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산불피해지에서 3년 연속 송이가 발생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강원특별자치도 고성의 산불피해 지역이 잿더미 속에서도 다시 생명의 숨결을 되찾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12일, 송이 감염묘를 활용한 인공재배 연구 결과 고성 산불피해지에서 3년 연속 송이 발생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송이산 복원의 실질적 가능성을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산불피해지서 되살아난 '송이산'
송이 감염묘의 개체가 확인되며 인공재배 기술의 안정성도 확보됐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국립산림과학원은 1996년 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은 고성 지역의 산림 생태 회복을 위해 2007년 송이 감염묘 27본을 이식했다. 이후 2023년 첫 송이(5개체)가 발생한 데 이어 2024년 1개체, 2025년에는 11개체가 추가로 확인되며 인공재배 기술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홍천 시험지의 경우 2010년 첫 송이 발생 이후 2017년부터 2025년까지 9년 연속 송이가 발생하고 있으며, 올해는 전년 대비 58.8% 증가한 27개체가 확인됐다. 이는 적절한 기온과 수분, 간벌·가지치기 등 체계적인 산림 관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DNA로 확인된 송이 복원 기술
송이 발생이 감염묘에서 비롯된 것임을 DNA 분석으로 확인됐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연구진은 송이 발생이 감염묘에서 비롯된 것임을 DNA 분석으로 확인했다. 생물의 신분증으로 불리는 SSR마커를 이용한 분석 결과, 고성 발생지의 송이와 감염묘 육성지인 홍천 시험지의 송이 유전형이 동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인공적으로 감염된 묘목이 실제 송이 형성에 직접 기여했다는 과학적 증거로, 향후 전국적인 송이산 복원 사업의 기술적 토대가 될 전망이다.
생태 복원 넘어 지역경제로 이어지는 ‘송이산’
송이산 복원은 지역경제를 활성하는 '생태임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미생물이용연구과 박응준 과장은 “고성과 홍천의 사례는 송이 감염묘 기술이 산불피해지 복원은 물론 새로운 임업 수익 모델로 확산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다”며 “앞으로 기술 보급을 확대해 송이산 조성을 촉진하고 임업인의 소득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단순한 버섯 재배 기술의 발전을 넘어, 산불로 훼손된 산림 생태계를 복원하고 지역 경제를 되살리는 ‘생태 임업’의 모범 사례로 주목된다.
고성 산불 피해지에서의 송이 재생은 “산림이 스스로 치유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며, 과학기술을 접목한 복원형 임업이 산림 보전과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이루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