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저녁 간식으로 인기를 끄는 '군밤'. 정익송 제공
군밤
골목길 따라 스미는 고소한 내음
검붉은 숯불 위 통통한 밤이
겨울밤 작은 불을 밝히네
지글거리는 소리 들릴 듯 말 듯
까맣게 벌어진 껍질 틈새로
노란 속살 살포시 드러내는 시간
뜨거움이 손끝에 가만히 전해지고
조심스레 까먹는 달콤한 한 알
입 안 가득 번지는 소박한 웃음
어릴 적 동화 같던 추억
찬바람 불 때면
소박한 위로가 되어 가슴에 남아
오늘도 문득 그리워지는 그 맛
조용한 겨울밤을 채우는 그 기억
작은 행복으로 마음을 보듬네
군밤은 골목길에서 따스한 온정을 정해주던 추억의 먹거리로도 유명하다. 정익송 제공
[창작 노트]
정익송
월간『시사문단』시로 등단, 한국시사문단작 가협회 회원, 빈여백 동인, 경상남도문인협회 회원, 창원문인협회 회원
창원특례시 푸른도시사업소 공원녹지과 녹지 조성팀장
풀잎문학상, 북한강문학제 신인상, 국무조정 실 장상, 법제처장상, 서울특별시장상 등 33 회 수상
'군밤'에 담긴 따뜻한 기억과 소박한 행복
이 시는 겨울밤 숯불 위에서 익어가는 군밤을 통해 추억과 위로, 그리고 작은 행복의 의미를 탐구한 작품이다. 고요한 겨울 풍경 속에 피어나는 감성과 내면의 여운을 통해 독자에게 따뜻한 공감을 전하고자 했다.
1. 감각적 이미지로 되살아나는 추억
"검붉은 숯불 위 통통한 밤알들이 / 겨울밤 작은 불씨를 밝힌다"는 구절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시각, 후각, 촉각을 아우르는 입체적 이미지를 구현한다. 노란 속살과 지글거리는 소리는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따뜻하게 그려내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소환한다. 이러한 감각적 표현은 독자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2. 겨울 속 소박한 위로
"조심스레 까먹는 달콤한 한 알 / 입안 가득 퍼지는 소박한 미소"는 평범한 군밤이 어떻게 소소한 위안과 행복으로 다가오는지를 보여준다.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 군밤을 통해 느끼는 따스함은 삶의 작은 위로를 상징하며, 단순한 것에서 발견하는 행복의 본질을 조명한다.
3. 과거와 현재를 잇는 정서적 연결
마지막 연 "오늘도 문득 그리워지는 그 맛 / 고요한 겨울밤을 채우는 기억"은 군밤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과거의 감각적 추억이 현재의 내적 위안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독자 역시 자신의 추억과 행복을 되돌아보게 된다.
맺음말
시 「군밤」은 일상적 소재를 통해 '소박한 행복'의 본질을 섬세하게 전달한다. 감각적 묘사와 추억의 소환, 그리고 현재의 위로로 이어지는 구성은 독자에게 따스한 공감을 선사하며, 삶 속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