다
이날 행사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했다. "저관리형 정원은 '게으른 정원'이 아니라 '지혜로운 정원'이다." 조수다의 송동근 방장이 내건 이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는 단순히 멋진 구호가 아니다. 정원 조성 후 방치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처음부터 관리를 고려한 설계와 시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행사는 조수다 송동근 방장과 세종정원연구소 남정곤 대표의 진행으로 5개 조로 나뉘어 현장 교육을 했다. 국내 조경과 시공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들이 각 조의 조장을 맡았다. 1조는 장일웅 대표, 2조는 송동렬 기술사, 3조는 안준영 대표, 4조는 송진헌 대표, 5조는 심상연 대표가 안내했다. 참가자들은 각자 소개를 나눈 후 미리 준비된 식재지에 꽃무릇 200본을 직접 식재하며 정원 조성을 체험했다.
어스그린 한승진본부장이 멀칭재를 활용한 잡풀억제 효과(LID)를 설명하고 있다. 조수다 제공
단순히 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리 방법까지 함께 배우는 시간이 이어졌다. 어스그린 한승진 본부장은 LID(빗물을 저장해 수목에 물을 공급하는 공법) 관리법을 강의했고, 미성종합조경 황승현 부장은 멀칭재(작물의 흙 표면을 덮어 토양을 보호하고 작물 생육을 돕는 재료)를 활용한 저관리법을 소개했다. 저관리법(低管理法, low-maintenance landscaping)은 멀칭재를 활용해 잡풀억제 효과 등 유지관리(maintenance) 작업의 양과 빈도를 최소화하는 설계 및 관리 기법을 의미한다. 이는 시간, 비용, 노동력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
천이디자인의 진소형, 김규성 대표와 마이조경 김명윤 대표는 저관리형 정원에 대한 실질적인 설명을 더했다. 참가자들은 가드닝 크루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1부를 마무리했다.
참가자들에게 현장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조수다 제공
'할 말 다 해봐', 선후배가 나누는 리얼 토크
식당으로 자리를 옮긴 2차에서는 조수다의 특허 코너인 "할 말 다 해봐"가 펼쳐졌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선후배가 편하게 묻고 답하는 시간이었다. 평소 궁금했지만 물어보기 어려웠던 것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현장의 노하우까지 자유롭게 공유됐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솔직한 대화는 젊은 조경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궁금한 것은 못참아요! -할 말 다 해봐' 열기 넘친 리얼 토크 타임. 송동근 제공
세종정원연구소 남정곤 대표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조경 작품과 아이디어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어 뜻깊었다"며 "현장에서 만난 여러 전문가분들의 열정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인상 깊었고, 조경이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예술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산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며 "특히 식재 설계와 공간 연출 부분에서 전문가들의 세심한 접근을 보며 조경의 깊이를 느꼈고, 이번 행사를 계기로 조경 분야에 대한 열정이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
조경인들의 연대, 나눔으로 이어지다
송동근 방장은 "이와 같은 조경 모임을 통해 저관리형 정원은 게으른 정원이 아니라 지혜로운 정원이다."라는 케치프레이즈를 거듭 강조하고 싶다며 "조수다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올바른 방향이고, 앞으로도 이런 방향에 적극 동참하며 시민 정원사분들도 함께 자발적으로 정원문화 확산에 기여하자는 것이 제 뜻"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다원, 정한조경, 맥디자인 등 여러 업체의 후원으로 무료로 진행됐다. 특히 한국조경협회가 플리마켓으로 운영해 벌어들인 수익을 연탄봉사에 후원해 조경인들에게 더욱 의미 있는 행사가 됐다. 조수다측은 "조경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의미 있는 행사"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조수다는 11월29일 연탄봉사로 나눔의 한 해를 마무리한다. 조수다 제공
조수다는 오는 29일 연탄봉사를 하면서 2025년 한 해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조경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참여를 기다린다. 정원은 만들면 끝이 아니다. 오히려 시작이다. 조성만큼 관리가 중요하고, 그 관리는 지속가능해야 한다. 이번 행사는 젊은 조경인들이 이러한 철학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자리였다. 조경을 사랑하고 더 배우고 싶다면, 오픈카톡방 '조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수다방'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