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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광주김치축제에서 시민들이 김치 판매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김치의 품질 표준화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김치 종균 보급사업’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7일 광주광역시 하루식품을 방문해 김치 종균 활용 현장을 점검했다고 9일 밝혔다. 김치의 맛과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과학적 발효 관리가 현장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피기 위한 자리였다.
‘종균’은 자연 발효 대신 인위적으로 발효를 조절할 수 있도록 식품에 사용하는 순수 배양 미생물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2021년부터 세계김치연구소에 위탁해 김치 종균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올해는 8억 원의 예산으로 7톤의 김치 종균을 보급했으며, 이를 활용한 발효 김치는 약 7천 톤에 달한다.
종균을 사용한 김치는 맛과 품질이 향상될 뿐 아니라 저장 기간이 기존 제품보다 30일 이상 늘어났다. 품질 유지 기간이 45~60일로 연장되면서, 장거리 수출 시 과발효 문제를 해결하고 미주·유럽 등 해외 시장 확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장에는 종균 사용 경험이 없는 김치 제조업체 관계자들도 참석해 종균의 활용 방법을 직접 확인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내년에는 종균 보급사업에 참여해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산업 전반의 인식은 낮은 수준이다. 2024년 김치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종균을 사용해본 업체는 전체의 5.6%에 불과하며, 56.7%는 종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김치 종균의 확산이 한국 김치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연 발효에 의존하던 전통 제조 방식에 과학적 관리가 더해지면서, ‘맛의 일관성’과 ‘품질의 신뢰도’가 확보되고, 이는 곧 수출 시장에서의 브랜드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김치의 품질 표준화는 국내 소비자 만족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의 필수 조건”이라며 “세계김치연구소와 함께 김치 산업의 과학화·산업화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치 종균 보급사업은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 전통 발효식품의 현대화와 산업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치 산업이 과학과 전통이 공존하는 ‘K-푸드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