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박으로 유일하게 현존하고 있는 ‘마도4호선’ 인양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충남 태안 마도 해역에서 조선시대 세곡선인 '마도4호선'의 인양 작업을 완료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이번 인양은 조선 전기 실물 선박을 처음으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크다.
마도4호선은 2015년 태안 마도 해역에서 발견된 조운선(漕運船)으로, 조선 초기 세곡 운반선의 실체를 보여주는 유일한 수중유산이다. 선체 내부에서는 ‘나주광흥창(羅州廣興倉)’이라 새겨진 목간 60여 점과 ‘내섬(內贍)’ 명문이 새겨진 공납용 분청사기 150여 점이 함께 출토돼, 나주에서 거둬들인 세곡과 공물을 싣고 한양 광흥창으로 향하던 중 침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양 전 마도 4호선의 상태(잔존규모 길이 12m, 폭 5m). 국가유산청 제공
분청사기의 제작 시기(15세기 전반)와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1410~1433년)를 종합할 때, 마도4호선은 1420년경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인양은 발굴 10주년을 맞아 600년 만에 선체를 수면 위로 올린 것으로, 지금까지 통일신라(1척), 고려(17척) 시기의 고선박이 발굴된 가운데 조선시대 선박이 실물로 확인된 첫 사례다.
쌍돛대 구조·쇠못 사용 등 조선 선박 기술 첫 확인
연구소는 마도4호선을 통해 조선 전기 선박의 독자적 기술적 특징도 밝혀냈다.
우선 고려 선박이 중앙에 한 개의 돛대를 세웠던 것과 달리, 마도4호선은 앞과 중앙에 두 개의 돛대를 세운 쌍돛대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이를 통해 항해 속도를 높이고 바람 방향에 따른 조정이 용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태안 마도 해역 수중발굴조사 현황도. 국가유산청 제공
또한 선수부의 목재 배열이 고려시대의 세로 배치 방식과 달리 가로로 구성돼 내구성을 강화했으며, 작은 나무못을 다수 사용해 정밀한 결합을 구현했다. 특히 선체 수리에 쇠못을 사용한 흔적이 확인돼, 우리나라 고선박에서 쇠못 사용이 처음으로 밝혀진 사례가 됐다.
‘마도5호선’ 가능성…고려 선박보다 이른 시기 추정
한편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마도4호선 인양과 병행해 음파탐사를 진행하던 중 또 다른 난파선의 흔적을 발견했다. 잠수 조사 결과, 청자 다발 87점(1150~1175년 제작)과 목제 닻, 볍씨, 화물받침목 등이 확인돼 새로운 고선박이 추가로 묻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선박은 기존 마도 1·2호선(1208년, 1210년경)보다 앞선 시기의 고려 선박으로 추정되며, 연구소는 2026년 이를 ‘마도5호선’으로 규명하기 위한 본격 발굴을 추진할 계획이다.
마도해역 음파탐사 중 방결한 청자 다발. 국가유산청 제공
수중발굴 50주년 맞아 국민 참여 확대
2026년은 우리나라 수중발굴 50주년이 되는 해로,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이를 기념한 다양한 국민참여 행사를 준비 중이다.
올해 9월에는 마도 해역에 조성된 고려 난파선 체험장에서 일반인 대상 수중발굴 체험행사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잠수가 가능한 참가자들은 선박 실측과 유물 인양 과정을 직접 체험했으며, 32명 모집에 800여 명이 지원해 수중유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확인했다.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은 “조선시대 세곡선 실물을 확보한 것은 해양사 연구의 큰 이정표”라며 “앞으로도 바닷속에 잠든 역사를 복원해 국민과 함께 공유하고, 우리 해양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가로 배열로 내구성을 높인 마도 4호선의 앞판(船首材, 선수부). 국가유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