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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ta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정부가 확정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에 대해 "국내 기후테크 분야가 특정 기술에 편중된 구조를 보여 NDC 달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산기협은 13일 이런 내용의 '국내 기후테크 기업의 연구개발(R&D) 현황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후테크 연구 기업연구소 보유 기업 1천620개 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R&D가 전기차와 이차전지 등 특정 분야에 집중되고 기술별 투자 규모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배터리에 89% 집중...기술 간 최대 1천배 격차

전기차와 이차전지 분야는 전체 R&D 비의 89%, 연구인력의 8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규모가 가장 큰 전기차 분야와 기후테크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비교한 결과 R&D 비는 1천818배, 연구인력은 372배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기초연구 투자 비중도 7%로 전 산업(10.8%) 대비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또 최근 4년간 기후테크 분야에 투자된 정부 재원 비중은 1.6%에서 1.8%로 0.2%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쳐 전 산업(5.7%) 대비 낮은 수준이었다.

탄소포집·수소경제·순환경제 등 핵심 분야 소외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전기차와 배터리 외에도 다양한 기후테크 분야의 균형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은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핵심 기술이다. 시멘트, 철강, 석유화학 등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산업에서 온실가스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수소경제 관련 기술도 중요하다. 그린수소 생산, 수소 저장 및 운송, 수소연료전지 등의 기술은 장기적인 에너지 전환의 핵심 축이지만 현재 투자는 미흡한 실정이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태양광·풍력 효율 개선,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그리드 등이 필수적이다. 또한 순환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폐기물 재활용 기술, 바이오플라스틱, 친환경 소재 개발 등도 탄소중립 달성에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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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테크 기업 기술분야별 기초연구 비중(2023년). 산기협 제공

"단기 수익성 낮고 투자회수 불확실"...민간 투자 꺼려

기후테크 분야 투자가 전기차와 배터리에 집중된 이유는 명확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와 배터리는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고 단기 수익 창출이 가능하지만, CCUS나 그린수소 같은 기술은 상용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초기 투자 규모가 크다"고 설명한다.

특히 탄소포집 기술의 경우 대규모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고, 포집한 탄소의 활용처나 저장 방안도 불확실해 민간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경제 역시 생산·저장·운송 전 과정에서 높은 비용이 발생하고, 관련 인프라가 부족해 사업화가 어렵다는 평가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그린수소 생산 비용이 아직 화석연료 대비 경쟁력이 없고, 정부 보조금 없이는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분야도 초기 설비 투자 비용이 높고 발전 효율이 날씨에 좌우되는 등 불확실성이 크다. 또한 국내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상 당장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기술이 우선시되면서, 장기적 관점의 기후테크 투자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략적 R&D 지원으로 기술 다변화 시급"

산기협은 "국내 기후테크 산업이 양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나 기술 분야 간 불균형과 낮은 기초연구 비중 등으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서곤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기후테크는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이끌 핵심 분야이지만, 현재의 기술 편중 구조로는 NDC 달성은 물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기초연구 투자 확대와 함께 다양한 기후테크 분야의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전략적 R&D 지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CCUS, 그린수소, 재생에너지 등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가 장기 로드맵을 제시하고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보장해야 민간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