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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한 서울 아파트단지

서울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약 한 달 만에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80% 가까이 급감하며 시장 위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거래량 77% 급감, 대출규제가 직격탄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10·15 대책 시행일인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1일까지 27일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320건에 그쳤다. 이는 직전 27일(9월 18일~10월 15일) 1만 254건과 비교해 77.4% 감소한 수치다.

이번 대책으로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와 처분조건부 1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에서 40%로 대폭 강화됐다. 주택담보대출 상한액도 주택 가격에 따라 15억원 미만은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차등 적용됐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아파트 구입 시 2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면서 갭투자(전세 낀 주택 구입)가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이로 인해 매수와 매도 수요가 동시에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영등포구(-93.9%), 광진구(-90%), 성동구(-89.6%), 중구(-85.9%), 강동구(-85.1%), 마포구(-84.9%), 동작구(-84.9%) 등 갭투자 수요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던 한강벨트 권역을 포함해 서울 전 지역의 거래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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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이자율 안내문

경기도 신규 규제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성남시 분당구(-86.6%), 수정구(-91.3%), 중원구(-86.2%), 광명시(-85.4%), 안양시 동안구(-81.5%), 하남시(-80.9%) 등 모든 규제 대상 지역에서 거래량 급감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이미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송파구는 거래량 감소율이 2.9%에 불과했고, 서초구(-7%), 강남구(-29.7%), 용산구(-48.6%)도 다른 지역 대비 감소폭이 훨씬 낮았다. 현금 보유 여력이 큰 고소득층과 자산가들이 주로 거래하는 상급지 시장 특성상 대출규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거래금액 74% 감소, 평균가는 오히려 상승

거래량 급감과 함께 거래금액도 크게 위축됐다.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금액은 대책 시행 이전 27일간 약 12조 3,883억원에서 시행 이후 3조 1,757억원으로 74.4% 감소했다.

흥미로운 점은 평균 거래가격이 대책 시행 이전(12억 814만원)보다 이후(13억 6,882만원)에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매물이 급감하고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공급 부족과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을 고려해 가격을 내리지 않은 소수 매물이 신고가로 거래되면서 전체 평균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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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세 안내문

규제 피한 경기 일부 지역, 풍선효과 나타나

규제를 피한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거래가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수원시 권선구는 10·15 대책 시행 이후 거래량이 67.6% 급증했고, 동탄을 포함한 화성시도 44.6% 늘었다. 용인시 기흥구(13.4%), 안양시 만안구(12.3%) 등도 눈에 띄는 거래량 증가세를 보였다.

한편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로 전세 물량 부족과 전세가격 상승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갭투자 거래가 차단되면서 전세 낀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전세 물량이 오히려 증가 추세이며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변동폭은 크지 않아 현재로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영향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부동산 플랫폼 아실 통계에 따르면 서울 전세 물량은 10월 15일 2만 4,369건에서 이달 12일 2만 6,467건으로 약 2,000건 증가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9월 넷째 주 0.19%에서 10월 둘째 주 0.54%, 10월 셋째 주 0.50%까지 올랐다가 11월 첫째 주 0.19%로 축소됐다. 반면 전세가격 상승률은 같은 기간 0.09%에서 0.17%로 커진 뒤 11월 첫째 주 0.15%를 기록해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전세 물량 증가가 기존 매물이 아직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영향이며, 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 감소에 따라 전세 물량도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